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관리센터에서 숙식하며 일용노동자 뒷바라지 5년
“봉사자들의 묵묵한 정성이 모인 공동체, 자랑스러워"
대화 중간에 심심치 않게 욕설이 오가는가하면 정해진 노임 단가를 놓고도 어쭙잖은 말씨름이 벌어지지만 이내 ‘형님, 동생’으로 마무리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푸진 농담이 흐드러진다. 처음 지켜보는 사람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5년 동안 반복돼 온 일상일 뿐이다.
오전 7시30분 무료급식이 끝남과 동시에 150명에 이르는 일용노동자들도 대부분 일터를 찾아 떠나고, 포화가 휩쓸고 간 뒤의 고요가 찾아들 만도 하지만 아직 술이 덜 깬 주정꾼들로 식당은 여전히 소란스럽다.
기자에게 “창수(가명)형은 4년째 저런다”고 설명한 뒤 어르고 달래는 것도 결국 김두호 국장의 몫이다.
오전 8시, 새벽 4시에 출근해 아침식사를 준비했던 공공근로 아주머니들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싸리비로 인력관리센터 앞마당을 쓸고나면 전쟁과도 같았던 야전사령관의 새벽 일정이 마무리된다.
처음에는 인력관리센터의 설립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용노동자들로 인해서 잦은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주시가 건립한 인력관리센터를 경실련이 위탁 운영하는 것과 관련해, 오야가다(책임자라는 뜻의 일본어) 격인 일부 일용노동자들이 ‘왜 사회단체가 우리 일에 끼어드냐’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기 때문이다.
“자생적으로 운영되던 인력시장에서 이들의 보이지 않는 입김이 일거리 배정과 노임 단가 등을 좌우했고, 인력센터 설립으로 역할이 약화되자 유리창을 깨는 등 소란을 피우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 김 국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제는 “‘수도권 공장총량제’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등 지역의 현안 문제와 관련해 집회가 있을 때 자발적으로 상경 집회에 참여하는 등 상당수 일용노동자들이 예전과는 다른 사회의식을 갖게 됐다”는 것.
일용노동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밑바탕이 됐다. 실제로 매일 새벽 3시30분 인력관리센터 앞을 청소하고 돌아가는 봉사자들을 비롯해 이·미용봉사, 무료진료 봉사 등이 주체가 바뀌지 않고 6년여 동안 이어지고 있다.
그는 “묵묵히 행해지는 봉사활동이 3년이 되고, 4년이 되니까 진심이 통하더라”며 수동 인력시장을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공동체’라고 정의했다.
김 국장은 또 “알코올 중독 등으로 심신이 허약해진 노동자들을 집단으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고마운 분도 있다”면서 교회 예배당을 일용노동자 12명에게 아예 숙소로 내 준 가덕교회 송재희 목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두호 국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시간은 고된 하루의 노동을 마친 일용노동자들이 저녁 무렵 인력관리센터에 들러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다.
그는 “인력관리센터 직원 5명의 월급은 100만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건네는 감사의 커피 한 잔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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