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만원 전세보증금 뺄 위기서… 완납 고지서 받아

<뉴시스>“지옥같은 한 달을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하나님께서 성탄절에 맞춰 큰 선물을 주시는지….”

철부지 고교생 아들의 ‘국제전화데이트’로 2500만원이란 날벼락같은 전화요금 청구서를 받고, 한 때 삶을 포기하다시피했던 박모씨(46·충북 증평군 증평읍).

며칠 전 통신회사로부터 뜻하지 않던 소식을 들은 박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5일 안타까운 소식이 첫 보도된 이후 한 달만에 통신회사로부터 요금이 완납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

이날 집에서 만난 박씨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는 사라졌지만, 맘고생이 심했는지 무척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의 손에는 2005년 9월부터 11월분까지 전화요금이 모두 ‘완납’됐다는 고지서가 쥐어져 있었다.

주위로부터 어떤 도움을 구체적으로 받았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입을 굳게 다문채 미소만 지었다.

지난 한 달동안 박씨의 생활에는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가뭄에 콩나듯 다니던 교회(도안제일교회)에 더욱 열심히 나가게 됐고, 직장에서는 동료 환경미화원들과 사장이 모아준 100여만원의 성금도 받았다.

주위 사람들로부터는 ‘전화요금 아저씨’, ‘2500만원 아저씨’라는 듣기 싫은 별명도 덤으로 얻었다.

어려운 살림에 세 개나 갖고 있던 휴대전화는 모두 계약해지했다. 물론 재산의 전부인 1900만원짜리 전셋집은 변함없이 가족의 보금자리로 남게 됐다.

하마터면 온 가족을 거리로 내몰뻔한 단초를 제공한 아들 박군(17)도 모처럼 웃음을 되찾았다.

박군은 “아빠가 용서해주신다면 앞으로는 공부만 열심히 하고 아르바이트해서 꼭 대학 가고싶어요. 살아가면서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성탄 예배를 드리기 위해 성서를 쥐어들고 일어선 박씨는 이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교회 가서 하나님께 기도할래요. 성탄절에 큰 선물을 주셔서 고맙고, 고마운 분들께 빚을 갚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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