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여상 야간부 절정 이루던 80년대 돈 넘치던 황금골목
지금은 30~40대들이 추억을 찾아… 2~3곳만 명맥유지
청주에도 ‘주경야독’하는 여학생들을 위해 이른바 ‘산업체 특별학급(야간)’이 생겨났다. 가정형편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이 어려운 여학생들이 낮에는 돈을 벌고 밤에는 배움의 길을 걸으며, 고되지만 실낱 같은 희망으로 청춘의 꿈을 불지폈다.
오씨는 또 “새벽 2시까지 일하고 새벽 5시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그 때 그 돈을 다 모았으면 지금 뭐를 해도 크게 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그저 용돈이나 번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떡볶이골목이 급격하게 사양길로 접어든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외환위기로 경제난이 가속화되면서 학생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것도 있고, 무엇보다 주고객층을 이루던 야간학생들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9년에는 산업체 특별학급이 전체 6학급으로 줄었고, 2005년 2월 마지막으로 졸업한 야간 학생들은 20여명에 불과했다. 여기에다 점심 급식이 확대되면서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이용해 떡볶이 골목을 찾는 학생들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요. 점심시간에 오는 손님들은 인근 직장인들이거나 옛 추억을 회상하며 가게를 찾는 사람들 뿐이에요” 실제로 학생들이 음식점을 찾는 시간은 대성여중 학생들이 하교하는 오후 4시 무렵과 대성여상 학생들이 하교하는 오후 6시 무렵 30~40분 정도라는 것이다. 매출도 가게 안에서 팔리는 것보다 포장이 더 많아 60%를 차지하고 있다. 서너 평 남짓한 가게로 수지를 맞추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박씨는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이 곳을 찾는 사람들 덕분에 떡볶이골목의 역사를 귀동냥한다”며 “그런 단골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그래서 낡은 한옥을 개조해 만든 박씨의 가게는 누런 푸대종이로 바른 벽지가 인테리어의 전부다. 인테리어의 나머지는 손님들이 쓴 지저분한 낙서와 군데 군데 붙어있는 연예인들의 초상사진이다. 이 역시 여학생 손님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붙여놓은 것이다.
낙서를 들여다 보니 음식맛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연예인들을 향한 메아리 없는 애정고백, 친구들에게 쓴 짧은 낙서 등 그 종류와 내용이 진진하다. 간혹 주인 박씨에 대한 용모평가도 있는데, 모두 찬양일색이다. 박씨는 “아이들이 ‘예쁜 아줌마’라고 낙서를 해놓고 서비스를 달라고 하는데, 애교에 넘어가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외모를 칭찬하는 낙서가 싫지는 않은 모습이다. 박씨는 한 술 더 떠 “아이들이 젊은 아줌마들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 다른 가게들도 젊은 사람들로 주인이 바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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