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동차 등록 ‘부인 주소 이전 ’이유로 100만원 환수조치
제천 김모씨, 감면액 전액환수에 가산금 부과

제천시가 3급 지체 장애인에게 자동차 등록과 관련해 100만원에 이르는 세제 감면 혜택을 주었으나, 뒤이어 관련 법규와 판례 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이를 전액 철회하고 환수 절차에 들어가자 당사자가 크게 반발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제천시 장락동 R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 김모 씨(46·교통사고에 의한 다리 3급 장애)는 지난해 10월 2001년식 뉴EF소나타 LPG차량을 구입하면서 시 차량등록사업소에 부인 김모 씨(44)와 공동 명의로 이를 등록했다.
이로써 김 씨 부부는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한 ‘장애 등급 1급 내지 3급(시각장애인의 경우는 4급)인 장애인이 본인·배우자 또는 주민등록법에 의한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장애인의 직계 존·비속, 장애인의 직계 비속의 배우자, 장애인의 형제·자매의 명의로 등록하여 보철용 또는 생업 활동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취득하는 자동차’에 해당하는 조건을 갖춰 취득세와 등록세 99만 3680원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5개월 뒤인 지난 2월 부인 김 씨가 개인 사정으로 차량 등록 당시 주소지에서 퇴거해 제천시 화산동으로 이사를 하자 시는 김 씨 부부가 관련 법규 등을 위반했다며 감면 세액 전액과 5만 8180원의 가산금 등 모두 105만여원을 부과할 것을 김 씨 부부에게 통지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애인 또는 장애인과 공동으로 등록한 자가 자동차 등록일부터 1년 이내에 사망·혼인·해외 이민·운전면허 취소, 기타 이와 유사한 부득이한 사유 없이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세대를 분가하는 경우에는 면제된 취득세와 등록세를 추징한다고 규정한 장애인복지법 관련 조항에 따라 김 씨 부부에게 관련 금액을 추징한 것”이라며 정당한 행정 조처였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해 8월 27일 이와 비슷한 사례에 대해 결정된 판례에서도 감면 세액의 추징이 당연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관련법이나 판례 등 모든 면을 감안할 때 시의 추징은 불가피한 행정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가 보여준 판례집에는 부인과 공동 명의로 차를 구입한 장애인 A씨가 차량을 등록한 지 5개월 만에 회사의 인사발령에 따라 주소지를 옮긴 데 대해 지자체가 A씨 부부에게 등록세와 취득세의 추징을 통지하자 A씨 부부가 지자체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청구한 이 소송에서 재판부는 A씨의 주소지 이전은 관련법이 규정한 ‘기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김 씨 부부는 제천시가 내린 감면 세액 추징 조치와 A씨에 대한 판례는 본질적으로 다른데도 이를 자신들에게까지 무리하게 적용한 시의 조치는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 씨는 “해당 판례의 경우 당초 서울에 거주하던 장애인 A씨가 제주도로 주소지를 옮김에 따라 차량 소재지와 장애인 소유자의 거주지가 서로 다른 결과가 발생했고, 이로써 실질적인 차량소유자가 장애인 A씨가 아닌 비장애인인 아내에 국한됨으로써 조세 감면 취지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 경우는 비장애인으로 사실상 조세 감면의 취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아내만이 주소지를 이전해 장애인 소유자와 차량의 주소지가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아내의 주소 이전을 이유로 감면 세액을 추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법의 취지로나 타당하지 않은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자신이 차량을 아내와 공동으로 소유한 것은 차량 구입 시 김 씨 단독으로는 할부 구매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부득이하게 아내를 공동 소유주로 등록했을 뿐 실질적인 차량 이용자가 장애인인 김 씨라는 사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A씨의 판례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또 장애인복지법에서 1년 이내에 차량 소지자의 주소지가 이전될 때 감면 세액을 추징토록 한 것도 장애인 가족의 명의를 빌어 부당하게 세제와 연료비 감면 혜택을 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마련한 일종의 안전 장치인 만큼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는 비록 김 씨의 입장이 A씨와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김 씨의 아내가 차량 등록 1년 이내에 주소지를 화산동으로 옮긴 것이 관련법에 정하고 있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세액 추징과 가산금 징수는 철회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시의 입장에서는 김 씨의 처지가 딱하다고 하더라도 법규가 정한 장애인 차량 조세 감면 조건이 상실된 이상 이를 추징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김 씨의 입장에서는 장애인인 자신이 해당 차량을 계속 운전하고 있는 사실만큼은 부인 김 씨가 이사를 가기 전이나 그 이후나 달라진 게 전혀 없는데도 불합리한 법령과 판례 때문에 자신이 선의의 피해자가 된 데 대해 좀처럼 수긍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김 씨는 허점 투성이인 관련 법규와 관계 기관의 경직된 유권 해석으로 인해 장애인으로서 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혜택조차 박탈당한 셈이다. 더욱이 추징 세액이 당초 감면된 금액에다 벌금의 성격이 강한 가산금까지 추가돼 부과된 것이어서 마음의 상처 또한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문제는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를 원상태로 회복하는 길을 찾아낸다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국가에 하소연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시를 상대로 버티기를 해야 하는지 모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김 씨가 내뱉은 마지막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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