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도하(都下)신문들은 전국 각 지역의 범죄 발생률을 일제히 보도해 흥미를 끌었습니다. 신문을 펴든 독자들은 저마다 ‘내 고향은, 내가 사는 곳은, 어떨까?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범죄 발생률 청주시 최고’라는 기사 제목을 보는 순간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청주’가 전국 제일의 범죄도시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충격이었습니다.
1974년으로 기억됩니다. 우리는 늘 ‘기사빈곤’으로 고심을 했습니다. 오늘은 무슨 사건이 없나, 사고는 없나, 하고 일이 터지기를 날마다 고대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쫓기듯 신문을 제작해야 하는 편집국기자들로선 기사거리가 없을 때 늘 쩔쩔매게 마련입니다.
그때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대전에서 택시를 타고 온 승객 둘이 시청 옆 모 여관에 투숙해 강도로 돌변, 기사를 목 졸라 죽이고 돈을 훔쳐 달아난 것입니다. ‘대단한 사건’ 이였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다니, 우리는 흥분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살인현장을 봐야한다고 기자들이 10여명이나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갔던 것입니다. 그 사건은 당연히 이튿날 신문의 톱을 장식했습니다. 그때 청주 인구가 20몇만 이었으니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야기 입니다.
그로부터 28년, 이제 청주는 전국제일의 ‘범죄도시’가 되었습니다. 입맛이 떫지만 대검찰청의 공식발표이다 보니 뭐라 변명할 여지도 없습니다. 자료를 보면 인구 40만 이상 전국 20대 도시 중 지난해 인구 대비 범죄 발생률은 10만명당 6010건을 기록한 청주가 범죄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는 것입니다. 청주 다음으로는 마산(5476건), 광주(5101건), 포항(4639건), 전주(4471건)등의 순서였습니다. 반면 제일 적은 도시는 안양(2833건)이었고 안산(2928건), 부천(3211건), 고양(3332건), 제주(3356건)가 뒤를 이었으며 의외로 서울은 4263건으로 20대도시중 10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어떻게 되었기에 우리고장 청주가 범죄도시의 악명을 얻게 되었을까, 한 마디로 어이가 없습니다. 지난 날 청주는 일년 가야 불미한 사건 하나 일어나지 않는 그야말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살기 좋은 도시였습니다. ‘양반의 고장’이란 그래서 나온 말입니다. 그랬기에 우리는 전국 어디엘 가나 청주사람임을 자부했고 또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전국제일의 범죄도시가 되었다하니 도무지 믿을 수 가없습니다. 도대체 누가 청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까.
정말 화가 납니다. 그래서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했습니까.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겠다고 선거 때면 사자후를 토하던 사람들, 그 동안 무얼 했습니까. 그 많은 내노라하는 사람들, 무얼 했습니까. 그 많은 사회단체들은 또 무얼 했습니까. 우리의 청주가 범죄의 도시가 되도록 당신들, 무엇을 했습니까. 모두가 ‘교육문화의 도시’라는 공허한 구호에 도취해있는 동안 청주는 그렇게 범죄도시화 되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까. 누가 부인할 수 있습니까.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엑스포보다, 비엔날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오성전철역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말입니다. 무엇입니까. 시민들이 안심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를 가꾸는 일입니다. 그런데 누가 그것을 가꾸었답니까.
부끄러움을 알아야 합니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이제라도 청주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다 같이 나서야 합니다. 이 땅 청주는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서 자라 이 땅에 살며 이 땅에 뼈를 묻을 우리 모두의 고향이요, 삶의 터전입니다. 더 늦기 전에 60만 시민이 모두 일어나 이 땅을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되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 청주는 범죄 없는 아름다운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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