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 노조원 천막농성 1년 맞아

<한겨레신문>하이닉스 매그나칩 반도체 사내 하청 노조원 120여명은 2년째 길에서 성탄절을 맞았다.

비정규직 노조원들인 이들은 꼭 1년 전인 지난해 12월25일 새벽 4시 직장폐쇄로 거리에 내몰렸다. 해고 노동자 유아무개(35)씨는 “회사가 어려울 때 참고 열심히 일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 최저 수준의 기본급 보장 등 이제 우리 형편 좀 봐달라고 했더니 내몰았다”며 “참담한 배신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밤 11시. 10여명의 노동자들은 길 건너 회사를 향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쳤다. 울분과 한이 밴 역설이다. 회사는 답이 없다.

   
▲ 영운동 성당 신성국 신부가 농성 천막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천막농성 344일’이라고 적힌 천막으로 돌아와 그들만의 조촐한 성탄 축하연을 열었다. 조남덕(32)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이 제사를 마치고 가져온 전, 부침에 맥주, 과일 등이 차려졌다. 박순호(38) 부지회장은 “성탄이라 아이들과 지내려다 하루 종일 한숨만 쉬다 천막에 나왔다”며 “천막의 노동자들이 그나마 서로의 위안”이라고 말했다.

새벽 1시께 청주 영운동 성당 신성국(45)신부가 성탄 미사를 마치고 천막을 찾았다. 신 신부는 23일부터 농성천막 앞에 작은 텐트를 치고 응원 농성을 하고 있다. 그는 “모두에게 복되고 기쁜 성탄만은 아닌 것 같아 착잡하다”며 “소중하고 소박한 마음들은 언제나 승리한다”며 용기를 북돋았다.

해고 1년만에 농성 노동자들의 삶은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찌들리고 있다. 하아무개(37)씨는 2800만원 전세방에서 살았지만 1년 사이 생활비 등으로 2300만원을 얻어 쓰는 바람에 지난달 500만원을 쥐고 거리로 몰렸다. 그 돈으로 도저히 방을 구하지 못하자 그는 셋방에 있던 옷장, 텔레비전 등을 회사 정문에 쌓아둔 채 구속된 신재교(35) 지회장의 셋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부인이 암 투병 중인 조합원과 사글세·임대료 등은 물론 전기·수도료를 내지 못하는 노조원도 많다. 주유소, 식당, 피시방, 공사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지만, 요즘은 폭설에다 날씨마저 추워져 일거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천막 농성하는 노동자들은 ‘정당한 투쟁은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미 대전지방노동청이 회사의 행위를 불법 파견으로 판정했으며, 충북노사정위원회도 회사 쪽에 대화를 권고했다.

유아무개(35)씨는 “10년 가까이 정들었던 내 기계를 내 손으로 만지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며 “이번 성탄에는 일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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