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일정 돌연 변경, 지방의회 전례 없어 비난 자초

단양군의회가 집행부에 제출할 군정질문서 작성을 위해 정례회 중간에 휴회하는 지방의회 사상 초유의 파행 운영 사태를 초래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단양군의회는 지난달 25일 열린 제1차 본회의에서 오는 20일까지를 회기로 하는 ‘제2차 정례회 운영안’을 의결하고 지난달 28일부터 본회의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례안 심사 특별위원회 등을 잇따라 개최해 주요 사업 실적 및 내년도 업무계획에 대한 집행부 보고, 집행부가 상정한 추가경정예산안과 내년도 예산안 심의, 시급한 지방자치 조례 개·제정 등의 빡빡한 일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단양군의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5일 간으로 예정돼 있던 집행부의 군정 주요 업무 실적과 내년도 주요 업무 계획에 대한 보고를 4일 일정으로 단축하는 대신 해당 의사 일정 마지막 날인 2일은 휴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사 일정 변경안을 지난 1일 전격 상정, 의결했다.

군의회에 따르면 이 같은 의사일정 변경은 군의원들이 집행부에 사전에 제출해야 하는 군정 질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지역 주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주민 안모 씨(47·단양읍)는 “군의원들이 군정 질문지를 작성하기 위해 스스로 의결한 의사일정까지 단축한 것은 아마도 해외토픽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일 것”이라고 꼬집은 뒤 “군의원들이 회기 중 휴회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군정 질문지를 벼락치기로 작성한 것을 보면 밀린 숙제가 급하기는 급했나 보다”고 비꼬았다.

통상 군정 질문서는 지방의회가 평소 의정 활동 중 발견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질의 사항을 개의 5~6일 전에 작성해 집행부에 전달하는 것이 관례이며, 이번처럼 의회 의결로 정례회가 회기 중에 휴회되는 경우는 지방의회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의회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정례회의 기간에 휴회를 금지토록 하는 내용은 없고, 이미 앞선 4일 간의 회기 동안 집행부 업무 추진 실적과 군정 업무 보고 등 계획된 일정을 모두 소화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 법규에 따르면 집행부에 48시간 이전에 의회의 질문서가 전달돼야 함에도 단양군 의원 8명이 5일로 예정된 의사일정의 질문서를 주말 연휴 직전인 2일(휴회일)에서야 집행부에 제출해 사실상 법규를 어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단양군청 공무원들은 군의원들이 부랴부랴 제출한 질문서에 대한 답변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대부분 주말 연휴를 반납한 채 군청으로 출근하는 등 개인 일정을 포기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 김모 씨는 “군청 공무원 중에 군의회의 뒤늦은 군정 질문서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하기 위해 친인척 결혼식 참석을 비롯한 각종 개인 일정을 모두 포기한 채 휴일 연휴를 반납하고 밤 늦게까지 군청에서 근무한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군의원들이 진정한 군민의 감시자로서 성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편익만을 위해 나태한 의정 활동을 펼친 결과가 이 같은 피해로 이어져 공무원들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도의회나 타시군 기초의회의 경우 집행부에 대한 업무 보고 시간이 부족해 밤을 새고 시차까지 변경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점을 감안할 때 군의회의 파행 운영을 바라보는 군민들의 눈총은 그 어느 때보다 따갑고 매섭다. 아직 6개월 여의 임기가 남은 군의회가 벌써부터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진지하게 되짚어 보아야 한다는 게 단양군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일치된 주문이다.
/ 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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