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은 “당 잔류 확신 근거 있다” 주장
한나라당에 대한 지금의 쏠림현상과 관련해 역시 도내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이원종지사의 한나라당행 여부와 이에 따른 정치적 역학관계다. 26일 한나라당 입당식을 비롯한 저간의 움직임이 결국 ‘이지사의 한나라당 입당’이라는 정점을 향해 가는 과정일수 있다는 가설이 그것이다. 이미 지역정가에서는 이지사의 한나라당 행에 대해 내년 1월 결행설이 솔솔 불거지고 있다.
이지사의 정치적 운신은 지금으로선 정확하게 판단할 근거가 없다. 그동안 이와 관련된 숱한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변죽을 울리거나 에두르는 수준이었다. 본인이 이 문제에 대해 대외적으론 함구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적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내를 좀체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판단의 실마리는 결국 전후 과정에서 오간 말들의 사이, 일종의 행간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지지도는 최고 당적은 최악

이지사는 자신의 당적에 대해 주변인들의 주문과 고언을 많이 듣고 있다. 일부 인사는 “자민련 당적으로 출마할 경우 무조건 떨어진다”고 아예 노골적으로 경고할 정도다. 그만큼 이지사 스스로에겐 당적이 재선을 위한 최대 관건이 된다.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재 거론되는 지사 후보중 가장 압도적인 지지도를 받고 있는 이지사는 역으로 당적 문제에 대해선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97년 대선 때 한나라당의 충북선대위원장까지 맡았다가 대선 패배 후 자민련으로 이적한 전력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의 정당구도하에선 자민련 당적은 곧바로 필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자민련의 지지도는 여전히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흥미있는 사실은 자민련도 이를 일부 인정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인기와 당의 인기는 별개다. 후보는 훌륭한데 당의 지지도가 약해 선거에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보다 더한 불행도 없다. 어차피 내년 선거는 철저히 정당구조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봤을 때 당연히 이지사는 고민할 수밖에 없고 또 바람을 탈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는 이런 단순한 잣대로만 볼게 아니다. 선거는 앞으로 6개월이나 남았고 그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현재의 정국을 보면 조만간 엄청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신당 창당을 비롯한 대대적인 정계개편도 예상된다”고 예측하는 자민련 관계자는 이지사의 정치적 판단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단정했다.

“내년 1월 정계개편 청사진”

지난달 말 이지사는 김용채 자민련 부총재를 만났다.
이날 만남은 역시 이지사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이지사 측근은 단순한 만남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용채 부총재가 건설교통부장관으로 있을 때 지사와 같은 정당 소속으로서 오창과학산업단지 지원 등 지역 현안에 여러 도움을 줬다. 때문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한 자리였지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었다.” 그러나 당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당시 김부총재는 지역 여론 탐문이 목적이었고 이지사도 현재의 지역정서를 가감없이 말했다. 이지사가 나름대로 걱정을 토로하며 당 차원에서 확실한 방향을 잡아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 그에 따르면 이날 김부총재는 이지사의 말에 “지금 사람이 죽겠다는데 대책없이 잡아 놓지는(자민련에) 않겠다. 분명히 당차원의 대안이 있다. 내년 1월 중순 쯤에는 정계개편에 대한 대안, 청사진이 나올 것이다. 이 때까지는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지사의 한나라당 입당 1월 결행설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8일엔 청주에서 JP가 주관하는 만찬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이지사를 비롯한 도내 자민련 소속 시장 군수들이 소위 ‘의형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자민련은 현재의 불리한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이지사의 당 잔류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지사의 한나라당행 “진행형”

그러나 이지사의 당적 문제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한나라당은 이지사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시종일관 ‘진행형’으로 판단한다. “현재 한대수 전부지사가 우리 당의 유일한 후보로서 득표할동을 벌이는 마당이라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사실 곤혹스럽다. 그러나 이원종지사의 한나라당행은 계속 검토대상이다. 당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예의 주시하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힌 한 관계자는 섣부른 예단은 금기시하면서도 “선거가 입박해선 모든 문제에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잖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아주 흥미있는 소문이 최근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돌았다. 지난 8일 청주시 강서동의 모 업소에서 제천 중.고 청주동문회 송년 모임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참석했던 이지사가 행사장을 나와 곧바로 유성으로 가 한나라당 고위직을 비밀리에 만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지사 비서실의 관계자는 “그날 저녁 대전에서 음악회가 개최돼 심대평 충남지사의 초청으로 그 공연을 관람한 후 밤 11시쯤 청주공관으로 되돌아 왔는데 아마 이것이 와전된것 같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동문회 송년모임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지사는 밤 9시가 다 되어서 자리를 떴고,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음악회는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두시간동안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시간이 엇갈리고 있다. 자신의 당적논란에도 불구, 이지사는 “자민련에 남겠다”는 식의 단정적인 말은 안하고 있다. 결국 이지사의 한나라당행 여부는 결국 당분간도 고차원의 방정식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 한덕현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