출토유물·수집품 타지역 유출
볼거리·문화유산 보존 대책 시급

음성군은 문화예술의 고장임을 표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예술에 대한 활동도 활발하다.
그러나 출토유물이나 수집유물에 대한 관리나 보존에는 소극적이다.
이로 인해 음성지역 주민 소유의 출토유물이나 수집품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기증되는 등 타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군은 문화유물에 대한 보존이나 관리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뒤떨어지면서 문화예술의 고장 표방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음성군 감곡면 원당리에 사는 이천균씨(67세)는 지난 3월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 장들 소재 선조 이응해(1547∼1626)장군의 묘를 선산인 장호원 백족산으로 이장하면서 미이라 상태의 주검과 평상시 장군이 입었던 옷 24점을 발견했다.
이응해장군은 1547년∼1626년까지 생존했고, 그 시기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로 우리나라 복식 변천의 과도기로서 복식사의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발굴된 의복은 모두 24점으로 장군이 생전에 입었던 것으로, 대부분 비단으로 제작되었으며 보존상태가 원형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17세기 초 무관이 입었던 복식자료로 그 뛰어난 바느질 솜씨 등은 감탄을 자아내며 그 시대적인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모든 의복의 고름과 깃이 제거된 상태로 발견된 것은 수의 및 보공품으로 사용된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당시의 상례풍속을 엿 볼 수 있게 한다.
이번 출토복식은 다른 출토복식보다도 묘주가 장수를 하였기 때문에 변화하는 복식경향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단령에 직령이 합쳐지는 과정을 비록 두 벌의 단령이기는 하지만 한 과정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의복을 겹쳐 입는 경향도 관찰 할 수 있다. 옷감의 색상이 달라도 이를 적절히 이용하거나 응용한 우리민족의 복식에 대한 멋과 강구를 엿 볼 수 있는 등 문화적 가치도 높다.
발굴 유물은 이응해 장군 11대손인 이천균씨에 의해 충주시에 기증됐으며, 충주시는 이를 위주로 충주세계무술축제와 우륵문화제에서 ‘출토복식 특별전시회’를 개최했다.
출토유물을 충주시에 기증한 이천균씨는 내가 음성군에 살고 군에 좋은 박물관이 있었으면 고향으로 가져왔을 텐데, 군에는 박물관도 없고 군청에서 달라고 하지도 않아 충주시에 기증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의 단국대학교도 이번 출토유물들이 조선시대 품격 높은 의복을 감상할 수 있고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등 귀중한 유산임을 알고 학술연구와 학내 석주선박물관 전시를 위해 이씨로부터 기증을 받았다.
지역주민 소유의 출토유물을 놓고 인접 충주시가 특별전시회를 개최하고 서울의 단국대학교가 유물을 기증 받는 등 법석을 떨고 있지만 정작 음성군은 이응해 장군묘 출토유물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다.
음성군 관계자는 “출토유물은 관계법에 의해 국립박물관으로 가게 돼 있으며, 음성군은 유물전시관이 약해 보관력이 약하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군 관계자의 원론적인 생각에 지역주민 소유의 출토유물은 타지역 지방자치단체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주민이 소장하고 있던 유물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기증된 사례는 또 있다.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에 사는 남기석씨(68세)는 자신이 세계 100여개 나라를 돌며 평생 모은 동서양 유물 10000여점 가운데 4000여점(싯가 300억∼400억원 상당)을 지난 94년 청주시립 우암어린이집 서구문화전시실에 기증했다.
남씨는 오랜 해외생활을 청산하고 조국으로 돌아와 고향에 정착, 그간 모은 수집유물을 군에 기증해 박물관을 건립하고, 고향 어린이들이 유럽문물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데 사용하도록 하려 했었다.
그러나 군의 예산핑계와 관심부족, 보관장소도 마땅치 못한데다, 청주시의 기증요청도 있자 남씨는 평생 모은 수집유물 가운데 4000여점을 청주시 우암어린이집에 기증했다.
남씨는 유물을 수집하게 된 것은 지난 62년 먹고살기가 어려워 독일 광부 1기로 고향을 떠나 3년간의 광부생활을 마친 뒤 현지 골동품상에 취업, 수집가의 꿈을 키우며 돈만 생기면 동서양 유물을 닥치는 데로 사 모으면서 시작됐다.
그가 수집한 희귀 물건들은 중세 유럽 귀족들의 애장품과 그림 도자기는 물론 산업혁명 이후 동양에서 서양으로 반입된 중국 등의 진귀한 골동품들이 많다.
이들 골동품중에는 아돌프 히플러가 베를린궁에서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 유성기 녹음기 라디오 등도 있다.
유럽의 귀족들이 소장하던 화려한 시계는 시계밥을 주면 작동하고,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때 쓰던 녹음기는 테이프가 가느다란 철사로 돼 있어 지금도 소리를 저장해 들을 수 있다.
남씨는 올해 들어 수년 전 임차한 폐교를 박물관으로 개관하기 위해 직접 수리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청주시에 기증하고 남은 수집유물을 전시하기 위해서다.
군이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더라면 이번처럼 조선시대 복식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이응해 장군묘 출토복이 충주시나 서울의 단국대학교로 유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남기석씨의 수집유물도 청주시로 기증되지 않고 음성군에 제공됐더라면, 문화유산도 적고 볼거리도 없다는 지역주민들의 불만도 덜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주민들은 “문화예술의 고장임을 자임하고 후손들을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음성군은 출토유물과 수집유물에 대한 확보와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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