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것 왜 안 내놓는가” 여론 비등

다시 직지 이야기다. 지난 13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직지의 세계화·청주의 세계화’ 심포지움이 열렸다. 이 행사는 청주시로부터 용역을 받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최종 보고서를 내기 전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서 ‘직지와 지역문화 활성화방안’에 대해 발표한 강준혁 재단법인 춘천인형극제 이사장은 “활자 자체는 전해지지 않고, 현재까지 발견된 유일한 인쇄본마저 프랑스에 있다. 그래서 직지와 관련지울 수 있는 이웃 이미지, 이웃 개념들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는 처지이며 도시의 분위기, 시민들, 그리고 관련 사업들을 통해 세계최초의 금속활자가 이 곳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느껴지도록 한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 방법들로 강 이사장은 청주시가 이미 형성되어진 이미지를 지우고 ‘직지의 도시’로 변모할 것을 요구했다. 청주시의 중심 이미지로 직지가 자리매김 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그는 인쇄 출판사업이 연계사업으로 적당하다고 예를 들었다. 인쇄기기, 종이와 잉크관련 사업, 탁본, 판화, 서지학 등으로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고 사업 형태도 박람회나 축제에 그치지 않고 관련 연구소의 설립이나 시상제도 마련, 관련분야의 교육이나 학술대회 등으로 폭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금속을 다루는 신소재 연구소의 설립이나 신소재 전시회, 불교의 경전과 관련된 사업도 청주시가 펼칠 수 있는 사업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허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문화팀장은 ‘직지심체요절 세계화를 위한 문화협력 및 외교전략’에서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지역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명에 불과한 학예직원의 수로는 고인쇄문화의 세계적 정보발신지로서의 기능은 무망하다. 국제업무의 추진과 조정을 위해 학예직 1∼2명을 충당하거나 대외교류부서의 신설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고인쇄박물관의 체제 개편과 동시에 고려할 사항은 고인쇄문화연구소의 신설이다. 학문적 연구결과가 발신되지 않는 문화는 이벤트화하기 십상이다. 고인쇄문화와 관련된 연구는 종이, 서체, 형태, 잉크, 인쇄술 등 책 자체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그 당시 출판과 관련된 사회적, 경제적 상관관계 및 대외교류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매우 넓다”고 말했다.

심포지움 “너무 추상적”
그러나 이 날 심포지움의 내용에 대해 너무 추상적이고 그동안 지역에서 나눴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는 의견이 많았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문화정책개발원에서 청주를 지식창조 도시로 만들려는 컨셉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지 모르겠다”며 “아직 중간보고회와 공청회 등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내용은 별다른게 없다. 이제까지 지역에서 나온 것을 정리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상욱 충북대 경영대학장은 “이 프로젝트는 직지를 세계화하면서 청주의 브랜드를 홍보하고, 직지를 통한 마케팅을 연구해 산업화 하자는 것인데 직지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이것을 어떻게 구체화시키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고 전제하고 “흥덕사를 복원하고 고인쇄박물관을 확대하는 것 외에 파생적으로 직지와 관련된 사업을 발굴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문화정책개발원은 내놓아야 하는 것인데 아직 그게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직지의 세계화 공동연구진에 포함된 김교수는 연구위원의 성격이 불분명해 적극적인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문위원으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이 프로젝트의 방향이 제대로 가는 것인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이 연구진에는 김교수 외에도 박호표 청주대 관광학부 교수,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강태재 청주상공회의소 부장, 박종관 충북민예총 사무처장,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등이 포함돼 있으나 이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 것인가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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