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행정구역 개편에 귀중한 자료로도 제공

충청리뷰와 충청북도산악연맹이 2006년 신년을 맞아 공동으로 추진하는 충북도계 탐사는 이 분야에 있어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충북 도계에 대한 답사는 지난 86, 87년 2년간 충청일보에 의해 시행된 ‘충북도계 종주’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도계종주에 대한 당시 반응은 거국적이었고, 그 결과물은 책자 등 기록물로 남아 여전히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때의 도계종주는 말 그대로 산행위주의 종주(縱走) 개념에 머물러 아쉬움을 샀다. 기간도 2년중 63일에 불과, 도계의 모든 것을 담아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번 도계순례는 개념부터 다르다. 종주를 기반으로 도계의 모든 것, 예를 들어 환경, 생태, 식생, 문화, 역사 등에 총체적으로 천착한다. 때문에 사업의 명칭도 ‘충북도계 탐사’로 정했다. 이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앞으로 환경 문화 역사 관련 시민단체가 분야별로 동참하게 되며 학계의 전문가도 탐사활동에 투입될 전망이다. 말 그대로 도계를 중심으로 한 자연과 인간의 모든 것을 탐사에 담아 내는 것이다.

충청북도 도계의 총연장은 현재 도상거리로 970㎞나 된다. 한반도 유일한 내륙도인 충북은 6개의 타 도(道)와 접경을 이루는데, 이에 해당되는 행정지명만도 총 50여개에 이른다. 때문에 충북은 같은 광역자치단체이면서도 도계에 따라 서로 다른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왔고, 이의 체계적 정립과 기록이 오래전부터 요구됐던 게 사실이다.

2006년 새해 연초에 시작될 충북도계탐사는 장장 4개년이 소요되는 연차 사업으로 추진된다. 앞으로 격주 탐사로 진행되는데 그때 그때의 탐사내용은 충청리뷰 본지를 통한 기획보도와 함께 향후 사진과 영상을 동반한 기록물로 정리돼 보존된다. 실제적 탐사는 북부 동부 남부 서부권역 등 구간별로 나눠 실시되며 이에 따른 탐사대 구성은 일종의 ‘맞춤형’으로 계획된다.

각각 전문분야에 대한 전문가 투입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진천 음성 충주 제천을 잇는 북부권은 관광지화가 덜 된 곳으로, 종주 코스 역시 미답의 신천지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군을 기점으로 하는 동부권은 도내 대표적인 관광지가 산재한 곳으로, 여기에선 생태변화와 각종 문화적인 요소가 탐사의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지산과 삼도봉 서대산군을 연결하는 남부권과, 대청호 금강 오송 오창 등을 중심으로 하는 서부권 역시 각각 독특한 자연환경과 인문(人文)을 보유, 탐사의 긴장감을 안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도계탐사를 주도하는 연방희 충북산악연맹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도계탐사가 모색됐지만 워낙 방대한 사업인데다 마땅한 노하우가 없어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용기를 내게 됐다. 도계의 모든 것에 접근하기 위해 4년 연차사업으로 구상했다. 하지만 혹한기와 일기불순, 구간별 탐사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것도 부족할 것같다. 처음엔 핵심요원으로만 탐사대를 구성, 소규모로 출발해 점차 분야별 동참자를 이끌어 낼 참이다. 대략 연인원 1000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예산문제가 신경쓰이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사업의 취지와 목적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 아직 씩씩하게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지역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갖겠다. 반드시 성공 사업으로 이끌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계 탐사는 환경이나 문화적 측면에서도 주요하지만 향후 예상되는 행정구역 개편에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한다. 우리나라 행정구역 경계가 지나치게 수계에 의존하기 때문에 현재 이로 인한 모순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도계 탐사에선 이런 문제에 대한 합리적 시각의 성찰도 있게 된다.

“충북도계 탐사는 산악문화의 대중화 의미”
연방희 충청북도산악연맹 회장


앞으로 4년간 충북도계 탐사를 이끌 연방희 충북산악연맹 회장(54)은 도계탐사의 취지를 색다른 시각에서도 바라 보고 있다. 산악문화의 대중화 내지 시민운동화로 해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산악문화의 최고 의미가 높고 험한 산을 오르는 것이었다. 국가간 경쟁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게 그 나라 산문화 평가의 잣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등산 장비와 기술의 발달로 높은 산에 오르는 것만으론 더 이상 감흥을 주지 못한다. 산악인들에게 전설과도 같은 세계 8000m 이상의 모든 산, 즉 14좌를 오른 산악인만도 한국에 3명이나 된다. 대외에 과시하는 산악문화는 이젠 바뀌어야 한다. 때문에 앞으로는 산악인들의 활동목표도 변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 대안이 대중화 내지 시민운동화라고 생각한다. 사회와 대중속으로 눈을 돌려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일면의 노력이 이번 도계탐사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워낙 방대한 사업인데도 연회장은 오히려 축소지향의 생각을 갖고 있다. “사업이라는 말 자체가 나에겐 거북하다. 조사 및 탐사활동을 벌이는데 있어 우리가 산악 메커니즘을 접목시킨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 탐사대 구성은 철저하게 슬림화 해 불필요한 낭비요인을 철저히 차단하겠다. 향후 4년으로 기획된 장기간 사업이기 때문에 이런 치밀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산악연맹은 새해에 아주 의미있는 이벤트를 또 하나 준비하고 있다. 오는 2월 쯤으로 남북 산악인이 같이 하는 금강산 빙벽등반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연회장의 말대로 산악문화의 변화, 자신들의 활동을 통일운동으로 승화시키려는 의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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