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에 수해가 극심해서 9월 첫째 주는 하루가 멀다하고 영동을 가야했다. 자원봉사자들을 이끌고도 갔고, 주요 당 관계자들을 수행해서도 갔다. 수해가 있던 이틀후에 방문한 영동군 황간면 일대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군용차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붉은 흙 먼지가 집들이나 차들을 점령하고 있었으며, 흙탕물이 되어 흐르는 황간천변에는 주민들이 널어놓은 이불이며 옷들로 난민촌을 연상하게 했다.
사람들은 전혀 표정이 없었다. 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 복구는 시작되어 있었다. 양동이에 방안으로 들어온 뻘흙을 쓰레받기로 퍼내기도 하고 개천에서 퍼온 흙물로 그나마 더 지저분한 가재도구를 씻어내는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장에 먹을 물과 음식이었다.
이곳을 중앙당에서 온 당직자들과 돌아보았다. 따라온 언론사 카메라기자와 또 다른 수행원들, 그리고 당 관계자 등 해서 족히 30명은 되었다. 그날 온 당직자는 먹을 물 15톤과 수건 1,000장을 기부했다.
방문한 날 이미 가전제품 A/S 센터가 차려져 있고, 임시급식소가 설치되어 있기는 했지만 거의 수해가 난 후 처음 방문한 정치인이었다. 대전에 연고를 둔 그 정치인은 같은 충청도 지역의 일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열 일을 제치고 방문한 것이다. 그는 피해를 본 주민들을 만나 때론 위로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정황을 듣기도 하면서 바쁘게 황간면소재지를 돌았다.
그를 따라 다니면서 난 딴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그의 진정성을 믿어 줄 이가 몇이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봉사, 선행을 보면 ‘니가 진정으로 원하는건 봉사가 아닐텐데?’하는 시선으로 그의 선행을 바라본다.
주위에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다. 봉사정신과 사명감으로 의욕에 차 있는 정치인도 사실은 많다. 그러나 그들을 긍정적으로 봐 주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나라를 정치후진국이라고 한다. 그걸 정치인들의 잘못만으로 얘기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을 그렇게 만드는 일반 대중들의 잘못은 아무도 지적하는 이가 없다.
돈 안 드는 정치, 깨끗한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늘 정치인들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가끔 정치인들에게 청탁도 하고, 후원도 요구하고 안 들어주면 나쁜 놈 취급하면서 깨끗한 정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정치인들도 봉사를 위해서는 사재를 털어야 하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야 하고, 피곤함을 감수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봉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치인들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잘못한다면 응징할 수 있는 것은 일반대중들의 몫이다. 그런 대중이 법과 질서를 지켜준다면 당연히 그런 대중의 표를 얻어야 생명력을 얻는 정치인은 깨끗해지게 되는 것이다. 정치인이 존경받는 사회 그건 사회전반이 투명한 사회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걸 만들기 위해서 나부터 투명해져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정치선진국은 모든 분야에 선진국이다. 낮게 보고 썩었다고 등돌리기에는 정치가 너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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