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과도 단일화 고려한다고? 정몽준은 컨닝의 심리 갖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경재 의원은 지난 9월 26일 인터뷰 직후 다른 사람에게 “이제 노 후보에게 나의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 내내 김 의원은 정몽준 의원과의 후보단일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며 “두고봐라, 10월 말까지 노 후보의 지지율을 25% 정도까지 올릴 것”이라고 비상한 각오를 나타냈다.

-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 하락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민주당 후보로 확실히 뛸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적었기 때문이다. 현재 몇 가지 들쭉날쭉한 여론조사가 있긴 하지만 노 후보의 현재 지지도는 21.5% 정도다. 우리 당 지지도보다 0.8% 정도 낮은 게 정확하다고 보는데, 아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이미 완전히 10% 이하로 내려갔을 것이다. 지난 150일 동안 아마 예수님 아니 석가, 공자님이 계셨더라도 지지율 올리기 힘들었다.”
- 왜 그렇게 보는가.
“당이 그렇게 흔들리는데 누가 거기에 표를 주려고 하겠나. 뻔하다.”
-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영남 후보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노 후보의 개인적인 어필이 부족한 점도 있었고, 보다 중요한 것은 부산경남의 유권자들이 노무현을 김대중 대통령의 양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노 후보가 진짜 자기 나름의 개성과 전략, 경륜을 가진 우리 지방 아들이라는 신뢰를 가지게 된다면 부산경남의 인기는 수직상승하리라고 본다.”

“노무현=DJ 양자론이 영남 저조 원인”

- 아직도 당내 혼란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계속 지지부진하게 혼란이 계속되는 것 같은데.
“이제 끝난다. 터널 끝이 보인다. 곧 빠져나갈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정치는 3김의 카리스마 정치였다. 3김 대 군사정부, 또는 3김 스스로의 경쟁, 이런 식이었다. 굉장한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일반 정치인들도, YS나 DJ나 JP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 밑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 심정적으로 굉장히 편해. 그런데 이제 그런 권위주의적 시대가 지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리더에 순응했던 정치인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왜냐면 자기의 많은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까.”
- 마지막 고비로 보이는데, 단일화의 필요성은 있다고 보나.
“그게 대단히 민감한 문제인 것이, 우리 같은 사람이 지금 후보단일화론을 이야기하면 그 자체가 노 후보의 지지율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노 후보의 직계사단이라는 8개 본부장, 2명의 정치특보, 1명의 정치고문, 비서실장, 이 사람들은 대단히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이다.”
- 정몽준 의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정 의원에 대해 비교적 많이 아는 사람인데, 정몽준이라는 사람은 굉장히 상호 모순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 예를 들면?
“자기 형님이 금강산 관광을 해서 그런지 북한과의 교류협력에는 굉장히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데 반해 생산적 복지, 중산층과 서민의 복지, 특히 대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들쭉날쭉하다.”
- 정 의원의 지지율이 추석 연휴 이후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이 11월 말까지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는다. 이미 지금부터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고 본다. 정 의원은 아무 것도 정리가 돼 있지 않다. 총론만 이야기할 뿐이다. 사실 나는 처음에 무엇을 원했냐면, 우리 민주당에 반노(反盧)나 비노(非盧)가 꽤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한번 깨끗이 붙어라, 노 후보도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가 이기면 더욱 좋고, 지면 선대위 위원장으로 뛰겠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했다. 그런데 안 들어온단 말이야. 안 하려고 그래. 꼭 옆으로 가면서 슬슬 뺏으려고만 하는데, 꼭 컨닝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10월말 지지율 25%가 목표다”

- 후보단일화에 대해 노 후보는 점점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하는 데 비해 정 의원은 다소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재미있는 것이 정 의원은 9월 26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단일화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남의 당의 이야기에 끼어 들 필요는 없지만, 그것도 신사답지 못한 발언이다. 그것도 컨닝하는 심리하고 같은 것이다. 남의 것 빼앗겠다는 것 아닌가. 인생을, 정치를 컨닝해서는 안 된다.”
- 그렇게 한나라당의 후보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 민주당의 후보가 될 수 있는가.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고, 내가 이 당 후보도 될 수 있고 저 당 후보도 될 수 있고… 얼마나 큰 오만인가. 말이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타협을 안 하기 때문에 아예 야당 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비판을 하는데, 나는 역설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하겠다. 우리가 원칙과 법통을 지켰는데도 그것이 국민에게 설득되지 못해서, 감동을 자아내지 못해서, 설사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그런 입장, 즉 필요하다면 야당이 될 각오를 가지고 뛰는 것이 오히려 대선 승리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이회창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정몽준이 되더라도 이회창이 되면 안 된다고 이 시대를 보는 것인데, 대단히 미안하지만 우리 노무현 후보가 충분히 사람들에게 좋은 대통령 후보감이라는 사실이 각인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두고 봐라. 우리가 84일 동안, 하여간 사력을 다해서, 우리 멤버들이 거의 당사 근처에서 24시간을 보낼 작정이다. 10월말까지 지지율 회복 목표가 25%다. 갑자기 뛰어든 사람이 인기가 좀 오른다고 해서 그 사람과 타협해라? 그건 곤란하다.”
- 정 의원의 지지율이 막판까지 유지된다면 단일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논리적으로 말하면 그 말이 옳다. 그때쯤은 노 후보도 새로운 환경에 대해 그 나름대로 전략과 원칙을 세우리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가 섣불리 하는 것은 노 후보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모르긴 몰라도 노 후보는 끝까지 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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