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권영길) 2중(이회창·정몽준) 1약(노무현) … 구설수 겁나, 대선전엔 ‘두주불사’‘영웅본색’ 없다

대폿집 즐겨 찾고, 남의 얘기 귀기울여
권영길 후보 >>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한다”

“90년 초엔가 권영길 선배가 후배들하고 ‘시인통신’이라고 하는 곳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당시 현진영이라는 가수가 ‘현진영 GO 진영 GO’라는 노래를 부르며 독특한 춤(힙합춤)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권 선배가 갑자기 후배들 앞에서 현진영의 춤을 흉내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권영길 후보를 잘 아는 지인의 회고담이다. 지금은 진보정당의 대선후보지만 60살이 다 된 권 후보가 힙합춤을 추었다는 사실은 잘 믿기지 않는다. 그 지인에 따르면 권 후보는 “젊은이의 문화코드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고 한다.
권 후보는 술자리에서 자기 얘기를 적극적으로 하기보다 남의 얘기를 듣고 종합 정리하는 스타일이다. 소위 ‘경청형 술꾼’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술을 오랫동안, 자주, 많이 마시는 유형에 속한다. 당연히 주량도 만만치 않지만 공식주량은 소주 1병이다.
<서울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남재희 전 장관은 “30명쯤 되는 사회부 기자와 술을 마시면 끝까지 따라붙어 ‘국장, 2차 사시오’ 하는 것이 권영길 기자”라며 “술이 장사였다”고 권 후보의 기자 시절을 회고한다.
“권 후배는 지금도 술이 세다. 마치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듣기만 하지 영 말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과묵은 생각해 보면 이해할 만하다. 그 쟁쟁한 신문기자들의 운동체인 언노련이 아닌가. 또 진보를 표방하는 억센 노동운동가들의 다양한 세력의 집합체인 민주노총이 아닌가. 진보정치 그룹인 국민승리21도 그 다양성은 두말할 것 없다. … 그러니까 그 지도급 인사는 되도록 과묵할 수밖에 없다.”
요즘 생맥주집을 즐겨 찾는 권 후보는 안주를 잘 챙겨 먹지 않는다. 그의 파리특파원 시절 이야기 한 토막.
“파리에 처음 갔는데 거기는 우리식 술집이 없으니까, 카페 같은 데서 맥주 한 잔 정도 마시는데 안주가 없어. 그냥 술만 마시는 거야. 거기 사는 동안은 술에 안주가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지. 여기 와서 술에 안주가 따르는 걸 보니 참 어색하더라고.”
권 후보는 또한 전형적인 ‘서민형 술꾼’이다. 그는 양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선술집이나 대폿집에서 맥주나 소주, 정종을 마신다. 물론 기분 좋으면 노래도 한 곡 불러 제낀다. 그의 18번은 ‘봄날은 간다’지만 ‘고향의 봄’과 ‘맨발의 청춘’도 가끔 부른다. 주위에서 ‘음치’라고 할 만큼 노래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라고 한다. 유일한 술버릇은 술자리에서 물끄러미 후배들을 바라보다가 ‘누구야’ 하며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요즘 권 후보의 술벗은 천영세 민주노동당 부대표. 예전에는 김중배(MBC 사장), 박권상(KBS 사장), 김근(연합뉴스 사장), 남재희(전 노동부 장관) 등 쟁쟁한 인사들과도 자주 술자리를 가졌다.
권 후보가 즐겨 찾는 술집은 무교동의 골뱅이집과 정종대폿집인 ‘우리집’, 종로2가 농협 뒤편의 ‘시인통신’ 등이다. 남재희 전 장관과 술을 마실 때는 주로 인사동의 ‘평화만들기’(일명 혜림이네집)와 종로구청 앞의 ‘감촌순두부집’에 자주 갔다고 한다. 요즘에는 술벗인 천영세 부대표의 집 앞에 있는 조용한 맥주집도 어느새 단골술집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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