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출금으로 매입한 산업폐기물업체 2억원 현금로비 파문

지난 98년 충북 최대 대출사기 사건으로 기록된 청주 내덕농협 500억원 불법대출 사건의 후유증이 충남 보령시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당시 청주지검 조사결과 사기범 윤태한씨(2004년 사망)는 97년 불법 대출자금 가운데 50억원으로 보령에 소재한 산업폐기물처리업체 (주)보령화성산업을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지난 2001년 허가기간이 만료된 화성산업이 증설허가를 받기위해 주민민원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현금 2억원을 반대운동 주도하는 목사에게 전달하려다 경찰에 덜미가 잡힌 것. 

보령폐기물매립장증설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투위) 공동위원장인 이풍우 목사는 지난 23일 밤 9시경 (주)보령화성산업 정모 사장이 사택에 찾아와 교회예배당에서 10여분간 만났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폐기물매립장을 할 수 있도록 반대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 목사가 "아무 것도 도와줄 것이 없다"며 거절하자 곧바로 돌아갔다는 것.

하지만 이 목사는 집안으로 들어가다 현관 입구에 현금이 담긴 가방 두개를 발견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서 확인해보니 가방 하나에 1억원씩 모두 2억원이 들어있었다.

이에대해 정 사장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현관 앞에 돈을 두고온 것이 사실이다. 이 목사와는 아무런 채권채무관계가 없고 쓰레기 매립장 설치를 위해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주민들이 반대해 협조를 구하기 위해 돈을 주려했다"고 말했다는 것. 경찰은 정 사장에 대해 배임증재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초 보령화성산업의 실소유주는 98년 불법대출 사기사건의 주범인 윤태한씨이지만 사건직후 구속수감되면서 대리사장으로 청주 남 모씨를 내세웠다. 윤씨는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99년 12월 31일 밀레니엄 특사로 가석방됐다. 출소후 서울로 이사간 윤씨는 2001년 산업폐기물처리 허가기간이 만료되자 화성산업의 증설허가를 받기 위해 보령시와 반대주민들을 상대로 무마작업을 벌이다 지난해 암 발병으로 사망했다.

윤씨의 사망이후에도 폐기물처리장 증설허가를 추진해온 청주지역 사업자들이 자금마련을 위해 투자자 물색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500억원 사기대출의 주범인 윤씨는 2년간의 수감생활 동안 측근에 맡겨둔 돈과 사업체가 부실해져 주변사정이 악화된 가운데 암이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충북농협의 98년 불법사기대출 사건직후 채권보전조치로 화성산업에 5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기존 화성산업 매립장 부지 8000여평은 충북농협의 경매신청으로 2003년 6월 7억6990만원에 낙찰됐다.

이에대해 주민반대대책위 최영철씨는 “여자이름으로 낙찰을 받았는데 화성산업과 관련된 인물로 알고 있다. 대리인을 내세워 낙찰받은 의혹이 짙고 어차피 증설허가를 받으려면 기존 매립장 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당초 충북농협에서 경매신청할 때도 이를 막기위해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청주지역 Y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농협에 전화를 걸어서 ‘밀린 이자를 받고 우선 경매신청을 미룰 수 없느냐’고 청탁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내 고향땅에 5년간 산업폐기물을 끌어다 묻은 것도 억울한데, 4만평에 달하는 부지를 내달라는 것은 우리한테 고향을 떠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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