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업소 줄줄이 건축허가 받아
청원군 뒤늦게 제동… ‘사후약방문’ 비난

청주의 관문 오창테크노빌에 웬 첨단 러브호텔?’
IT(정보통신) 중심의 첨단 산업단지와 배후에 전원 베드타운을 조화시켰다는 계획도시 오창과학산업단지(일명 오창 테크노빌)에 소위 러브호텔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공업용지 및 공동·일반주택용 택지의 거의 대부분이 썰렁하게 비어 있는 가운데 교육의 도시 청주 관문에 러브호텔이 무려 14개나 들어설 예정인 때문이다. 청원군에 의해 건축 허가가 난 14개곳의 러브호텔중 현재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4개 곳이며, 나머지 10개곳은 착공시한을 허가 시점에서 1년내로 규정하고 있는 건축법 규정에 따라 곧 착공에 속속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기업이나 업무용 빌딩, 여러 다양한 근린생활시설들에 앞서 오창 테크노빌을 선점하고 있는 러브호텔들로 인해 오랜 세월 형성된 지역 이미지의 정체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건에 건축연면적이 2만4000평
지난해 준공된 오창 테크노빌은 충북도에 의해 생산과 주거 기능이 복합된 전원형 미래도시로 조성됐는데, 모두 285만여평에 걸쳐 5만2000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규모가 설계됐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숙박시설은 314필지에 면적이 12만2000평에 달하는 상업용지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원군에 따르면 오창과학산업단지내 상업용지는 지난 4월께 분양완료와 함께 건축허가 민원이 접수되기 시작, 지금까지 15건의 건축허가가 나갔다. 그런데 이중에서 단 1건을 제외한 14건의 건축용도가 속칭 ‘러브호텔’인 일반 숙박업소로 밝혀져 놀라움을 주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러브호텔들의 총 연건축 면적은 2만4000평방미터에 달하고 있다.
오창과학산업단지내 상업용지에는 현재 4곳에서 숙박업소의 신축공사가 진행중인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한 건물의 경우 외형이 일반 숙박시설과 달리 뾰족뾰족한 첨답 모양에 화려하게 지어지고 있어 소위 러브호텔의 분위기를 확연히 느끼게 하고 있다. 이에따라 아직 입주가 활성화되지 않아 황량하기까지한 주변의 공업·연구용 및 주택 용지와는 기괴할 정도로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각리초교에서 훤히 보여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는 “러브호텔들이 신축을 마치고 현란한 도색 및 간판으로 치장할 경우 시각적으로 첨단 과학산업단지의 이미지를 해칠 것은 뻔한 일”이라며 “더구나 러브호텔 시설이 집중될 상업용지는 학교정화구역에서 벗어나 있다곤 하지만 인근 각리초등학교와 5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가 중간에 장애물이 없어 어린이들이 등·하교 때마다 여관 건물을 바라보게 됨으로써 교육상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까 두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공장과 업무시설 입주 등은 미미한 데 속칭 러브호텔들로 보이는 시설들만 오창을 대거 점령하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며 “이들 업소의 영업형태 등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보통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청원군은 러브호텔들의 무더기 신축에 따른 비판 여론과 문제점을 뒤늦게 파악한 군건축위원회의 유사 건축허가 규제 결정에 따라 최근 여관건축을 불허키로 결정했지만, 전형적인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시계획 및 건축 전문가들은 “오창테크노빌을 무대로 한 이같은 여관촌 형성 조짐은 2년전 경부고속도로 나들목 부근에 위치한 청주시 흥덕구 하복대지구 일대를 홍등가처럼 러브호텔들이 점령해 버린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청주시의 실패사례에서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한 청원군의 늑장대응을 비판했다. 중부고속도로 청주 관문인 오창 테크노빌에 러브호텔들이 줄줄이 들어서게 됨으로써 청주는 경부·중부고속도로 관문마다 낯부끄러운 홍등가의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청주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으로 청주 일대가 ‘성 해방구’인 것처럼 오인될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청원군은 뒤늦게 숙박업소 건축을 더 이상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여관업을 위해 건축허가를 신청중인 7명의 민원인들과 형평성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진통이 예상된다.

“러브호텔 건축규제, 법률상 하자없어”
주거·교육환경상 부적절땐 불허 가능

오창 테크노빌내 러브호텔 건축허가는 올 4월부터 8월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임기말에, 그것도 군수가 궐위된 기간과 겹친다. 이 때문에 러브호텔의 홍수 소식을 접하는 지역은 청원군의 무능·단견 행정을 비판하는 한편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을 놓고 “상업지구내에서 이뤄지는 숙박업소 건축은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행정기관이 사유재산권을 침해 할 수는 없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대두,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반드시 옳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실제로 건축법 8조 5항은 ‘일반숙박시설이나 위락시설의 경우 허가권자(시장이나 군수)가 주거 및 교육환경 등 주변환경에 비추어 건축물의 용도나 형태 규모가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면 건축심의위의 심의를 거쳐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원군이 최근 더 이상 숙박업소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규정에 근거한 것은 물론이다.
청원군 관계자는 “건축행위는 동시대가 바라는 방향에서 허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상업지구 등에 대한 평면계획만 세우고 입체계획을 세우지 않는 현재의 도시계획 입안 관행을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체설계가 이뤄져야 도시공간 안에 어떤 건축물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이며 나아가 개별 건축물의 외형과 색채까지 규제함으로써 고유의 도시색깔을 구축해 나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2년전 청주 하복대 지구의 러브호텔 난립이 사회적 문제로 커지자 관련 대책을 요란스레 내놓는 등 호들갑을 떤 충북도는 이번 오창 테크노빌 사건으로 또다시 탁상행정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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