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도전이 유력시 됐던 이원종 충북지사가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도지사 선거와 청주시장 선거 등 오는 5월 지방선거 구도에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이원종 지사의 기세에 눌려 후보 구도를 가시화 하지 못했던 열린우리당은 1월10일 지사 출마를 선언한 한범덕 정무부지사의 입당을 기다리면서 홍재형 카드와 이시종 카드를 함께 검토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두 현역 의원의 경우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한 부지사를 청주시장 선거에 내보내 동반 승리하는 ‘Win-Win전략’까지 꿈꾸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충북지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정우택 전 의원이 무주공산의 주인이 되는가 싶었지만, 며칠 뒤 한대수 청주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사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한창희 충주시장도 도당에 경선 출마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 전 의원 측에서는 박근혜 대표의 의중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강조하며 전략공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도당 운영위원장단은 도지사 후보는 경선으로 뽑자는데 뜻을 모았다.

민주당, 고건 전 국무총리 진영과 책사를 주고받으며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국민중심당은 심대평 창당준비위원장이 정종택 충청대학장에게 지사 출마를 권유했다가 점잖게 거절당한 뒤 한때 괴산 출신 김영환 전 의원의 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흘렸지만 확인 결과 ‘희망사항’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대전고 출신인 오효진 군수에 대해서도 심대평 준비위원장이 직접 대전 인맥을 통해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장 선거 구도도 도지사 선거 구도와 맞물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당초 청주시장 후보로 영입을 추진하던 한 부지사가 도지사 출마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주자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현역인 한대수 시장이 자리를 피해줄 경우 김진호 전 도의회 의장, 남상우 전 정무부지사 등의 맞대결이 유력시 되고 있다.

변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오효진 청원군수. 15,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검표까지 가는 소동 끝에 근소 표차로 낙선한 뒤 “길이 있으면 간다”는 인생철학을 얻게 된 오 군수는 청원군수, 청주시장, 충북지사 후보 등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월11일 자민련 탈당 선언과 함께 새로운 정당 선택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열린우리당, 전략공천 방침 속 홍재형, 이시종의 고민
현역 의원들, 명절 전까지는 입장 정리할 듯
한범덕 부지사, 승부수 못 던지고 여태 관망


이원종 지사의 불출마 선언 이전까지 이원종-정우택 양자 구도를 형성했던 한나라당과 달리 열린우리당은 도지사 후보를 가시화하지 못한 채 서로 눈치만 살펴왔다. 2005년 9월 지방선거공동기획단장인 김종률 의원이 당사자인 이시종 의원을 대신해 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지만 이 역시 열린우리당의 정당지지도가 급락하면서 ‘없던 얘기’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1월4일 이원종 지사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현역 의원인 홍재형, 이시종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 하기 시작한데다, 1월10일 한범덕 지사가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홍재형 의원의 출마설은 이원종 지사가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청주시내 모 식당에서 동시에 불거졌다. 열린우리당 도당 신년하례회를 겸해 열린 상무위원회를 마친 뒤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박문희 상무위원이 도지사 출마를 제안한 것이다. 당시 상무위원회에는 약 35명이 참석했는데, 박씨의 제안 이후 찬동의 박수가 터져나왔다는 후문이다.

홍 의원의 측근들도 대체적으로 출마를 종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는 상태다. 홍 의원의 출마를 원하는 당내 여론은 이원종 지사가 빠진 만큼 홍 의원 정도의 지명도면 승산이 있고, 지방의회 선거에 이르기까지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실시된 도당위원장 선거에서 도지사 출마 등 ‘2006 지방 선거 진두 지휘’라는 사명을 등에 업고 당선된 홍 의원이 그동안 이에 대해 소신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충북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 A씨는 “홍의원이 도지사에 출마한다면 이원종 지사의 은퇴와 대조를 보여 부정적인 여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선거는 당선 가능성만 보고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종률 의원을 통해 커밍아웃을 했던 이시종 의원도 미련은 가지만 섣불리 출마를 결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충주가 본거지인데다, 충주시장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또 다시 의원직을 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시종 의원은 충청리뷰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당 차원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일 뿐이다.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하고 조정되는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시종 의원의 측근인 B씨는 “사실 이 의원은 재선 이상이 보장된 상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바탕으로 한 입각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도지사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지면 이미지 관리에도 문제가 생기고 사실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며 이 의원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현역 의원들의 출마 여부에 대한 교통정리는 설 이전인 1월27일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률 의원과 함께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노영민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들이 명절 전까지 입장을 정리하기로 한 만큼 이후 여론조사 등을 거쳐 도지사, 청주시장 후보 등을 전략공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역 의원들이 엉거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한범덕 정무부지사는 지사직 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열린우리당 청주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것과 달리 자신의 입지를 이 지사의 후계자로 못 박은 것이다. 한 부지사의 이같은 결심에는 동창, 지인들의 의견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원종 지사도 불출마 선언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함으로써 한 부지사가 안고갈 마음의 짐을 덜어줬다. 그러나 한 부지사는 입당과 관련해 승부수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차례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도 있다. 한 부지사는 정당 선택의 시점을 정무부지사 사퇴 이후로 미룬 상태다. 열린우리당 관계자 Q씨는 “한나라당의 경우 어차피 경선이 뻔한 상황에서 한 부지사가 발을 디딜 곳이 없는데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며 “인지도가 떨어지는 한 부지사의 경우 한시라도 자신을 빨리 부각시키는 것이 본선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우택, 이원종 넘어서 한대수 만나다
도당 운영위원장 회의 ‘도지사는 무조건 경선’
당내·외 모든 인사 경쟁, 한창희 충주시장도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충북지사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정우택 전 의원은 연초부터 멋쩍은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자신이 주공격 대상으로 삼고 포화를 날렸던 이원종 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이틀 뒤 자신을 찾아온 정 전 의원에게 ‘자신의 불출마 결심이 이미 지난해 여름에 내려진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정 전 의원의 입당으로 입지가 흔들려 불출마를 결심한 것은 아니라는 일종의 자존심 선언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문제는 중도에 입당해 ‘도지사’라는 산정을 향해 등반을 시작한 정 전 의원이 ‘이원종’이라는 봉우리를 넘자마자 ‘한대수’라는 큰 강을 만났다는 것이다.

한대수 청주시장은 이원종 지사의 불출마 선언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일 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히며 중앙부처와의 인맥 등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 시장은 “당 지도부가 경선방침을 확정하면 경선에 나서되, 전략공천이 이뤄질 경우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정 인사를 전략공천할 경우 다시 청주시장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한 시장이 이처럼 충북지사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내심 지사 출마를 저울질하다 같은 당 소속의 이원종 지사에게 하릴없이 자리를 내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청주시장에 당선된 만큼 당내 경선에서도 밀릴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우택 전 의원 캠프에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경선을 원칙으로 하지만 30%까지 전략공천을 할 수 있고, 공천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중앙당 공천심사위에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 캠프(홍곡과학문화재단)의 한충 이사는 “한 시장이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사 경선에 나섰다가 탈락하면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본인 스스로 경선을 이야기 하지만 전략공천을 바라는 것 같다. 그러나 경선을 붙든 전략공천으로 가든 정우택 전 의원하고는 게임이 안된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며 정 전 의원의 승리를 호언장담 했다. 한충 이사는 지난 시장 선거에서 한대수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한 시장의 킹메이커였으나 청주시주차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에 정우택 캠프에 발탁됐다.

하지만 경선 구도에 대해서만은 한대수 시장도 배수진을 친 상태다. 만약 지사 경선에 나섰다가 패배하면 청주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경선에서 탈락하더라도 다른 직급의 선거에는 출마할 수 있으나 정치 도의상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한 시장 나름대로 경선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다 한 시장은 도지사가 여의치 않으면 시장, 그리고 홍재형 의원이 지사 출마로 방향을 잡을 경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꽃놀이패를 손에 든 형국이다.

현재 한나라당 도지사 경선에는 한창희 충주시장도 도당 관계자에게 경선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한창희 시장의 출마선언은 아직 비공식적인 것으로 고민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밖에도 당 외부인사에 대해서도 문호가 활짝 열려 있음을 천명한 상태다. 이같은 경선관련 기자회견은 한범덕 부지사가 출마를 선언한 날에 열려 한 부지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송태영 도당 사무처장은 “거론되고 있는 누구에게도 아무 것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중심당 , 도지사 후보 찾아 3만리…
정종택 거절, 김영환 희망사항, 오효진은?
1월14일 충북 창당대회, 결국 이삭줍기 될라


지난해 12월26일 충북지역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준비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었던 국민중심당은 이날 대회의 무산을 선언하고, 지난 1월6일 재차 발기인대회를 열어 관리인 성격의 차주영 준비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국민중심당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민련과의 통합에 균열이 발생한 상태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여부,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 등 해결해야 할 난제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마이너리그의 대통합을 위해 각 세력의 책사들이 분주히 만나며 통합형 신당의 창당을 밑그림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소한 연합공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북도지사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26일 발기인대회를 마친 심대평, 신국환 중앙당 창당준비위 공동위원장 두 명이 정종택 충청대학장을 방문해 지사 출마를 권유했으나 정 학장이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중심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정 학장은 정우택 전 의원 집안과의 인연 등을 이유로 완곡하게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학장과 정 전 의원은 연일 정씨 화곡공파로, 정 학장이 학창시절에 정 전 의원의 선친인 정운갑(자유당 시절 농림부장관·5선 의원)씨의 집에서 사숙을 했고 정 학장이 내무부에 입문할 때도 도움을 받는 등 대대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민중심당은 정종택 카드가 무산되자 괴산군 청천면 출신으로 민주당 재선 의원에 정책위 의장, 과학기술부장관을 역임한 김영환 전 의원을 도지사 후보로 영입할 계획이라는 설을 흘렸으나 이는 국민중심당 일부 인사들의 희망사항일 뿐 김 전 의원은 이를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의원의 연세대 후배로, 대학 시절 동일 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열린우리당 창당 이전까지 정치적 행보를 같이해온 노영민 의원은 “얼마 전에도 김 전 의원을 만났고 어제도 전화통화를 했지만 ‘충북지사 출마설은 지역구가 경기도 안산인 자신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어이없어 하더라”며 충북지사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고건 전 총리 내각에서 과기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같은 인연으로 고건 총리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한 채 국민중심당과 민주당, 고건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형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 2004년 개업한 안산의 치과에 관리 의사를 둔채 수행 비서까지 두고 활동 중이다. 본격적인 정치 재개는 사실이지만 활동무대가 충북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중심당이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카드는 1월11일 자민련 탈당 의사를 밝힌 오효진 청원군수다. 오효진 군수 역시 청주·청원 통합이 무산되면서 군수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최근 유채꽃 축제 지속을 주장하며 출마명분을 구축했다. 청주·청원 통합 무산은 오 군수가 어느 당으로 어느 선거에 출마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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