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기성 정치인,分區예상 ‘눈독’
신당도 이곳 정치 판세에 큰 변수로 작용

청주 상당구를 서울의 강북이라고 한다면 청주 흥덕구는 강남의 이미지를 띤다. 흥덕은 급속한 도시발전으로 상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 유입이 많다. 지역 정서를 논할 때도 상당과 흥덕은 곧잘 비교된다. 아무래도 흥덕이 충북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상당보다는 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시 확장에 따른 유입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의 문화적 정서가 각종 연(緣)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당연히 정치 신인들에겐 흥덕구의 성향이 선호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역대 총선에서 상당은 대개 맞대결의 양상을 띤 반면 흥덕은 후보가 난립했다. 흥덕의 경우 2년전 16대 총선에선 당초 10여명까지 거론되다가 막판 5명으로 압축됐고, 15대 총선때도 6명의 후보가 난립했다. 이러한 흥덕이 지금 속으로 끓고 있다. 아직도 1년 반이나 남긴 17대 총선을 염두에 둔 지역 인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너도 나도 일단 흥덕에 욕심을 부리고 있다.

신당은 곧 정치탄력의 계기
흥덕이 17대 총선과 관련, 특별한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의 분구 가능성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의 인구 상한선을 35만명으로 정한 현행법에 따른다면 흥덕구는 당연히 17대 총선에선 두 개의 선거구로 나눠져야 한다. 이곳의 인구는 지난 8월 기준 36만2482명으로 집계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곳의 분구 문제는 이미 정치권에 계류되어 있기 때문에 17대 총선을 앞두고 답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은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해가 달린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칼자루를 쥔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결코 속단할 수는 없지만 그렇더라도 현행 선거법을 유지한 채 기존 선거구를 고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분구 못지 않게 이곳 흥덕을 주목케 하는 또 한가지 요인은 조만간 드러날 신당이다. 청주권의 기성 정치인이나 혹은 정치에 관심있는 인사들은 일단 신당 참여와 흥덕구 간여를 연결지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노골적으로 신당의 간판으로 흥덕을 넘보겠다는 인사들도 있다. 한 관계자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선 어차피 정당이건 후보건 지구당을 각별히 챙길 수 밖에 없고 기존 정당 뿐만 아니라 신당의 사람 모시기가 경쟁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때 흥덕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면서 17대 총선을 대비하는 인사들이 많을 것이다. 어차피 흥덕은 여러 여건상 후보 난립을 필연적으로 부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한나라당 청주 상당지구당 조직책 선정도 흥덕구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책에서 밀릴 경우 곧바로 흥덕으로 넘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합중인 김진호 전 충북도의회의장과 김준환변호사 등은 자신들의 정치입문을 위해 당초 흥덕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역시 상당에 한나라당 조직책을 신청한 윤의권 서울신용평가정보(주)회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 흥덕을 두드릴 가능성도 크다. 동문사회를 비롯해 주변의 출마 권유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이미 신당 참여설까지 나돌고 있다.

구천서씨 가세? 긴장하는 흥덕
한나라당 윤경식의원이 임기 후반기 들어 지역밀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흥덕이 이처럼 지역정가의 주목을 받는 배경엔 또 한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 17대 총선에서 이른바 사활을 걸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당장 노영민(민주당 흥덕지구당위원장) 최현호씨(자민련 흥덕조직책)가 그렇다. 16대 총선 때 일찌감치 당선권으로 부상한 후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다퉜던 노영민씨는 결국 박빙의 승부로 윤경식의원한테 밀렸다. 그는 자신의 역정을 놓고 보더라도 17대 총선에선 반드시 금배지를 달아야 하는 입장, 때문에 16대 총선이 끝난 후 곧바로 유권자 공략에 나서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활동하고 있다. 최현호씨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15, 16대 총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든 그는 17대 총선이야 말로 절체절명의 고비가 된다. 요즘엔 사람만 만나면 아예 “삼 세 번째는 반드시 돼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치적 성공을 보장하는 3선의 고지에서 홍재형의원(민주)한테 일격을 당한 구천서 전의원이 현 지역구인 상당보다는 내심 흥덕구를 노린다는 설도 흥덕의 기득권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만약 이 소문이 현실화될 경우 흥덕은 그야말로 선거판 도가니(melting pot)가 될 조짐이다. 이미 지역 정계에선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혼전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될 경우 향후 기선 싸움에선 후보의 경쟁력보다는 오히려 각종 연(緣)에 의한 조직구축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착각은 감성, 정치는 현실
남상우(충북도 정무부지사) 장석봉(e-미래종합통신 대표) 이규황씨(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등도 흥덕의 예비주자로 항상 거론되고 있다. 주변으로부터 정치적 순발력을 인정받는 남상우씨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향후 정계입문이 점쳐지는 케이스. 공교롭게도 현재의 명퇴제도를 준용할 경우 17대 총선을 바로 앞둔 내년 연말쯤 공직 잔류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45년생일 뿐더러 흥덕에는 같은 문중의 세력들이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16대 총선시 이곳에 출마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장석봉씨 역시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최근 청사모(청주 청원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의 상임대표를 맡는 등 지역활동을 꾸준히 벌여 향후 운신에 시선이 쏠리는가 하면 16대 총선출마를 모색하다 도중에 뜻을 접은 이규황씨도 흥덕구가 항상 눈에 밟힐 것으로 추정된다.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아직 시류(時流)를 타지 못해 변방을 맴돌고 있는 그의 잠재력을 아쉬워하는 여론이 많다. 현재 자민련 상당구 조직책을 맡고 있는 김춘식씨(전 충북도의회의원)도 원래는 흥덕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92년 통일국민당 흥덕지구당을 맡아 한 땐 대표 최고위원실에도 근무했다. 흥미있는 사실은 취재 과정에서 흥덕을 얘기할 경우 자신의 이름을 꼭 거론해 달라는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지금 흥덕은 지역 정치인 내지 지망생들에겐 마치 바둑의 장기포석과 같은 기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만약 흥덕이 분구된다면 지역 정치인들에겐 엄청난 돌파구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런 기대심리가 최근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더욱 불거지는 측면이 강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통상 우리나라 정치문화를 감안할 때 정치인들이 섣불리 덤벼들었다가 가장 실패할 공산이 큰 지역이 바로 흥덕과같은 곳이다. 사실 지난 16대 총선 때도 이런 점이 일부 증명됐다. 때문에 지금의 분위기는 일종의 거품현상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분위기라면 선거구의 분구보다는 오히려 중.대선거구로 바뀔 개연성이 크다.
/ 한덕현 기자

홍재형의원의 ‘색다른 시도’
의정보고서 만화로 펴내 ‘호응’

국회 홍재형의원이 의정보고서를 만화로 펴 냈다. 대개의 의정보고서는 관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각종 화보와 의원에 대한 공치사로 도배되기 마련인데 만화로 펴 냄으로써 받아 보는 이의 부담감이 훨씬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영진 정책보좌관은 “틀에 박힌 의정보고를 개선해 보자는 취지에서 도내에서 처음 시도해 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 홍의원의 이미지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간된 만화 의정보고서엔 홍의원의 성장배경과 경제관료로서의 입신 및 정치입문과정, 자신이 YS에게 처음 건의했다는 IMF 구제금융 신청의 전후관계, 호남고속철도 오송기점역 관련 예산확보 비화 등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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