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목표는 2004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되는 것”

최근 민주당은 친노(親盧)-반노(反盧) 간의 대립이 분당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언론의 초점이 온통 정몽준·이한동 의원에게 가 있는 가운데, 개미군단이 주축이 된 개혁적 국민정당이 조용히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국민정당은 9월 17일 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빠르면 이달 안에 창당준비위를 꾸리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정당 추진위는 사실상 노무현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 추석 이후 요동치는 합종연횡의 정국 속에서 국민정당이 새로운 뉴스메이커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주간 오마이뉴스>는 국민정당 추진위의 대변인인 유시민(43)씨를 만나 최근 정치 현안과 국민정당의 향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민주당 중도파 일부가 탈당해 신당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좋은 일이다. 그 쪽으로서도 괜찮은 거다.”
- 그들은 ‘노무현-정몽준’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 위해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다 후보 단일화가 안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면 결국 정몽준 의원 쪽으로 간다는 것 아니냐. 우리도 벤처(신당)를 하는 것이지만, 그 쪽도 벤처를 하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이 그 길 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럴 수 있다. 판단은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이다.”
- 국민정당이 ‘고래를 삼키는 새우’가 될 것이라는 뼈 있는 이야기를 했는데 순조롭게 돌아가는가.
“우리는 아무 고래나 삼키지는 않는다. 민주당에서 반노(反盧) 쪽이 나가주면 삼킬만한 고래가 되겠지.”
유시민씨는 민주당과 노 후보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민주당 일에 왈가불가 하고 싶지 않다. 남의 당 일을 너무 묻지 마라”며 ‘주제 전환’을 요구했다.
- 개혁적 국민정당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지 이 주일이 넘었다. 반응은 어떤가.
“괜찮은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하루 평균 1000명 가량의 발기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강화하고 있으니 발기인 참여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본다. 별로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 지난 15일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도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는데.
“그 쪽은 원래부터 ‘정치야 놀자’라는 컨셉트였다. ‘정정당당’은 국민정당보다 훨씬 이전에 고민을 시작했고 준비해왔다. 우리는 확실한 정당을 만들어 현실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상충될 것이 없다고 본다.”
- 국민정당 추진 전후에 지방 강연을 많이 다녔는데, 최근 강연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이전에는 민주당의 반칙세력에 대해 욕을 하니까, 속 터지던 판에 시원하게 긁어주니까 기분이 좋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는 데에는 대안이 없었다. 그러다가 개혁적 국민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니까 호응이 좋다. 요즘에 강연을 다니면 ‘이 당이 과연 잘 될 것이냐’ ‘성공할 수 있겠느냐’ ‘인터넷 정당인데 사이버 공간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는 구체적인 질문을 많이 받는다.”
- 애초 10만명의 발기인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16일 현재 1만7000여 명이 참여한 상태다. 좀 부진한 것 아니냐.
“추석 전후로 3만명 가량은 될 것이다. 16일 현재 오프라인 가입자까지 합치면 2만5000여 명이다. 아직 창당 발기인대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최소한 10만명은 모을 것이다. 언론에 자세히 보도가 안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정도가 모였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 발기인들의 분포나 성향은 어떤가.
“회사원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학생들이다. 남녀 비율은 4:1 정도이고, 연령별로는 30대가 가장 많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가 전체의 60% 가량이며, 인구 구성 대비로 보자면 대전이나 광주지역이 높은 편이다. 부산도 활발하다. 우리 정당의 컬러를 볼 때 우선 젊은 고학력층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 최근 노무현 후보가 ‘(국회의원) 숫자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개혁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노 후보와 국민정당과의 교감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는 부패한 현재의 민주당 구조 속으로는 안 들어간다. 우리는 정당을 따로 만들어 세력화할 것이다. 이런 국민정당의 지지를 받을 수 있으려면 노 후보가 ‘액션’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당의 당원들에게 정치적 지지를 받으려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 노 후보의 최근 발언이 그런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그렇게 보는데, 언론에서는 아직 그렇게 안 봐주니까(웃음).”
- 발기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국민정당 창당과 정체성에 대한 내부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을 텐데.
“발기인들이 여러 가지 의견을 올리고 있다. ‘니네 정말 사이버 정당 맞느냐’ ‘홈페이지가 왜 이 따위냐’는 식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조만간 새로운 솔루션이 붙으면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최근 쟁점은 당헌 제정 문제다. 사조직의 온상이 되는 지구당 사무실을 두지 않는다, 대의원 제도를 폐지한다, 중요한 사안은 (온라인) 당원 투표를 통해서 결정한다는 등의 내용을 갖고 토론중이다.”
- 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은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 아니냐.
“당분간은 오프라인 당원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그리고 2004년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기존 정당의 대의원 제도를 없애고 온라인 당원 투표 등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은 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다. 중앙당도 축소해 참여 민주주의, 깨끗한 정당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 12월 대선의 향배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
“대선은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지금 평론가가 아니다.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국민정당 입장에서 중요한 건 2004년 총선이다. 발기인들의 관심사는 두 가지다. 첫째, 이번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이) 어떻게 이길 것이냐. 또 하나는 2004년 총선이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 이번 대선을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선 이후 한국정치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겠느냐는 고민이 있다.
우리의 목표는 2004년 원내 제1당이 되는 것이다. 원내 진입, 교섭단체 구성 등이 목표가 아니다. 이 당이 성공하려면 영남에서의 한나라당 일당 독재를 무너뜨리고, 호남에서도 민주당의 일당 독재를 무너뜨려야 한다. 그 쪽에서 한 석도 못 얻으면, 수도권에서도 희망이 없다.
이 당이 성공하려면 무조건 영·호남 지역에서 두 당의 일당 지배를 깨야 한다. 그걸 깨면 수도권은 일도 아니다. 성공하면 대박, 성공하지 못하면 쪽박이다. 그야말로 벤처다.
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정치는 3김 지배의 지역정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체제가 만들어질 때까지 상당한 카오스(혼돈) 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 때 무엇을 근거로 (국민들에게)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냐. 우리는 깨끗한 정당, 참여 민주주의, 인터넷 정당, 국민통합, 정책 중심의 정당 등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그 이전에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 총단결로 새로운 개혁정부를 구성하자는 단기 과제를 도출한 것이다.”
- 노무현 후보 지지 문제나 민주당의 통합 문제 등은 어떻게 가닥을 잡고 있나.
“민주당과 통합 조건이 맞으면 합칠 수도 있다. 그럴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어렵다고 본다. 과연 민주당이 지금의 조직구조·운영방식·문화를 다 버리고 우리 쪽으로 오겠느냐. 우리는 노선과 정책의 절충은 가능하지만, 당의 조직운영 원리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대선 때의 연대 문제다. 노무현 후보 중심 체제에서 공동 선대위를 구성해 함께 선거를 치르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후보의 의미 있는 득표를 이번 대선의 목표로 잡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개혁정부의 수립이 목표다.
발기인들 사이에서도 초반에는 (민주당과의) 통합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2004년 총선에서 우리는 무조건 민주당·한나라당과 맞붙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통합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당이라면 적극적으로 (통합을) 고려해볼 텐데 지금 민주당에서는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일 리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것 같다. 공동 선대위도 민주당이 아쉽지 우리가 아쉬울 것은 없다. (노무현 후보지지 등) 대선후보 지지 전술은 향후 당원투표에서 결정할 것이다.”
-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 현실 가능성이 적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러니까 벤처 아니냐. 물론 (2004년 총선에서는) 사표 심리에 대한 임계점이 있을 것이다. 그 한계를 뛰어 넘도록 앞으로 노력해야 한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열심히 하면 방법은 찾게 돼 있다. 2004년 총선은 지역 감정의 중심축이 무너지는 상태에서 치러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
노무현 후보는 원래 우리 쪽(국민정당에 모인 사람들)에서 만들어준 후보다. 그 국민후보를 민주당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지금처럼 된 것이다. 대선이 문제가 아니라, 대선 이후 민주개혁세력이 한국정치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느냐, 못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상적으로 보이는 이 꿈을 현실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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