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전 청주시장이 26일 환영식을 가진 한나라당 입당자 명단에 빠졌다. 아직(?) 입당을 안 한 것이다. 그렇다고 김 전시장이 한나라당과 등을 진 것은 아니다. 그 역시 내심으론 오래전부터 한나라당을 원했고, 실제로 이를 위해 나름대로 정치력을 발휘해 왔다. 문제는 공천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지금까지는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김 전시장과 오제세 전부시장(현 인천 부시장)이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여론화됐으나 한나라당 청주시장 후보문제는 향후 도지사 선거구도와도 맞물려 현재로선 정답에 근접한 판단을 내리기조차 힘들다. 제 3의 인물부각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시장이 한나라당에 입당했다가 공천을 못받게 되면 또 탈당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해석은 한나라당과 주변의 의견일 뿐이다. 정작 본인은 “아직 나를 원하는 당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간단하게 말한다. 김 전시장은 자신의 한나라당행 미결행에 대한 숱한 억측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선거는 내년 6월에 있다.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른다. 공천문제도 그렇다. 내년 3, 4월이나 되어야 구체적으로 거론될 것이다. 정치 현안을 성급하게 생각하면 반드시 탈이 난다. 굳이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어떤 정당이든 나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앞뒤를 정확하게 따져 보고 선택할 것이다. 정당에 대해 결코 연연하지 않는다. 이미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활동하고 있잖은가. 그만한 자신감이 있다.” 26일 입당자 환영식과 관련, 한나라당측은 김 전시장에게 먼저 입당을 제의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는 반면 김 전시장은 “당의 공식 채널을 통해 제의를 받았지만 아직 시기가 아닌 것같아 고사했다”고 다르게 말했다.

분위기 익을 때까지 결정 미뤄

사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한나라당을 내심 원하기 때문에 이번에 입당한 후 자가발전을 통해 우선권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 봤다. 천생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김 전시장의 개성과 기질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정당 문제에 대해 아주 신중한 입장이고, 그 이유를 지난해 4.13 총선에서도 찾을 수 있다. 98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그는 지난해 16대 총선 때 또 한번의 정치적 승부를 걸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시기를 내년 지방선거로 미뤘다. 당시 한나라당 입당과 동시에 공천까지 넘봤다가 한 대수 전부지사(현 한나라당 청주상당지구당위원장)에게 밀린 것이다. 이 때 김 전시장이 공천을 따내기 위해 중앙당을 찾아 벌였던 작업(?)은 비록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눈물겨웠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김 전시장은 이에 대해 “당에서 공천을 주기로 해 놓고 약속을 어겼다. 정치라는게 다 그런게 아니냐”며 반문했다. 역시 천생 정치인다운 발상이다. 그러나 이 때의 실패가 지금까지 교훈으로 남을 수 밖에 없고, 때문에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관망할 조짐이다.

“정치판의 얘기는 알아서 판단”

김 전시장은 98년 선거에 떨어진 후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난 것으로 평가된다. 자신의 정적(政敵)인 나기정 현 시장이 주인이 되는 자리에도 여지없이 나타나 얼굴을 알렸다. 이를 두고 주변의 여론은 현재 비판과 기대감, 그리고 동정론으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너무 정치 지향적인 성향을 비판하는가 하면 “차라리 내숭떨지 않는 솔직한 성격이 좋다”고 옹호하는 골수 신자들도 많아졌다. 지역 정계의 한가지 통설은 김 전시장의 고정표가 2만여표라는 것이다. 만약 이말이 맞다면 그가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정당만 제대로 탄다면 당선 안정권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솔직한 진단을 부탁하자 그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따르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테지, 글쎄 정치판의 얘기는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니까”라며 대수롭지 않게 일축했다. 그는 특이하게도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지지도가 차순위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비난해 왔다. 지난 98년 선거에선 나시장과 김 전시장이 각각 66721표(36.8%)와 55674표(30.7%)를 얻어 약 1만여표 차이를 보였다.
/ 한덕현 기자


“우리한테 도움될만한 사람을 밀자”
직능단체 선거개입 위험수위
출마예상자들도 교묘하게 선대기 경쟁

선거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람들은 소위 ‘표를 몰고 다니는’ 층이다. 그 대상은 개인이 될 수도 있고 여러 사람들이 모인 단체가 될 수도 있다. 개인은 자칫 선거꾼 내지 브로커로 매도되기 십상이고, 실제로 그들의 정체성 때문에 출마 예상자들이 손을 내밀기까지는 상당한 심사숙고가 필요하지만 단체는 오히려 접근하기가 쉽다. 이미 대외적으로 성향이 드러난데다, 특히 해당 단체를 이끄는 몇몇 인사들의 체질(?)이 감지될 경우 후보자의 입장에선 한번 부담없이 추파를 던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들 단체를 껴안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상대적으로 특정 직능단체의 선거개입도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얼마전 도단위 모 직능단체의 임원 모임에선 한바탕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상정한 후 과연 도지사와 청주시장 후보중 누가 가장 적합한지를 노골적으로 따져 본 것이다. 이 자리에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이 단체의 임원들은 현재 주변 사람들에게 은근히 자신들의 의사를 주입시키고 있다.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더 솔직히 말해 예산지원을 통해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사를 내정해 놓고 분위기를 잡는 것이다.

잘 뽑아야 예산을 많이 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되도록이면 우리 단체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뽑을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시대엔 특정 단체가 활동하는데 있어 이 단체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호. 불호(好. 不好)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예산지원을 받을 때도 자치단체장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선거법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는 지지활동은 못 펴도 나름대로 도움이 될만한 후보를 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단체에 속한 한 임원은 “각 후보들이 노골적으로 구애하는 형상마저 빚어지고 있다”고 실상을 소개한 후 “그들의 입맛대로 움직일게 아니라 단체 스스로 후보를 택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밝혔다.
역대 선거때마다 직능단체들의 선거개입 시비는 늘상 있어 왔다. 정권이 의도적으로 이들 직능단체를 이용한 시절도 있었다. 민선 자치 이후에도 직능단체들의 선거개입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이른바 관변 단체를 비롯한 각종 단체에 보조금 명목의 예산지원을 교묘하게 늘리는 수법을 주로 사용했다. 각종 단체의 공조직을 이용한 특정 후보 지지는 선거법에 위배된다. 공식선거기간 이전의 이런 행위는 사전선거운동(법 254조)에 해당되며 선거기간중의 행위는 단체등의 선거운동금지 조항(법 87조)에 저촉된다.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 개인이 특정 후보에 대해 지지여부를 논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렇더라도 직능단체나 그 단체의 대표자 명의로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여부를 표명하는 것은 위법이다. 충북도 선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종 직능단체들의 선거운동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사실 심증은 많았지만 물증을 찾기가 어려웠다. 선관위에서도 이 문제에 아주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처하고 있다. 언론에서 자주 여론화해 당사자들한테 분위기를 환기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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