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화장률 22% 전국 최하위권, 전국 평균은 38.5%
청주 화장장 민자유치사업, ‘공익성 담보’ 신중론 대두

지난달 말 폐암으로 숨진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투병생활중 금연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고인의 유언대로 사후 화장장례를 치러 전통적인 매장문화를 되돌아 보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씨의 유해는 화장직후 고향인 강원도 경춘공원 가족묘지내 납골당에 봉안됐다. 장묘문화에 대한 인식변화는 10년새 화장률을 2배이상 높여 지난해 사망자 10명 가운데 4명이 화장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1년 한햇동안 전국 사망자 24만2730명 가운데 9만3493명이 화장으로 장례를 치러 화장률 38.5%를 기록했다. 이같은 화장률은 2000년 33.7%보다 4.8%포인트 중가한 수치이며, 91년의 17.8%에 비교하면 10년동안 2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시도별로는 울산이 64.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부산(62.2%) 서울(53.6%) 인천(50.1%) 경기(45.9%)순으로 높은 화장률을 나타냈다.
충북의 화장률은 22.1%로 전남·제주와 함께 전국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농촌지역의 보수적인 장묘문화 인식과 화장및 납골시설에 대한 홍보부족 등의 이유가 손꼽히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작고한 조영창 전 충북부지사의 경우 고인은 화장유언을 남겼으나 문중의 반대로 매장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4개 공설납골당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청주 목련공원 납골당의 경우 5000위 봉안능력을 갖췄지만 현재 1462위를 안치해 전체 29%를 사용하고 있다. 청주권(청원 포함)의 한해 평균 화장건수를 800건으로 추정해 보면 목련공원 납골당 사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이에대해 충북도 경로복지계는 “개장분묘 화장, 타 지역 거주자 화장실적까지 화장률도 잡으면 도시지역이 한결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순수한 화장률은 해당지역 사체 화장건수로 잡아야 하는데, 충북도는 연평균 10500∼11500명의 사망자 가운데 화장장례가 3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장례문화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홍보로 다른 지역에 비해 화장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범 납골묘사업을 통해 종중·문중의 납골묘 설치를 권장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해 시·군별로 15개소의 시범 납골묘사업을 지원했고 청원·괴산·보은군 등은 도지원사업 이외의 자체 납골묘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주시는 목벌동 일대에 화장장, 납골시설을 갖춘 대규모 추모공원 건립사업을 시작했다. 92억원의 예산을 들여 8기의 화장로를 갖추고 편익시설을 완비한 자연친화적 공원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월오동 목련공원 화장장 설치를 포기하고 국가보조금 5억7000만원을 반납했던 청주시는 민자유치사업으로 재추진하고 있다. 한편 청주시는 화장장 및 추모시설에 대한 민자유치 사업자 모집공고를 내고 이달말까지 신청을 받기로 했다. 현재까지 불교, 천주교 등 종교계에서 담당부서에 적극적으로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총사업비를 60억원 규모로 잡고 있으며 화장로 5기를 설치하고 유족 편의시설을 갖춘 추모공원으로 꾸밀 방침이다. 또한 주차장, 도로, 식당 등 편의시설에 대해 50%범위 내에서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도내 공설납골당은 4개소로 1만9680위를 봉안할 수 있으며 청주 목련공원의 사용료는 15년 기한에 17만4300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설납골당은 정확한 현황파악이 어렵지만 지난 7월 종교법인 대한불교 정음사원이 청주 죽림동에 문을 연 납골당 ‘효자당’(5000위)과 음성 미타사 납골당의 규모와 시설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타사의 경우 12위를 안치할 수 있는 평생 가족납골의 경우 2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음사원 정음스님은 “사설 납골시설의 경우 운영권자와 판매권자가 분리돼 부작용을 초래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심지어 제2금융권을 통한 대출을 미끼로 다단계 판매방식을 동원하기도 한다. 효자당은 부부 2위를 모실 경우 평생 관리비 없이 300만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포교와 장례 문화운동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상업적인 수익만 내세우는 풍토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청주YMCA 주도로 결성된 ‘장묘문화 개혁 지역사회 네트워크’는 장례의식에 대한 주민 설문조사와 지속적인 연구포럼을 개최했다. 최근에는 국내 선진 장묘시설 견학을 실시해 참가자들의 열띤 관심을 이끌어냈다. 7월에는 지역 병원장례식장, 영안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네크워크 김홍성실장은 “이달초 42명의 참가신청을 받아 서울·경기 일대의 현대적인 화장장, 추모시설을 돌아봤다. 대부분 노년층인데, 고급스럽고 정갈한 화장장과 추모의 집을 보시곤 한결같이 놀라움을 나타냈다. 과거 음습하고 불결한 이미지와는 딴판이라는 반응이었다. 청주도 매장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화장장 설치가 시급한 데, 과연 민자유치방식이 공익시설 사업과 제대로 부합될 지 우려스럽다. 장례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장례식장 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 권혁상 기자

매장문화를 가로막는 장애물
유교적 효사상, 풍수지리 관습 극복해야

한반도 남한 땅의 면적은 9만9600㎢이며 이 가운데 1% 정도인 998㎢를 묘지가 차지하고 있다. 묘지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배를 넘었고, 분묘수로는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2100만기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묘지 가운데 40%가 무연고 분묘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 정부는 산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부족한 땅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14㎢의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있다. 반면 매년 늘어나는 묘지 면적이 8㎢로 매립면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좁은 국토에 산 사람의 평균 주거공간은 4.3평에 불과하지만 죽은 사람을 위한 분묘의 평균면적은 15평에 달한다. 물론 공설묘지 이외의 자연분묘를 포함한 평균치이지만, 어쩌면 죽은 자들은 편히 누워있고 산 자들은 좁은 땅의 불편함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장률이 올해 38.5%를 나타냈지만 아직도 외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웃인 일본이 98.4%로 가장 높고, 태국 90%, 홍콩 78.5%를 나타내고 있다. 화장문화의 최대의 적은 유교적 관습이다. 매장은 효의 상징이고, 권력·명예의 과시로 통한다. 여기에 풍수사상이 가미돼 매장문화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대선직전 부모의 묘를 이장하고 당선되자 이후 권력층의 분묘이장 열풍이 불었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왕기가 서린 명당’으로 부모 묘를 이장했고 대통령 아들 비리로 구속중인 최규선씨도 지난해 고향인 전남 영암에 200평 규모의 불법 가족묘지를 조성했다. 이 곳은 풍수지리학상 황새가 알을 품는 지형으로 수많은 지관이 명당으로 꼽은 지역으로 알려졌고, 최씨는 ‘새가 날아가는 명당에는 무거운 돌을 놓아선 안된다’는 속설에 따라 비석도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
전직 대통령 중에도 부모의 묘소를 이른바 ‘명당’을 찾아 이장 또는 매장한 사례가 적지않다. 하지만 위에 예로든 인사들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과연 명당의 정기를 얼마나 받았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방부은 아예 계급에 따라 화장과 매장을 구분해 장묘문화 개선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군 이상은 8평 이내에서 매장하고 영관급 이하는 화장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살아있을 때 신분이 죽어서도 유효한 것이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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