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이미지로‘고래’를 삼킬수 있을까?
충북추진위 9월말 발족… 박정규·노영우·남정현씨 등 300여명 참여

개혁적 국민정당의 궁극적 화두, ‘과연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을까’는 점차 현실화의 기미를 높여 가고 있다. 민주당의 분열로 개혁적 국민정당(이하 국민정당)에 대한 국민기대치는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직은 가설이지만 지금의 정치상황이라면 조직이 쪼개진 민주당의 개혁세력이 우리나라 정당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국민정당에 흡수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시사평론가 유시민이 주창한 국민정당은 17일 전국추진위 결성을 기점으로 창당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10월 3일로 예정됐던 창당준비위 발족도 앞당겨질 조짐이다. 그만큼 탄력이 붙었다.
충북에선 현재 각계의 인사 300여명이 국민정당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국민정당 충북준비위원으로 활동하는 이광희 전 KYC(한국청년연합)회장은 “지역의 정서상 아직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발기인 가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고 기성 정치에 식상한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고 현재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국민정당이 반(反)부패, 참여민주주의, 국민통합, 인터넷 정당 등을 표방하기 때문에 충북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 동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도내 발기인 참여자중 시선을 끄는 인사들은 강혜숙(청주대교수) 노영우(목사) 박종관(민예총 사무국장) 박정규(전 충북대 신방과교수) 남정현(충북여성민우회 부대표) 임봉수(한의사) 손현준씨(충북대교수) 등이다.

2004년엔 제 1당 부상 목표

박정규씨는 “정치나 정당활동을 목적으로 참여한 것은 절대 아니고 다만 기존의 부패한 정치구조에 맞서 새롭게 시도되는 개혁정당의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정치적 성향이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민정당이 말 그대로 유권자들의 자발적 지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충북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정당의 향후 진로에 대해선 “아무래도 연말 대선을 염두에 두고 출발했기 때문에 지지후보를 내세울 수 밖에 없고 그럴 경우 노무현 쪽에 가깝지 않겠냐”고 내다 봤다.
남정현씨는 “그동안 3김 정치 청산의 목소리는 컸지만 하나도 변한 게 없다. 기존의 정치구조에선 어차피 정치 선진화는 요원하다. 개혁적 국민정당이 당원 주체의 정당민주화와 상향식 정치를 표방하고 또 순수하게 당원의 당비로 정당을 운영하는 저비용 정치를 기치로 내걸기 때문에 개인적 차원에서 이를 지지하고 있다. 여성 운동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지금의 정당 구조는 자질있는 여성의 정계진출을 근본적으로 막는다. 국민정당은 일차적으로 이러한 폐해를 차단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며 참여동기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민정당의 성공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솔직히 말해 확신하지 못한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보편적 비판의식이 막상 선거에선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나지 않았느냐. 쉽게 말해 유권자들의 언행 일치가 안 되기 때문에 국민정당의 진로 또한 속단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정치발전을 위한 이러한 시도는 계속돼야 하고, 비록 처음엔 작은 성과에 그칠지라도 그 결과를 끊임없이 키워나가야 한다.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행동을 시작할 국민정당이 연말 대선을 거쳐 오는 17대 총선 땐 국민들로부터 실질적인 지지를 받아 전국정당으로서 명실상부한 위상을 갖췄으면 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국민정당은 단기간 내의 거국적 지지세에 힘입어 오는 2004년 총선에서 제 1당으로 부상할 것을 내심 목표하고 있다.

출발은 노무현 지키기로…

국민정당의 충북추진위원회는 9월 말쯤 발족 예정이다. 현재 이광희 배형중씨(보은 옥천 영동 남부 담당) 등이 실무기획위원으로 나섰다. 이들 둘은 지난 6. 13 지방선거에 개혁을 기치로 출마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국적으로 부산 경남은 이미 추진위가 발족됐고 나머지 지역도 17일 전국 추진위 결성을 신호탄으로 본격 가시화할 태세다. 이씨는 국민정당의 성격에 대해 “1987년 6월항쟁 이후 분열됐던 민주화운동세력과 새롭게 성장한 시민사회운동 세력, 민주당 경선 때 노풍을 일으켰던 젊은 세대의 힘을 한데 모아 개혁적 정치세력을 건설함으로써 정당과 정치개혁의 단초를 마련하고 새로운 개혁정권을 세우기 위한 국민운동의 결집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정당이 당초엔 국민경선으로 뽑힌 민주당 노무현후보 지키기 차원에서 출발한 성격이 짙지만 이젠 그 관계를 뛰어 넘어 순수한 독자세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도 일각에선 국민정당을 사시적으로 본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2중대니, 노무현의 친위대니 하는 것들이 그렇다. 잘못된 관점이다. 국민정당의 출발이 민주당의 혼선, 그리고 노무현 지키기 움직임에 근거한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한 이념과 정치적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선거 때마다 있어 왔던 정당의 부침과는 차원이 다르다. 비록 국민정당이 앞으로 대선과 관련, 다른 특정 정당 및 후보와 연대하더라도 분명한 노선의 공유가 전제돼야 가능하지 과거와 같은 편의적 짝짓기나 야합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다. 앞으로 당의 진로와 대선 전략은 1만원 이상씩의 창당 기금을 낸 당원들이 결정할 사항이다. 물론 당원들이 원한다면 독자 후보를 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당비를 내는 당원의 숫자다.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7000여명, 한나라당이 12000여명이라고 들었다. 그동안 당명만 바뀌었을 뿐이지 십수년동안의 결과가 이렇다. 그러나 국민정당은 불과 보름만에 17000여명의 당비 내는 당원을 확보했다. 이는 뭐를 의미하겠는가.”

민주당 내분이 가장 큰 변수

국민정당의 위상과 관련해선 이미 창당 제안 토론회에서도 논란을 일으켰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결국 연말 대선에서 노무현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데 쏠리고 있다. 실제로 국민정당에 참여한 대다수는 노사모 인맥이다. 때문에 앞으로 국민정당의 과제는 누구를 밀것이냐가 아니라 노무현이 속한 민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는 것이다. 국민정당 내부에선 이미 3가지 가설, 예를 들어 민주당과의 당대 당 통합, 민주당과의 연대, 독자 후보 옹립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가장 큰 변수는 현재 사분오열의 양상으로 치닫는 민주당의 내부 사정이다. 만약 민주당이 노무현 체제로 조직을 추스르고 비노(非盧) 반노(反盧)그룹이 당을 이탈할 경우 국민정당과 민주당의 통합이나 연대는 예상 외로 빠를 수 있다. 특히 의원들의 대거 이탈로 노무현당이 소수당으로 추락한다면 국민정당과 꼬마(?) 민주당의 통합은 불문가지다. 한 정치전문가는 “결국은 민주당의 내분이 어떤 방향으로 귀결되는가가 관건이다. 만약 민주당이 내홍을 수습, 집권당의 위상을 어느정도 유지하고 또 개혁적 국민정당이 절차를 거쳐 전국 조직을 갖출 경우 합당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런 여건에선 연대쪽에 힘이 실릴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반대파의 세에 밀려 여권 내에서 주도권을 잃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땐 국민정당이 그야말로 노무현의 구세주로 부상할 것이고 국민정당과 노무현 당의 무조건적인 합당이 재촉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 봤다. 많은 사람들은 최근 노무현이 독자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에 주목하며 국민정당과 노무현의 향후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려한다. 차라리 노무현이 독자노선을 천명하고 국민정당을 스스로 택할 것을 주문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새우로 출발한 국민정당이 민주당이라는 고래를 삼킬 수도 있다는 발상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원내 진입과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려면 자체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종종 거론된다. 민주당과 통합이 안 될 경우 17대 총선 땐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과도 정적(政敵)으로 싸워야 한다.

“노풍과는 다르다”

지금으로선 개혁적 국민정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한 순간 광풍으로 다가왔던 노풍(盧風)이 조정기를 거쳐 장기간 침체로 이어지듯 국민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도 어느 시점이 되면 시들해 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그것이다. 또한 이미 권영길을 대통령후보로 내세운 민주노동당과 이념상의 교착점이 많은데다 독자출마를 선언한 정몽준의 신당조차 정치개혁을 모토로 내세운 것도 국민정당으로선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특정 후보 내지 특정 정당을 향한 아주 골수분자(?)가 아닌 이상 소위 개혁적 지지층들은 민주노동당, 국민정당, 정몽준 당의 세갈래 길에서 번민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국민정당의 폭발력은 원초적인 한계에 부딪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정당측은 이에 대해 아주 낙관적이다. 우선 발기인 모집과정을 체계화하지 않았는데도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1000여명, 충북에서도 4~5명 내외의 신규 참여자가 나타난다는 것에 고무됐다. 앞으로 홈페이지를 강화하고 중장년층을 위해 오프라인 가입을 활성화할 경우 지지세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향후 민주당의 자중지란과 병풍에 발목이 잡힌 한나라당의 자가당착이 부각되면 될수록 국민정당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국민정당은 투자가치 있는 실험

충북준비위원 이광희씨의 분석은 더 구체적이다. “당초 목표대로 자발적 발기인 참여자가 10만명을 넘어 선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지금의 추세라면 전국정당으로서 얼마든지 역할할 수 있다. 물론 일정 부분 거품현상도 있고 이로 인한 조정기도 거칠 것이다. 그러나 국민정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확실한 대의명분을 갖고 접근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변수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전체 참여자중 적극성을 보이는 층이 고작 10%라고 하더라도 이들이 창출해내는 이념상의 공감대는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전국조직망을 어떻게 갖춰갈지는 좀 더 지켜 봐야 하겠지만 한개 지구당에 3,4백여명의 당원만 갖더라도 당의 운영은 성공작이 될 것이다. 이는 당원 스스로 당비를 내고 정당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허수(虛數)에 불과한 숫자놀음에 집착하는 기존의 정당과 다른 점이 바로 이런 것이고, 이는 곧 국민정당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그는 또 극단적으로 말해 국민정당이 실패하더라도 정치적으로 결코 해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정치지형을 열기 위한 실험은 부단히 시도돼야 한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 물론 반드시 다수의 국민적 지지가 전제돼야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이번 국민정당의 정치실험은 한국 정치사로 보면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고 이 때문에 단기간 내에 거국적인 호응을 얻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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