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찾기 속편, 흥덕사 복원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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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찾기 속편, 흥덕사 복원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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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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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식의원 5억 교부세 확보, 흥덕사 복원 불씨 지펴
김현문시의원·불교신도회, ‘복원 안되면 중창하자’ 적극나서
학계, ‘복원 고증 전제돼야, 특정세력 주도 우려, 범도민 추진위 설립’ 주장

최근 직지와 흥덕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직지 세계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청주시는 지난달 13일 한국문화정책연구원에 용역의뢰한 ‘직지의 세계화, 청주의 세계화’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또한 지난달말 청주시 주최로 열린 ‘직지기념일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직지의 날’ 제정과 ‘민간 법인설립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흥덕사 복원의 당위성 여부를 놓고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복원 지지론의 중심에는 청주시의회 김현문의원과 불교 신도협의회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윤경식의원(청주 흥덕)은 행자부로부터 흥덕사 복원 명목으로 교부세 5억원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학계·관계 인사들은 ‘고증자료 부족으로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무망론을 내놓고 있다. 또한 복원 추진과정을 지켜본 지역문화계 인사들은 ‘특정세력의 주도적 역할‘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흥덕사 복원을 둘러싼 논쟁의 가운데로 찾아간다. (편집자주)

주시 운천동에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자리잡은 것은 바로 곁에 흥덕사지, 직지를 발간했던 절터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4년 한국토지공사가 운천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시작하면서 청주대박물관이 운천동사지 발굴조사를 벌이던 중 절터를 발견하게 된다. 이듬해 ‘서원부흥덕사(西原府興德寺)’ 글귀가 새겨진 청동금구가 출토되면서 이 절터가 바로 직지를 인쇄한 흥덕사지로 판명됐다.
이에따라 당시 문화공보부는 흥덕사지 일원에 대한 개발중지 및 보존지시를 내리고 86년 흥덕사지 1만711평을 사적 제315호로 지정했다. 흥덕사의 배치는 중심축 선상으로 중문, 탑, 금당, 강당이 있고 이들 좌우에 동·서 회랑이 둘러싼 삼국시대 전통양식을 보이고 있다.
흥덕사 복원론의 진원지는 과거 청주시민회 산하 직지찾기운동본부 임원이었던 김현문시의원과 김영환씨(조계종 제5교구 신도연합회 사무국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의원은 99년 직지 상표권 출원소동으로 타의에 의해 짖지찾기운동본부를 떠났고 뒤이어 김씨는 스스로 탈퇴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지역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한 순수민간 직지법인 설립사업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김의원은 집행위원장직을 희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선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결국 김의원이 배제된채 집행부를 내정했으나 막판에 일부 인사가 사퇴표명을 하는 바람에 법인설립은 무산되고 말았다.

흥덕사복원 세미나로 불지펴

김의원 개인적으로는 직지로 인해 두 번째로 겪은 좌절이었다. 여기에 굴하지않고 김의원은 흥덕사 복원사업으로 초점을 맞추어 갔다. 지난 5월 충북정론회(회장 박종호), 유네스코충북협회(회장 김효동), 조계종 제5교구 신도연합회(회장 김정길) 공동주최로 흥덕사 복원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세미나를 준비한 김의원은 “직지를 인쇄한 흥덕사는 절터만 남겨둔채 방치하고, 원본도 없는 박물관만 확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문화유산 직지를 제대로 인식시키고 홍보하기 위해서는 흥덕사를 복원해 금속활자 제조과정을 직접 재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직지찾기와 함께 흥덕사를 복원하는 문제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 복원론을 강조한 주성대 이세열학술지원팀장은 “기본적인 하드웨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직지만 강조하는 것은 방향이 잘못됐다고 본다. 직지가 만들어진 흥덕사 복원은 당연한 것이며 안될 경우 중창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금당만 복원해 놓고 그나마 프라스틱 불상을 안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실제로 스님들이 거주하면서 금속활자 주자를 재현한다면 살아있는 박물관이 될 것이다. 자치단체·정부부처가 복원주체로 나서고 운영은 불교단체에 위탁하면 될 것이다. 일부에선 위탁운영할 경우 영리사업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모양인데…, 흥덕사의 역사성 등을 감안할 때 그런 상황까지 가겠는가”고 말했다.

’설계도없이 집짓나’ 복원 무망론

하지만 복원론은 현행 문화재 관련법을 도외시한 ‘무지의 소치’라는 반론이 만만치않다. 청주대 박문열교수(문헌정보학과)는 “흥덕사지는 사적지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들 동의를 얻지 않고는 나무하나 옮길 수도 없는 곳이다. 흥덕사 고증자료가 절대부족한 상황에서 마치 설계도 없이 집을 짓자는 것인데, 문화재위원들이 동의하겠는가? 복원은 그 자리에 옛모습 그대로 짓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중창이라면 다른 장소에 짓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문화재적 가치가 떨어지는 중창은 문화재청의 예산지원이 힘들테고, 결국 자치단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지난 5월 세미나는 복원 당위론을 전파는 홍보이벤트장 같았다. 우선 행사주체부터 모호하다. 불교신도회 같은 데서 나설 성격이 아니지않는가? 주제발표를 한 동국대 모교수도 사찰조경학을 전공한 분이었다. 그날도 복원론이 반박을 당하니까, 꺼낸 것이 중창론이었다. 주민세비로 대중사찰을 지어 위탁관리로 맡기자는 것인데, 어느정도 시민동의를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행자부서 문화재 복원예산 빼내

한편 한나라당 윤경식의원은 지난 18일 행자부로부터 흥덕사 복원예산으로 교부세 5억원을 배정받았다고 발표했다. 윤의원의 예산확보 배경에는 김현문시의원 등의 사전보고가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의원의 예산확보는 흥덕사 복원이라는 원대한(?) 꿈에 일단 활시위에 건 셈이다. 하지만 학계의 우려대로 문화재청이 흥덕사 복원을 기피할 경우 청주시가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다. 복원이 아닌 중창이라면 어느 정도 지방비를 투입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고, 물론 기부체납 방식의 민자유치도 구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사찰의 민자투자자는 당연히 불교단체일 것이고 자칫 기독교계의 반발을 불러들일 소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윤경식의원과 김시의원등은 흥덕사 복원을 위한 ‘범시민 민간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의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등 3대 불교종단에서 흥덕사 복원(중창)사업에 대한 사전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추진인사들의 물밑작업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청주고인쇄박물관측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 조계종 총무원에서 방문해 흥덕사 복원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것이다. “총무원 스님과 직원 2명이 찾아와 흥덕사 복원계획이 있느냐, 복원한다면 참여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었다. 그래서 ‘문화재청 소관이기 때문에 우리가 결정하기 불가능하다. 관심이 있다면 관련 부처에서 예산을 편성하도록 힘을 써보라’고 대답했었다”고 말했다.

청주시, 직지 종교색채화 경계

이후 지난 3월 불교신도회 김영환씨가 청주고인쇄박물관 김종벽관장을 찾아와 흥덕사 복원구상을 밝혔다는 것. 이에 김관장은 “철저한 고증과 사료가 없이는 복원은 힘들 것이다. 직지는 세계의 문화유산인 만큼 특정 종교계에서 일을 추진하고 차후 위탁관리를 맡는다면 타 종교간 마찰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 이밖에 김씨등은 흥덕사지에 복원된 금당에서 월드컵성공개최를 위한 기원법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5월 석가탄신일 행사로 진행됐는데, 불상 점안식 여부를 둘러싸고 박물관측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임 나기정시장은 종교간 갈등소지가 있기 때문에 흥덕사지 행사에 불교의식을 배제하려고 했지만 행사상황이 그렇지 못했던 것.
이후 지난 5월 충북정론회, 유네스코충북협회, 조계종 제5교부 신도협의회 공동주최로 흥덕사 복원에 대한 세미나를 열게 된 것. 3개 단체는 흥덕사 복원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나 세미나 참석자 일부가 복원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주최측에선 중창이라는 대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모교수는 “발제나 토론이 미리 짜고 나온 것처럼 무조건적인 복원주장 일색이었다. 문화재의 복원에는 절차가 있는 법인데 실질적인 것은 젖혀둔채 당위론만 얘기하니 답답했다. 사실 흥덕사 복원을 반대할 청주시민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단순한 집한칸 짓는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세계 문화유산 직지를 만들어낸 흥덕사를 서둘러 중창이라도 해야한다고 얘기할 때는 도대체 무슨 의도로 저러는가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복원, 전문가 사전연구 전제돼야

충북대 이융조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흥덕사 복원예산 출처가 행자부라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문화재 복원 예산이 문화관광부가 아닌 행자부쪽에서 편성됐다는 것이 납득하기 힘들다. 윤의원이 지역구 의원으로써 애쓴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국회문광위 소속인 충북출신 심규철의원이 문광부 예산을 따내는 것이 순리였다고 본다. 언론보도에 복원추진위를 구성한다고 했는데, 우선적으로 사전연구가 전제되야 한다. 발굴당시 직지에 밀려 흥덕사가 뒷전이 되는 바람에 고증자료가 부족한 형편이다. 문화재복원을 위해서는 철저한 고증과 연구가 전제돼야 한다. 불교미술사·건축사 등을 전공한 분들이 연구를 선행해야 하는데, 일부 정치권 사람들이 나서서 추진위 구성부터 운운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흥덕사지에서 금속활자 주조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흥덕사를 복원한다면 활자주조 과정을 보여줘야 하는데 발굴당시 출토된 것이 없다. 오히려 인접한 운천사지에서 해감모래, 도가니같은 주자에 써던 유물이 나타나 흥덕사와 연계 가능성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청주국립박물관에 전시중인 흥덕사 치미등 흥덕사지 출토유물을 고인쇄박물관으로 옮기고 박물관 명칭을 직지박물관을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 흥덕사지 복원도 문제없다’

한편 87년 흥덕사지 발굴당시 청주대조사단에 참여했던 박상일 연구원은 “전면발굴 작업을 통해 건축터가 다 나와 있기 때문에 복원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 동회랑지 일부가 택지개발 공사로 인해 중장비로 훼손된 상태였는데 서회랑이 온전했기 때문에 대칭으로 복원하게 됐다. 흥덕사지에서는 금속활자 주자 흔적을 확인할 유물이 출토되지 않았고, 인접한 운천사지에서 일부 주자 흔적이 나왔는데 구안사라는 별개의 절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흥덕사 복원 추진 배경과 예산확보 경위에 초점을 맞춰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우선 복원론의 주도적 역할은 김현문시의원과 조계종 제5교구 신도협의회가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역문화유산을 개발하자는 취지에 비춰보면 시민 누구나 앞장 설 수 있다. 하지만 직지상표권으로 인한 모호한 처신으로 두 번씩이나 구설수에 오른 시의원과 특정종교에 기댄 신도단체에서 깃발을 앞세우는 모습은 공신력을 담보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흥덕사 복원 세미나도 사실상 신도협의회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충북협회 김효동회장은 “신도협의회에서 제안해서 마련된 행사였다. 개인적으로 흥덕사 복원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공동주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윤경식의원의 예산확보 배경도 이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사무실 관계자는 “애초 김현문시의원과 김영환씨의 제안설명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실무파악을 해보니 문화관광부에 예산요청할 경우 문화재심의위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행자부에서 교부세 5억원을 확보하고 도민여론을 한데모아 문화재청에 복원을 관철시키는 방안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지역문화계 일부 인사들은 “윤경식의원이 기본예산을 따냄으로써 흥덕사 복원에 불을 지핀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복원 추진과정에서 학계의 전문가 집단이 배제되고, 청주시가 끌려가는 상황이라면 이는 합리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흥덕사 복원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특정한 몇 사람이 주도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소지가 높다. 윤의원이 앞장서서 지난해 직지법인 설립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포함, 범시민 추진위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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