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2] 장애인시설 “올 겨울은 너무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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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2] 장애인시설 “올 겨울은 너무 추워요”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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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가거나 직장에 다니는 사람을 뺀 주사랑의 집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뒷줄 오른쪽 네번째가 김정용원장 그 옆이 부인 박성미씨
“도시개발계획지구 지정으로 이사가야 하나” 걱정태산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계절은 겨울이다. 더욱이 요즘같은 연말에는 체감온도도 낮지만 마음까지 얼어붙어 추위는 상상 이상으로 강하게 와닿는다. 기자는 겨울공기가 쌀쌀한 지난 15일 아침, 주사랑의 집(원장 김정용)을 찾았다. 1년 열두 달 언제 한 번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었는가 스스로 반성하면서 노크한 그 곳은 예상대로 추운 겨울을 나고 있었다.
한 때 ‘총각 아버지’로 불리며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거둔 김정용 원장(38)은 이제 결혼을 하고 자녀까지 둔 ‘진짜 아버지’가 되었지만, 그가 먹이고 입히고 보호해야 할 가족들은 전보다 훨씬 늘어나 25명이나 되었다. 부인 박성미(31)씨와 자녀 2명, 자원봉사자 2명까지 합치면 30명이라는 대가족이 그와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다.

김정용 원장 가족과 25명의 식구들

남자들의 숙소이자 예배당이기도 한 곳을 들어가자 덩그러니 큰 방에는 거동이 불편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곳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성은(4)이는 다운증후군 증세를 앓고 있는데 인터뷰를 하는 동안 기자 옆을 떠나지 않았다. 사람의 정이 그리운 듯 뱅뱅 맴도는 그 아이가 내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주사랑의 집은 미인가 사회복지시설로 김원장이 일구고 운영해가는 곳이다. 법인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부지와 예치금이 있어야 하므로 현재로서는 꿈도 못꾼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혼자서 생활이 불가능해 밥을 먹여줘야 하는 사람부터 간단한 청소가 가능한 사람까지 장애 정도도 다양하다.
이중 바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특수학교에 다니는 안종민(13)과 김훈민(11), 그리고 공장에 취업한 주노현(22)군이 전부다. 이 곳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나 의지할 가족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와서 호적을 만든 사람만도 4명이나 되고, 훈민이는 김원장의 친자로 올라가 있다. 아동 9명, 청년 14명, 어른 2명이 이 집의 구성원들. 김원장은 낳은지 3일만에 병원에 버리고 간 아이를 4살까지 키우고 수술 계획까지 잡았으나 어느 날 부모가 나타나 아이를 데리고 가버리는 바람에 가족들이 운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아이는 온 몸이 비틀어지는 선천성 장애아였다.
요즘 어떠냐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원장은 야박한 세상 인심을 전했다. “후원금이 거의 전무할 정도다. 그래도 작년에는 사회단체와 개인들이 후원금을 건네줬는데 올해는 전혀 없다.” 더욱이 보증금 2000만원에 월 20만원씩 내고 살고 있는 집 부지가 청주시 도시개발계획지구로 지정돼 내년에 이사를 가게 되는 것 아닌가 마음까지 졸이고 있다는 그는 부지확보가 가장 큰 ‘현안’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땅만 기증해 준다면 좋겠는데…”하고 말끝을 흐리는 김원장은 현재 살고 있는 집 부지도 남의 것이라서 마음대로 건축을 할 수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김원장이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한지 올해로 벌써 10년이 됐지만 그 달 벌어 그 달 간신히 메꿔나가는 생활은 나아진게 없다. 4명이던 원생이 25명으로 늘어난 것 외에는. 미인가시설이다보니 정부지원은 기대할 수도 없다. 또 기부금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도 없어 이런 것을 염두해 두고 후원금을 내는 사람도 붙잡을 수 없다.





“누군가 부지만 기증해준다면…”

그래서 사회복지시설 운영자 중 나이가 가장 젊은 김원장이 후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이끌어 가보자고 해서 시작한 것이 ‘사랑의 고물상’이다. 여기서 하는 일은 의류와 신발류, 이불류 등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모아 공장에 납품하는 것. 한 달에 30∼50톤을 수거하기 위해 그가 들이는 노동량도 만만치 않다.
“하루에 고물상을 3∼4군데 들러 물건을 가져오고, 교회나 개인들이 헌 옷 가져가라고 연락하면 수거 해온다. 그러나 일정량이 안되면 전문고물상에서 매입해 오는데 이렇게 되면 수익금이 많이 줄어든다”는 그는 “라면 1박스 분량의 헌 옷이라도 좋으니 연락해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특히 요즘같은 겨울철에는 물량이 적어 그 만큼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사랑의 집은 지난 91년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그후 ‘사글세로 나가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무작정 지방으로 내려온 것이 충주였다. 그러다가 김원장은 가족들을 이끌고 2년만에 청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이유는 아이들을 특수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남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할 즈음, 김원장은 ‘의심할 여지없이’ 사회복지시설에 투신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설에 드나들며 봉사활동을 시작한 그는 투철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남을 위해 사는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부인인 박성미씨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주사랑의 집에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 3년전 김원장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젊을 때부터 몸을 혹사해서 그런지 김원장은 혈관염과 피부염으로 현재 적잖은 고생을 하고 있다. 얼마전부터는 다리 한 쪽이 말을 안들어 걸을 때도 불편할 정도다. 개인적인 행복을 뒤로 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생활을 어떻게 그렇게 꾸려가고 있느냐는 질문에 부인 박씨는 “팔자려니 생각한다”며 밝게 웃는다. 하지만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현재 청주시내에 등록된 장애인은 지난 9월 기준으로 1만1522명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로 지정된 장애인에게는 자녀학비가 지원되고, 근로능력이 없는 중증 장애인에게는 월 4만5000원의 장애수당이 지급된다. 그외 장애인들에게는 장애 정도에 따라 혜택이 주어진다. 청주시 관계자는 예전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동사무소에 등록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이들에 대한 복지는 아직도 말할 수 없이 낮은 수준이다. 겨울추위와 야박한 세상인심에 이들이 떨고 있다.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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