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지방선거와 관련, 지금까지 충북도지사 선거구도는 아주 단순하게 비쳐졌다. 현직 이원종지사와 한대수 전행정부지사간 양자 대결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변수가 있었다면 자민련 소속인 이지사의 당적변경과 한 전부지사의 한나라당 공천 여부다. 간혹 제 3의 인물들이 거론됐지만 본인들의 의중과는 무관한, 떠도는 여론들이 언론을 통해 한번씩 걸러진 것 뿐이다. 이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현재로선 가장 경쟁력 있는 예비후보임엔 틀림없다. 현직의 프리미엄을 한껏 누리고 있는데다 일반 유권자들에게 임기 초의 이미지를 지금까지 별다른 훼손없이 각인시켜 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 이지사에겐 당적(黨籍)외에 특별한 고민거리는 없다. 상품으로서는 하자가 없는데 이를 포장할 정당 관계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만약 6월 지방선거가 정당구도로 치러질 경우 자민련 소속인 이지사는 기본적으로 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전장에 나서야 할 판이다.

끝까지 기다렸다가 행동할 공산

충북에서 자민련의 지지도는 현재 한자리수를 헤매고 있고, 때문에 이지사의 타당행, 특히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을 놓고 지금까지 숱한 억측과 소문들이 있어 왔다. 가설이지만 이지사가 자민련을 탈당, 다른 당에 입당한다면 본인의 결단 보다는 주변의 여건 조성이 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분위기가 완전히 무르익은 뒤에 행동하는 이른바 숙시(熟枾)주의를 택한다는 것이다. 98년 대선 직후 한나라당을 탈당, 자민련에 들어 갔던 이지사에겐 당적문제는 그만큼 정치적 부담을 준다. 어설프게 당적을 바꿨다간 어느 한순간에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지난해까지는 이지사의 한나라행 여부에 대해서만 여론과 언론의 초점이 맞춰졌지만 올들어선 색다른 변화가 감지된다.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은근히 이지사를 향해 목을 빼는 분위기다. 위험부담은 있지만 선거전의 운용여하에 따라 당선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확신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이지사가 한나라당을 택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 도민들의 정서가 이를 쉽게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행은 이런 부담이 차라리 덜 할 것이다. 과거 공동여당을 경험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정치적 부담을 일단 반으로 줄이자는 전략차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문제에 있어선 아마 본인은 물론 자민련까지 주변의 선처를 기다리는 절간에 간 과부의 심정일 것이다”고 밝혔다.

충남과 충북은 사정이 달라

이지사의 자민련 당적이 자칫 ‘혹’이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은 각 언론들이 신년에 맞춰 특집으로 다룬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났다. 조선일보 여론조사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도지사)의 정당별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충북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24.5%, 민주당 17.9%, 자민련 8% 순으로 답했다. 반면 충남은 자민련 24.3%, 한나라당 17.5%, 민주당 14.2%, 대전은 한나라당 21.2%, 자민련 17.8% 순으로 응답해 충북쪽의 여론과 큰 대조를 보였다. 한국일보 여론조사 역시 충남과 대전에선 각각 자민련 26.2% 27.6%, 한나라당 14.3% 6.9%, 민주당 11.9% 3.4% 등으로 나타나 자민련의 지지도가 월등히 높은 반면 충북에선 자민련이 한나라당 22.6%, 무소속 16.1%, 민주당 12.9%에 이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충청권이지만 충북에선 자민련의 고전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수치는 인물을 배제한 상태에서의 조사결과이지만 현 충북의 분위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한우물을 파는 정치적 신념

한대수 전부지사(한나라당 청주 상당지구당 위원장)는 이지사와의 한판 승부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도지사출마를 공언함으로써 자신이 한나라당의 적자(嫡子)임을 드러냈는데도 이지사의 한나라당 영입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에 측근들조차 아주 불쾌하게 여긴다. 한 전부지사는 자신에 대한 각종 억측에도 불구, 시종일관 한우물을 파는 등 남다른 정치적 신념을 보여 왔다. 재작년 4.13 총선 때도 선거초반 주변의 냉소적 분위기를 극복하고 야당 바람을 일으키며 당선권까지 도달하는 저력을 보였다. 문제는 한 전부지사에 대한 지지도다. 그동안의 몇몇 여론조사에서 도지사 후보로선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도지사보다는 청주시장 쪽으로 선회하는게 경쟁력이 훨씬 높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러나 선거 변수가 대부분 생략된 지금의 여론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이곳 진영의 판단이다. 한 측근의 얘기를 옮기면 이렇다.
“단순히 사람 이름만을 내세운 여론조사는 실체접근을 못한다. 예를 들어 보자. 주민의 절대 다수가 도지사 하면 현직을 우선 떠올릴 것이다. 아주 파렴치범으로 매도되지 않는한 일반 유권자들은 당연히 현직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수치로 나타나는 게 지금의 여론조사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선거는 복합적 요인에 의해 판가름나는 고도의 과정이다. 정당이나 공천문제 등 제반 요인이 제시된 상태에서의 여론조사만이 신뢰성을 갖는다. 지금 한나라당에 대한 도민 지지도가 절대적으로 앞서는데도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선 이것이 생략된채 예비후보자들의 인지,지지도가 남발됐다. 앞으로 선거가 다가올수록 상황은 엄청나게 바뀔 것이다. 물론 초반에는 각종 표창과 홍보인쇄물을 남발하고 동네방네 찾아 다니며 노골적으로 얼굴을 알리는 현직이 다소 유리하겠지만 그 효과는 오래 못간다. 서서이 그 시기가 다가 오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한 전부지사는 그의 평소 스타일대로 밖에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부지런히 골수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대수씨,도지사 출마 배수진

얼마전엔 자신의 정치력과 경쟁력에 대한 논란을 의식했음인지 “도지사 출마 외에는 어떤 상황도 고려하지 않는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가 이같은 소신을 펴기 위해선 역시 한나라당의 공천이 관건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공천과 관련해선 모종(?)의 확신을 갖고있다는 것이다. “지난 16대 총선 때도 누구도 예상못한 공천을 따 냈다. 그만한 신념과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흔들리지 않고 활동하지 않았겠는가. 선거결과는 앞으로 6개월 후에 드러날 것이다. 그 이전의 상황은 모두 과정일 뿐이다.”
6월 도지사 선거양태는 이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점잖은 구도로 진행됐다. 혹자는 이에 대해 “아직 분명히 나타나지는 않지만 내면에선 뭔가 숨가쁘게 돌아 가는 것같다.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은 분위기다. 지금으로선 제 3의 새로운 인물이 부각되는 시점이 아마 폭발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같다. 그래서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한덕현기자


과연 제 3의 인물 부상할까?
정종택 안병우 이동호 이규황 등 거론돼

도지사후보로 과연 제 3의 인물이 부상할까. 지금까지 이원종-한대수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제 3의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이런 의문에 아주 근접해 있는 인물들은 많다. 당장 정종택충청대학장, 안병우 전국무조정실장, 이동호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총장, 이규황 한국경제연구원부원장 등이 꼽힌다. 지난 16대 총선에 예기치않게 출마해 낙선함으로써 이미지를 구긴 정종택씨는 비록 정치적 명분은 많이상실했지만 아직도 ‘역할론’에 있어선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항상 요주의(?) 인물에 속한다.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며 종종 속내를 내비치기도 하지만 워낙 주변의 견제의식이 강하다. 장관급의 공직을 마감한 후 야인으로 남아있는 안병우씨는 현재 입각을 바라고 있지만 이것이 무산될 경우 정치변신도 점쳐진다. 민주당이 도지사 후보의 대안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지사를 지낸 이동호씨는 이미 오래전부터 후보 대열에 올라 회자됐다. 본인의 입장에서야 이런 분위기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지만 그를 만났던 인사들의 얘기는 “정치에 무관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 고위 관료로 한참 잘 나갈 즈음 소위 수서사건의 유탄을 맞아 공직을 떠난 후 지금까지 결정적 계기를 못 만들고 있는 이규황씨는 현직에 그대로 있었다면 지금쯤 장관자리도 넘볼 정도의 인재라는게 정설. 지난 16대 총선에 출마하려다가 중도 포기하기도 했던 그는 “정당으로부터 도지사후보 제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현지의 여론대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 밖에 홍재형의원과 신경식의원도 현재 제 3의 인물 대열에 속한다. 이원종지사가 자민련 당적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그 대항마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홍, 신 두의원을 내세울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본인들은 고사의 분위기가 강하지만 당에서 억지로 밀어낼 경우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들의 정치적 성향, 소위 체질을 감안하면 이런 구상은 쉽지가 않을 듯. 특히 4선인 신경식의원은 앞으로 정치적 입지가 보장된 마당에 굳이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게 주변의 분석이다.
/ 한덕현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