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권영길) 2중(이회창·정몽준) 1약(노무현) … 구설수 겁나, 대선전엔 ‘두주불사’‘영웅본색’ 없다

즐겨 마시지도 가려 마시지도 않는다
노무현 후보 >> 술 마시면 흥겹게 노래 한 자락

노무현 후보와 술은 그리 큰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노 후보의 주량은 소주 반병과 맥주 1병반. 노 후보 비서진들에게 ‘노무현과 술’에 대해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다. “노 후보는 별로 술 안해요.”
원래 술을 즐겨하지 않는데다 지난해 당내 경선 준비에 들어간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멀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노 후보 경선 캠프에 합류했던 한 비서는 “점심 때 어쩌다 반주 살짝 하게 되는 것을 제외하고 노 후보가 술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예 술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자신이 나서서 술을 권하지는 않지만 자리의 분위기에 따라 술을 마다하지는 않는다. 주량이라는 소주 반병과 맥주 1병반도 더 이상은 못먹는다거나 먹으면 완전히 인사불성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노 후보와 15년을 같이한 이기명 후원회장은 “소주 한 병 정도 먹으면 흥겹게 노래를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술 먹고 혀가 꼬이거나 하는 것은 지난 15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술 종류를 특별히 가리지도 않는다. 소주부터 맥주, 와인, 폭탄주까지 특별히 좋아하는 술도 없지만 특별히 못 먹는 술도 없다. 좋아하는 브랜드도 없다. 노 후보의 수행비서는 “내가 본 중에 가장 많이 마신 때는 폭탄주 네 잔까지 봤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 금방 표가 난다. 그러니까 주량으로 밝히고 있는 맥주 1병반은 딱 얼굴이 빨개지기 직전의 양인 것이다.
노 후보가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자전에세이 <여보, 나좀 도와줘>에 노 후보는 술을 처음 먹기 시작한 시기를 이렇게 적고 있다.
“1학년을 그럭저럭 보낸 후 2학년이 되면서 난 ‘농땡이’를 치기 시작했다. 머리를 안 깎이려 시험 기간에 도망을 치기도 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과 담배를 배우기도 했다. …한 마디로 고등학교 시절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노 후보는 고등학교 졸업 후 첫 직장인 어망회사에서 받은 첫 월급 6000원을 가지고 고시 공부용 헌 책 몇을 사고 나머지는 술 마시고 영화 보는데 모두 써버리기도 했다.
노 후보의 술버릇은 무엇일까. 굳이 꼽는다면 말이 조금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기명 후원회장은 “술을 마시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로 좌중을 휘어잡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노 후보는 흘러간 옛 가요는 거의 다 안다”고 귀뜸했다.
노 후보의 18번은 ‘젊은 연인들’. 그외에도 ‘아침이슬’과 ‘어머니’ 등이 그가 자주 부르는 노래다. 특히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로 시작하는 ‘어머니’는 노 후보가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는 곡이다.
지난 87년 6월 18일 부산에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서면 로터리의 경찰 방어선을 뚫고 범냇골까지 진출할 때, 몇몇 청년들 사이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와 삽시간에 번졌다. 당시 시위대 있던 노 후보는 노래를 부르며 힘차게 걸어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 사랑하는 친구들, 정의를 위해 자기를 던져 싸워 온 동지들,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젊은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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