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의주를 특구로 지정하고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에 중국의 2대 부호인 양빈을 임명했다는 소식은 놀랍다. 철옹성같아 좀체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서서히 부는 것일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기존의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새로운 것은 곧잘 거부한다. 그래서 엘리어트는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감싸고/마른 구근으로 갸날픈 생명을 키웠으니’라고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의 속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요즘 정부와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혁과 경영혁신이 저항세력에 부딪혀 지연되고 간혹 결사적인 반대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람들의 변화거부 속성과 집단이기주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 때문에 시기를 놓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결국 도태되거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다.
놀잇거리가 없었던 어린 시절 모래로 웅덩이를 만들어 그곳에 물을 가두어 놓고는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며 놀던 기억이 있다. 웅덩이의 흙탕물에 맑은 물이 조금씩 들어올 수 있는 수로를 만들어 놓은 뒤 한참 후 웅덩이의 물이 맑아지는 것을 보고 즐거워했던 것이다. 다소 거창하지만 여기서 교훈을 끄집어 낸다면, 어떠한 제도의 개혁이나 기업경영의 혁신에 있어서 혁명적인 방법을 통해 하루아침에 무엇을 바꾸려는 것은 어렵고 끈질기게 인내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서서히 추진해 나갈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듯 주도면밀한 사전검토와 준비없이 너무 서둘러 졸속으로 추진하다 보면 부작용과 허점을 낳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와 경험에서 보고 있다.
경영학자들이 흔히 인용하는 개구리탕 이야기-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인용한다-가 있다. 냄비 속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열을 가한다. 개구리는 수온이 15도일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한다. 이 상태에서 온도를 1도, 2도씩 서서히 높였더니 개구리는 무려 30도가 되었어도 환경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유유히 헤엄을 계속한다. 운두가 얕은 냄비였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개구리는 언제라도 뛰쳐나올 수 있었을 것이지만 개구리는 이를 모른채 유유자적하다가 수온이 45도가 되는 순간 삶아져 죽고 말았다고 한다. 반면에 차가운 물에 있던 개구리를 30도가 넘는 물에 갑자기 집어넣었을 때 개구리는 급작스런 환경변화에 놀라 바로 뛰쳐나갔다고 한다.
이왕 동물 이야기가 나왔으니 카멜레온 얘기를 빠뜨릴 수 없겠다. 카멜레온하면 주관없이 이리저리 부화뇌동하는 줏대없는 사람을 비유할 때 인용되는 동물로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케멜레온은 환경에 따라 몸 색깔을 재빠르게 변화시켜 적응할 줄 아는 현명한 동물이다. 이 시점에서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 전혀 둔감한채 냄비속에서 팽사해버린 개구리보다는 카멜레온식 생존방식을 우리가 떠올리는 건 그래서 무의미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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