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의 자유는 모든 인권의 근본이며, 개인의 인격실현과 행복 추구의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인신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으로 형사소송법도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구속수사가 원칙인 세상이다. 연간 웬만한 중소도시 전체 인구와 맞먹는 11만여명이 인신 구속되고 있다. 특히 국민의 정부들어 인권 신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데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아 그에 걸맞는 인권 개선 및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실망감은 크다.
대법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인권 정부를 자처해온 국민의 정부 이후에도 형사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인신 구속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영장실질심사제 도입과 대법원의 지속적인 불구속 재판 확대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 발부율은 높아지고 보석 허가율은 낮아지고 있다.
98년 85.8%였던 구속영장 발부율이 2001년 87.4%로 높아졌고 보석 허가율은 오히려 96년 58.6%를 정점으로 점차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49.9%까지 주저 앉았다.
문제는 이 많은 구속자 수보다 이들 피의자들이 갖는 구속재판제도 및 그에 맞물려 있는 법조인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주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A씨는 지난해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의장등록법 위반 혐의라며 수갑에 채워져 검찰에 연행된 뒤 모 검사로부터 갖은 모욕을 당했다. 60대 노인인 그에게 검사는 “눈 감아라. 똑바로 앉아라”며 지역 특정인사에 대한 비방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의장등록법위반에 대한 수사라기 보다 검사의 위세를 앞세워 특정인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는 것이다. 이 요란을 떤 혐의 내용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A씨가 겪어야 했을 인격적 모독이나 인권침해는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었다.
판사가 직접 심문하여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영장실질심사제의 경우는 그 좋은 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구속=처벌’이라는 국민 법 감정을 벗어나지 못해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형벌 운용과정에서 공권력의 남용으로 피해를 봤다고 여기는 피해자들(전국 공권력피해자연맹)은 비리 판·검사·변호사 기소 추진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조직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나서는 판이다. 이들 피해자들은 평생의 한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 만큼 인신의 구속은 사람이 평생 쌓아온 명예에 치명상을 입힘은 물론 인간관계와 사회적 경제적인 활동 및 사업 관계에 최악의 불이익을 준다. 『그림자 새』라는 법정소설을 통해 법조 문제를 통렬히 파헤쳐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임판변호사는 “법조인들이 이들 문제를 모두 알고 있다”고 말한다.
업무에 바빠 무죄 판결쓰기를 꺼려하는 판사, 구속을 도구로 수사에 임하는 검사, 의뢰인의 무죄를 주장하기 보다 적당히 타협하여 돈만 벌면된다는 변호사 등을 비판하고 있다.
법을 앞세워 이를 운용하는 법조인들의 자기 각성이 다시 한번 촉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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