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장수촌, ‘길성이 백숙’으로 탈바꿈
'금수복집' → '금은복집'은 타시도에 밀린 사례

“길성이를 찾습니다” 티저광고로 호기심 유발 ‘성공’
지난 7월부터 청주시내 곳곳에 나붙어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길성이를 아십니까?’, ‘길성이 어디 있는겨?’류의 현수막의 실체가 드러났다.
한때 “사람을 찾으려면 현수막에 전화번호라도 적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게 했던 이 현수막의 정체는 12월6일 개업식을 가진 누룽지 닭백숙 프렌차이즈 회사 ‘아이으른(대표 김길성·44)’이 상표로 내건 ‘길성이 백숙’의 홍보광고였던 것.

   
▲ 청주시 용정동에 있는 원조장수촌이 프렌차이즈 사업본부 아이으른(주) 길성이 백숙을 창업하고 12월 6일 기념식을 가졌다.
길성이 백숙의 전신은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407번지에서 영업을 해오던 ‘원조 장수촌’이다. 누룽지 닭백숙의 원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용정동의 원조 장수촌은 2003년 4월 1600평의 대지 위에 400평 규모의 2층 건물을 신축해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원조 장수촌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이미 2001년 9월부터 정 모씨가 운영해온 또 다른 장수촌이 있어 장수촌을 찾는 손님들을 어리둥절케 만들곤 했다.

누룽지 백숙을 주요 메뉴로 하는 장수촌의 원조논란은 그 속내를 들여다볼수록 복잡하기 그지 없다. 현재 제천에서 본가 장수촌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 부부가 1982년 경기도 여주에서 누룽지 백숙을 개발한 이래 김길성씨 등 친지와 친구 등에게 기술이 전수됐고 현재 원조논란을 벌이고 있는 3개 분파로 나뉘어졌다는 것이다. 길성이 백숙의 탄생은 이러한 원조논란과 무관치 않다.

청주시 용정동을 비롯해 1994년부터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와 청원군 현도면 달계리에서 원조 장수촌을 운영해오던 김길성씨가 더 이상 장수촌 원조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아예 새로운 상표명을 들고 나온 것이다.

‘장수촌’ 상표등록 불가 방어권 없어
김길성씨가 장수촌이라는 귀에 익숙한 상표를 포기하고 길성이 백숙이라는 낯선 상표를 택한 것은 ‘장수촌’이 일반화, 보편화된 명사여서 그 누구도 상표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벌어진 원조논란도 피곤한데, 앞으로 누구든 장수촌이라는 상표를 내걸 수 있고 이에 대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어 결국 수세적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그동안 원조논란을 벌여왔던 기존의 장수촌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신종 장수촌이 청주시 모 처에 문을 연 것은, 아류 장수촌의 잇따른 탄생과 새로운 원조논란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씨는 이에 따라 10월13일 길성이 백숙이라는 새로운 상표와 아이으른이라는 회사명, 캐릭터 등을 특허청에 등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 체인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은 본인이 직접 운영해온 원조 장수촌 청주 직영점과 오송점, 현도점 등을 바탕으로 천안점이 문을 열었으며 충남 성환점이 2006년 2월15일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이에 대해 “그동안 청주에 본사를 둔 제대로 된 프렌차이즈 본사가 없었던 만큼 반드시 지역을 거점으로 성장하겠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김씨는 “법률자문팀과 컨설팅팀 등 직원들이 본사를 서울에 둘 것을 권유했지만 이를 딱 잘라 거절했다”며 “생닭 등 가맹점에 공급되는 원재료도 음성 등 도내에서 생산된 것만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저광고 수법으로 호기심 유발
어찌 됐든 길성이 백숙 탄생이 인구에 회자된 것은 장수촌 원조논란을 떠나 이른바 티저광고(teaser advertising)로 불리는 호기심 유발 기법 때문이다.
마치 집 나간 사람을 찾듯이 ‘길성이를 아시는 분?’, ‘길성이를 찾아주세요’, ‘길성이는 어디 있는겨?’등 연락처나 광고주를 밝히지 않은 현수막을 5개월 동안 내걸다가 결국에는 ‘안녕하세요? 용암동에 사는 길성이입니다’라는 식으로 점점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티저(teaser)란 ‘짓궂은 사람’ 뜻으로, 티저광고는 광고주나 제품을 숨긴 채 의외성으로 주목을 끌기 위해 사용되는데, 주로 신제품을 발매할 때 이용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다.

우리나라의 티저광고는 휴대폰을 이용해 영화, 뮤직비디오, 뉴스 등을 시청할 수 있는 휴대폰 서비스 브랜드 ‘준’이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선영아 사랑해’, ‘TTL’ 등이 같은 기법을 선보였다. 청주에서는 몇 년 전 청주시 율량동에 문을 연 한 레스토랑이 티저광고를 이용해 당시 큰 관심을 모았다.

결국 티저광고는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유발해 새로운 제품이나 신장개업 하는 업소를 알리는데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주도면밀하고 오랜 홍보기간, 대대적인 물량 등을 그 조건으로 한다.

김길성씨는 이에 대해 “길성이 백숙이라는 상표명부터 공모를 통해 정한 것이고 캐릭터와 홍보전략도 전문가들과 협의해 결정했다”며 “주먹구구식이 아닌 전문경영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주시 운천동에서 성업중인 구 금수복집도 부산에 있는 금수복국이 ‘금수’라는 명칭을 상표등록함따라 부득이 업소이름을 금은복집으로 바꿔 영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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