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강조하며 애도 산모도 잘 먹어서 힘이 있어야 힘든 출산의 과정을 견뎌낼 수 있다고 말입니다(아이구 이제는 정말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라나). 그리고 애 뱃구레에 살 좀 붙게 많이 걸어다니지 말고 배를 옆으로 하고 누워 있으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이제껏 체중이 7kg밖에 늘지 않아서인지 이날 아침 병원을 가느라 아파트를 나서다 만난 이웃은 “어머 벌써 애 낳았어요? 배가 홀쭉하네”하는 말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하기야 식욕도 별로 없는데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31개월된 딸아이를 하루종일 쫓아다니는 형편이니 제 배나 뱃속아기가 살이 찌지 않을 만도 합니다.
남편은 느닷없이 임신한 아내와 아기에게 무심한 가장 취급을 당하고는 “왜 잘 안 먹어 가지고 나를 나쁜 남편을 만드는 거냐”며 볼멘 소리를 하더니 기어코 찜닭을 사주겠다 합니다. 사실 저는 매운 찜닭보다는 보쌈에 더 허기가 동했습니다만 남편의 “의사선생님이 ‘찜닭’ 먹으랬잖아”하는 말에 그만 생각을 접어버렸습니다.
제가 찜닭에 얹혀진 당면으로 ‘후아 후아’ 매운 소리를 내며 배를 채우는 동안에 닭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은 ‘아유 맛있다’ 소리를 연거퍼 해가며 쪽쪽 뼈에 붙은 닭살을 발라먹었습니다. 남편의 밥그릇 옆에 잘 발라먹은 닭뼈가 쌓이는 걸 보고 있자니 ‘이것이 누굴 위한 음식이었던가’싶어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요즘 주변에 아기를 낳거나 임신한 사람들이 여럿입니다. 지난 7월 22일에는 언니가 둘째를 낳았고 불과 일주일 전에는 후배가 둘째를 낳았습니다. 언니나 후배나 그리 길지 않은 산고를 겪고 순산을 한 탓에 부러운 마음이 산이 되려 합니다.
언니는 예정일을 5일 넘기고 유도 분만을 시작한 지 4시간반만에 3.4kg의 사내아기를 낳았는데 급격한 진통이 오는 와중에 간호사가 “남편 분 들어오시라고 할까요?”하더랍니다. 느닷없는 질문에 머릿속으로는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신음에 파묻혀 ‘으으으 악’소리만 나오더랍니다.
그 말을 무슨 긍정의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간호사가 분만실 안으로 형부를 불러들였고 밖에서 마음 졸이며 대기하고 있던 형부는 간호사가 “남편 분 들어오세요”하니 ‘아이구 저는 거기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요’하는 소리가 목젓까지 올라왔지만 말 한마디 못하고 따라들어가 진통중인 언니의 머리맡에 세워졌답니다.
형부는 병원이나 소독약 냄새 주사바늘 같은 것에 심약함을 보이는 사람인데 무슨 초능력이었는지 호흡의 갈피를 잡지 못해 헉헉대는 언니에게 ‘히 히 후’하는 라마즈 분만 호흡법을 기억해내도록 해서 산고를 덜고 분만을 도왔다니 참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이긴 하지만 함께 참여해서 낳은 아기라 그런지 형부가 언니나 아기를 대하는 것이 첫아이 때와 다르게 특별히 살갑다(눈에 ‘아이고 사랑스러운 내 새끼’하는 다정함이 듬뿍 들었답니다)며 “남편들도 여자가 애 낳는데 동참을 해야 한다”고 언니는 말합니다(애고 나의 남편은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 일입니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면 자기가 더 못견딜 거라나요).
언니나 후배나 오랜 산고를 겪지 않고 순산을 해서 축하한다고 하는 저의 말에 “온 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죽을 것 같은”이라는 수식어를 써가며 진통의 순간을 말하더니 제가 “너무 그러지 마. 난 가뜩이나 자연분만하겠다고 마음을 다지고 있는데 어디 무서워서 애 낳겠어?”하니까 그제서야 “그래도 살았잖아”, “금방 지나가요. 잠깐인 걸요”하는 말로 위로같지 않은 위로를 하고 나섭니다.
참말로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들어 특히 움직임이 심해진 아기는 자루 속에 갇힌 동물처럼 팔다리를 심하게 뻗어대서 갈비뼈며 골반뼈 옆구리에 통증을 가져옵니다. “아이구 어떤 녀석이 나올라구 이렇게 나부대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