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경제를 조타(操舵)하는 서너평 남짓한 충북도 경제통상국장실에는 지도가 2장 걸려 있었다. 책상에서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게 맞은편 벽면에 설치된 충북의 지도에는 중요 지점마다 화살표와 함께 많은 표기들이 뒤얽혀 꽤 복잡해 보였다. 이를 테면 제천을 가리키는 화살표 시작 지점에 ‘전통의약품 연구개발센터’라는 글씨가 시인성을 높이기 위한 듯 붉은 색으로 큼직막하게 쓰여 있다.
‘신산업 기술혁신 네트워크’ ‘21세기 핵심신산업 전략육성’이란 타이틀이 각각 붙어있는 이 2장의 지도는 지역의 주요 물가지수 동향과 산업활동 통계추이를 나타내주는 도표 정도나 걸려 있었을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박경국 충북도 경제통상국장(45)은 기자의 이런 속내를 간파하기라도 한듯 “옛날 경제부서의 업무는 물가지도 단속이나 인허가 업무, 정책자금 지원 등에 한정됐지만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부터는 지역의 잠재력을 여하히 집결시켜 지역 특성에 맞는 경제정책을 개발하느냐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충북도가 견지하는 지역 경제정책의 근간은 무엇입니까.

“충북을 IT(정보통신)와 BT(생명공학) 중심의 신산업 지역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입니다. 나아가 극미세 기술인 NT(나노기술: 1 나노는 10억분의 1m) 산업도 집중 육성한다는 게 우리 도의 목표입니다. 벽면에 걸린 지도가 말해주듯 오창과학산업단지에 반도체 장비 및 부품공동테스트센터와 전자정보부품산업지원센터, 제천에 전통의약품연구개발센터, 곧 착공에 들어갈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에 보건의료산업종합지원센터 등 총 4개 지원시설을 각각 건립하려는 계획에서 충북도의 전략은 확연해집니다. 도는 이를 위해 총 1342억원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산업자원부에서도 국비 750억원을 지원키로 확약했습니다.” 박 국장은 이런 ‘집적지원시설’의 구축을 위해 지난 2년간 산자부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끝에 지난해 연말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에 포진한 각 분야의 전문가와 기업들을 한데 묶는 작업, 즉 네트워크화는 그 자체가 충북의 잠재력으로 남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IT BT NT를 3대 축으로 한 충북의 신산업 육성을 위해 대학-기업-연구소를 잇는 협력체제 구축은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박 국장은 “신산업 육성전략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도내 17개 대학을 중심으로 3대 신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예상외로 많이 포진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올초에 ‘NT비전 21’을 교수 기업 공무원으로 구성, 충북의 나노산업발전 전략 수립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지역의 풍부한 잠재력에 힘입은 바 컸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정부는 지역의 이런 잠재력을 어떻게 네트워킹화하고 극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충청리뷰에서도 최근 보도했지만 오창과학산업단지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올들어 오창에 첨단기업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어제(인터뷰는 지난 13일에 있었다)만 해도 외지 기업체 2곳에서 입주의사를 타진해 왔어요. 한 업체는 즉석에서 오창입주를 결정했고, 다른 업체는 적지가 없어 음성의 중부고속도로변 땅을 소개했더니 대만족을 표하며 이전을 약속했습니다.” 박 국장은 “지난해 충북에서 창업한 제조업체는 317개사로 이웃 충남의 247개사, 경기도의 250개사 보다 많았다”며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2015년쯤 충북에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혀 새로운 지역의 성장엔진을 바꿔다는 것이 충북도의 목표”라고 재삼 강조했다.

-오창단지내에 연구타운을 설립하는 문제를 놓고 도의회와 견해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충북도에서는 130억원을 들여 오창단지내 연구용지 8만5000평을 매입, 이중 1만평은 산자부에 무상으로 제공해 반도체장비 및 부품공동테스트센터, 전자정보부품산업지원센터 등을 짓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7만6000평에는 국책연구기관 민간연구소 등을 충북도가 직접 나서 유치함으로써 대덕연구단지처럼 연구타운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도의회에서는 확정된 산자부의 계획사업을 위해 필요한 1만평만 매입하지 왜 욕심을 내 7만여평을 추가로 매입하려 하느냐는 입장입니다. 의회에선 그 넓은 부지를 연구타운으로 성공리에 조성할 수 있을 것인지를 걱정하는 듯 합니다. 도나 도의회 모두 충북의 미래를 똑같이 고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고, 그래서 저는 이 문제가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 국장은 “벌써부터 서울의 한국환경정책평가원과 대덕연구단지내 생명공학연구원이 오창 이주 또는 부설기관의 신설을 검토하는 등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오창과학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시행업체로서 그동안 충북도와 긴밀한 업무 협조관계를 유지해 왔던 한국토지공사 충북지사 내에서 박 국장은 ‘말이 통하는 사람’으로 불린다. 사소한 규정에 얽매이는 경직된 사고 에서 벗어나 사물을 보는 눈이 열려있는데다 일처리 자세에서 관료의 냄새를 거의 맡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1980년 제24회 행정고시에 패스, 충북대 역사상 최초로 국가고시에 합격했다는 명예를 개인차원을 넘어 교사(校史)에 영원히 남긴 박경국 국장은 2000년 1월부터 맡고 있는 경제국장직의 역대 최장수 기록도 다시 고쳐쓰고 있다. 그러나 그를 아끼는 주변에서는 그가 지금의 위치에서 도약, 더 큰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큰 물’인 서울에서의 근무경험을 쌓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인터뷰 말미에 이런 그의 아킬레스 건을 슬쩍 건드려 보았더니 박 국장은 의외로 심상하게 “일 리가 있는 말씀”이라며 “본인 역시 조만간 갔다 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