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 ((사)개혁전략연구소 지방자치센터소장 )

   
엊그제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출범했다. 일부 중앙일간지는 몇 개의 지면을 할애하는 파격적 대우도 마다치 않았다. 젊은 보수그룹의 총아로 떠오른 그들의 화려한 부활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몇 가지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우리들의 어린시절에 심심치 않게 북에서 도망나온 자들의 증언 및 반공궐기대회가 열렸었다. “내레 자유대한의 품이 그리워 귀순 했시오”를 연발하며 자신이 살다온 세상은 인간말종들의 나라이며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 그들의 고백과 선동으로 남측의 체제우월 강조 대회 였었다.

딱히 이야기 하자면 남쪽만이 아니었다. 군 시절 전방근무를 하다보면 ‘삐라’라고 불리우는 북측에서 제작한 선전용전단지를 꽤 볼 수 있었다. 일부내용들은 남쪽에서 군 생활을 하다가 철책선을 넘어 월북 후 결혼하여 잘살고 있다는 내용으로, ‘올라와 보니 이곳이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빼먹지 않는 북 체제우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만난 후배 중에 한명이 바로 그 ‘삐라’를 보여주면서 군생활 중 월북한 형님이 ‘삐라’속에서 웃고 있는 바로 이 사람이라는 충격적 고백을 할 때 비로소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님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엊그제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출범식에서 아는 얼굴들이 스쳐지나갔다. 나와 학생운동과 재야단체를 함께하던 사람들이었다. 어느날 그들은 ‘주사파였음을 참회 한다’면서 북한민주화 운동이니 자유주의 뭐라는 단체를 결성한다느니 ‘지금의 386들은 젊은시절의 사상고백을 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몇몇 언론들에 얼굴을 내밀 때부터 그들의 전향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제 그들이 본격적으로 정치세력화를 선언하던 그날 나에게는 어린시절의 반공궐기대회와 그날 후배가 내민 ‘삐라’속의 얼굴이 함께 오버랩 되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는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군인 박근혜대표와 이명박서울시장, 손학규경기지사 등이 모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젊은 피를 수혈받으려고 노력했는데 이곳에 와보니 우리가 수혈 받아야 할 젊은피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고 했다. 그곳에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정몽준의원 까지 참석했다.

이들은 ‘노무현정권의 좌파개혁을 자유주의 개혁으로 막아내어 자학적 역사관을 극복하고 2007년 대선에서 좌파정권의 재집권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말하자면 새로운 보수적 정치선언을 함과 동시에 그들과 연대해야할 대상이 누구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리라. 뭐 그들의 노력은 백방 이해된다. 그들 중 내가 알고 있는 몇몇들은 운동권 시절에도 현장에서 만난 기억보다 주로 정책을 생산하는 지위에 있었다.

그들은 그 시절에도 늘 군림하고 가르치려 해왔고 사람들을 자신들이 이끌어가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더니 어느날 뜬금없는 전향을 하겠노라고 했다. 뭐 혼자 어떤 생각을 하던 알 바 아니지만 그들은 또 한번의 선동을 하고 나섰다. 어찌됐든 그들의 출현으로 한나라당은 신바람이 났다.

이날 전국연합의 출범식을 다녀온 박근혜대표는 이 날 분위기에 고무된 듯 ‘이제 한나라당 지지율 50%를 향해 가자’고 했단다. 그들의 앞길에 새로운 서광이 비추던 날 여전히 뒷맛이 개운찮은것은 몇몇 옛 친구들의 웃고 있는 그 사진을 보면서 였다. 나중에 이들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