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관리감독 소홀
사립학교법 맹점이 사학비리 주범

극동정보대의 사학비리 의혹이 지역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족벌운영과 함께 광범위한 회계부정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복마전같은 사학비리를 밝혀줄 ‘판도라의 상자’는 직원노조가 확보해 둔 회계자료다. 94년 개교 당시부터 일계표(일일 현금출납부)를 사본복사해 두었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환하게 꿰뚫게 됐다. 사학의 존폐위기까지 몰고올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을 열기까지 직원노조는 많은 고민을 했다. 노조 탄생의 주역이었던 이승원지부장(37)의 고민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조는 극동정보대, 극동학원의 거듭나기를 위해 비리의혹 전모를 공개하고 검찰에 고소했다. 파업 44일째를 맞고 있는 전국대학노조 극동정보대지부 사무실에서 이지부장을 만났다.

- 재단주인 류택희 전 학장이 개인적 친분관계를 통해 직원을 채용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인간관계가 노조결성이나 활동에 장애가 됐을 텐데, 대학측의 압력이나 회유는 없었나.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작년도 인턴사원 채용을 제외하곤 공채형식으로 직원을 쓴 적이 한번도 없다. 나 자신도 재단주인 류 전 학장과 아버님이 친구지간이며 그런 연고를 통해 근무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작년 9월 노조결성 직후 조합원 가족들을 통한 회유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나도 그런 난처한 상황을 겪었고, 실제로 심적부담 때문에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도 발생했다”

직원 사적모임조차 막아

극동대노조는 지난 24일자로 창립 1주년을 맞았다. 당초 12명의 직원이 친목모임으로 만나다가 학사행정의 문제점을 공유했고 마침내 노조결성에 뜻을 함께 했다. 충주캠퍼스에서 22명의 직원이 모여 창립총회를 열었다. “당시 류학장은 직원들 간의 모임조차 막는 형편이었다. 전날 직원 술자리에서 오간 얘기들이 바로 다음날 류학장 귀에 들어가기도 했다. 심지어 주성대학 직원들과 축구 친선경기를 위해 대학버스를 요청했는데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창립총회를 연 것은 직원들의 문제의식이 그만큼 심각했다는 반증이다”

- 정상적인 노사대화 창구를 통해 학교문제를 해결할 여지는 없었는가? 단체협약과 임금협상은 원만하게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가 우선적으로 요구한 것은 업무·인사에 대한 제규정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규정을 만들지 않다보니 모든 사안이 류학장과 류기일처장의 독단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노조설립 직후 학장 면담자리에서 류학장 스스로도 ‘아직까지 규정집을 만들지 못한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그래서 노조에서 다른 대학 규정집을 다 취합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금까지 온 것이다. 임·단협도 작년 10월 학생들의 교육부 사이버시위가 발생하는등 학내 분위기가 폭발직전에 몰리자 할 수없이 받아들인 측면이 강하다. 사학재단의 사명감이 없다보니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는 상황이었다”

류학장이 단체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않자 노조는 지난 5월 단체협약 이행을 위한 보충협약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이 결렬돼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에 나섰고 역시 결렬되면서 노조는 방학기간중인 8월 12일부터 합법적인파업에 돌입했다. “지노위 조정 때도 위원장이 ‘학교에서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몇번씩 주의를 환기시켰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아마도 노조가 회계부정의 핵심자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버티기로 나왔던 것 같다. 심지어 전자통신과 모교수가 산학연컨소시엄 업무로 중소기업청에서 파견나온 여직원을 성희롱한 사건에 대해 노조가 문제삼자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등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학비리 더 이상 방관못해

- 94년 개교이래 진행된 광범위한 학사비리가 8년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다는 것이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대학이라는 지성의 전당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보는가.
“우선 학생들은 수도권 통학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강의가 끝나면 버스타기에 바쁜 실정이었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더라도 단체행동을 하기에 제약이 많다. 직원들은 연고관계속에서 운신의 한계가 있었고 결국 노조라는 장치를 통해 개선해 보려고 했지만 벽에 부딪친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학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그동안 제대로된 감사 한번 실시하지않은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지도감사 2차례만 있었을 뿐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거기에는 학교측의 사전로비가 주효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사립학교법도 문제가 많다.
국립대는 안되는데 사립대는 사무직의 경우 2개 대학 겸직이 가능토록했다. 그러다보니 아버지는 2개 대학의 총·학장 겸직하고 아들은 기획처장·실장을 맡아 회계부정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 수사기관의 본격 수사 임박했는데, 향후 전망과 극동정보대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명명백백하게 진상이 밝혀져서 책임자는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부당하게 빼앗긴 학교재산을 하루속히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청주지검에 고소한 사건이 충북도경찰청으로 이첩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교육부의 자체 감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회계 부분은 그쪽에서 더 확실하게 조사를 진행시킬 수 있다. 노조와 교수, 학생대표가 참여하는 공동대책위가 꾸려졌다. 학교 구성원이 모두 참여해 재단퇴진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재단비리가 드러나면 학원정상화를 위한 관선이사 파견이 이뤄질 것이다. 재단이 부도난 청주 서원대의 경우 관선이사 체제에서 초현대식 도서관을 짓는등 충분히 자력운영할 수 있다. 특히 극동학원은 재단전입금이 없고 빼내가는 돈이 많았기 때문에 더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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