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1] 복지시설 관심 지원뚝 고급술집은 북적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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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1] 복지시설 관심 지원뚝 고급술집은 북적북적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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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의 햇볕이라도 더 … 어느 미인가 시설의 노인이 난방이 안되는 냉골같은 방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을 찾아 이불을 뒤집어 쓴채 앉아 있다.
소득추월한 거품소비현상 뚜렷 가계 빚 2200만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5일 청원군 옥산 들판에 자리잡고 있는 ‘희망원’은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고 안온했다. 0-3세 영아들을 수용하는 시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희망원 관계자는 “IMF이후 후원이 크게 줄었다”며 식어버린 사회의 관심을 아쉬워했다.
청주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의 김마르티나 수녀는 “연말을 맞아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문의전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산·미·분장동사무소의 이상종사회복지사는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은 때가 따로 있을 수 없는 것인데도 연말연시에만 반짝 집중한다”고 세태를 말했다.

미인가 시설은 더 어려워

더구나 미인가 시설보다는 인가시설에 위문금품이 편중하는 사례가 많고, 소년소녀가장이나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등 재가(在家) 불우이웃들의 상대적 소외감은 이보다도 더욱 큰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도내 65세 이상 노인 1만3000명중 독거 및 극빈노인에 대한 통계치는 없지만, 시설 수용 노인 수가 800명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숫자는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미인가 장애인 수용시설 ‘주 사랑의 집’ 김정용 원장은 “올들어 외부의 후원이 끊긴 상태”라고 했다. 노인들을 위해 무료급식 사업을 벌이는 시설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1인당 1300원의 보조금으론 식단짜기가 불가능하다.
그런만큼 인가-비인가 시설을 막론하고, 나아가 시설에 수용돼 있지 않은 불우이웃까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사회안전 그물망’이 빠짐없이 펼쳐져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김마르티나 수녀는 “경제적 지원이나 관심은 한계가 있지만 동시에 끝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며 “그래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계속돼야 할 당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희망원에서 우리는 작은 ‘희망’을 읽는다. 이곳 관계자는 “물질적 경제적 지원이 줄어든 대신 자원봉사를 위해 찾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집단방문도 있지만 한두명씩 수시로 찾아 영아 목욕시키기와 기저귀 빨래 및 청소 등을 하는 이름 모를 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사회이든 모순과 이중성을 안고 있다지만 지금 우리사회의 소비양태는 건전성을 넘어 ‘거품’이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 대기업의 총무팀 직원 C씨는 몸이 바짝 달아있다. 회사 고위 임원과 지역 인사들간의 송년모임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것이다. 각종 모임이 집중되는 요즘, 지체 높으신 분들의 일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데다 웬만한 고급 음식점의 경우 예약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말은 포기했어요. 주중의 모든 요일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번엔 초청인사들의 일정이 빽빽하게 잡혀있어 택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자리를 만들라’는 윗분의 지시가 내려온 지 오랜데...죽을 맛입니다.”
지난 15일 저녁 청주지역의 유명한 중국 요리집인 K, C 반점과 또 다른 C식당은 물론 G, M, C, J 한정식 집들은 꽉 차버린 예약으로 빈자리가 없다시피 했다. C 한정식집 주인은 “송년모임을 위한 회식이 대부분 주말에 몰리면서 연말까지 자리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대형 디스코텍은 물론 1병에 수십만원이 넘는 프리미엄급 위스키가 소주처럼 소비되는 호화 술집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업주는 손님의 수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저녁 술값으로 수백만원을 지불하는 큰 손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술시장은 6조 규모로 이중 위스키 시장은 1조3000억원대. 지난해보다 20%나 신장했다. 외국 주류회사에선 고급 위스키가 더 잘 팔리는 이런 한국시장만을 노려 특화한 브랜드를 선보이는가 하면 어떤 술은 일본보다 먼저 출시하는 등 한국인 ‘봉’들을 잡기 위한 시장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속에선 소비가 미덕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이런 소비양태까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노릇임도 잘 안다.
주말인 15일 밤 대기마저 꽁꽁 얼어붙을 정도의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 젊은이들이란 젊은이들은 모두 모인 듯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룬 충북대 중문의 ‘밤 문화’는 애교스럽기 까지 했다.
9월말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빚(금융부채)은 2200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무려 440만원(25%)이 늘어났다. 소비의 증가속도가 소득의 그것을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는 은행에 돈을 빌려 쓰고, 정부(내년도에 팽창예산을 짠 충북도 역시 마찬가지다)는 재정을 퍼붓는 상황에서 ‘거품소비’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 임철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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