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어느 날 제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습니다. 한 제자가 ‘천하’를 얻고 잃는 것에 대해 묻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걸(桀)과 주(紂)가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은 때문이다. 백성을 잃은 것은 민심을 잃은 때문이다. 천하를 얻는데는 방법이 있으니 백성을 얻으면 곧 천하를 얻을 수 있다. 그 백성을 얻는데는 방법이 있으니 민심을 얻으면 곧 백성을 얻을 것이다. 민심을 얻는데는 방법이 있다. 백성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게 해주고 백성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孟子 離婁章)

여기서 걸은 중국역사상 폭군으로 이름 난 하(夏)나라의 걸왕을 가리키는 것이요, 주는 은(殷)나라의 폭군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들은 폭정으로 백성들을 짓밟다 나라를 망친 자들인데 후세는 두 사람을 ‘걸주’라 하여 악덕의 상징으로 꼽고 있습니다.

맹자가 제자에게 ‘민심론’을 역설 한 것은 ‘백성이 하늘’이라는 민본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있습니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말 또한 그와 맥을 같이합니다.

그 옛 날 현자(賢者)들은 백성을 호랑이에 비유하여 항상 경계하라고 권력자들에게 일렀습니다. 백성들이란 평소에는 양처럼 순해 보이지만 한번 성이 나기만 하면 세상을 뒤엎는 무서운 힘을 가진 존재이므로 절대로 깔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켰던 것입니다.

순자(荀子) 또한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며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뒤집어엎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물 없이 배가 뜰 수 없고 물이 있어 배가 뜬다해도 격랑이 일면 배가 뒤집힌다는 이치로 악정을 베풀지 말 것을 통치자들에게 은유적으로 암시했던 것입니다.

백성 없는 임금이 있을 수 없고 백성이 있다해도 신뢰를 받지 못하면 존립자체가 위태로운 것입니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면 민심을 얻지 못하는 자는 천하를 얻기도 어려우려니와 설령 얻는다해도 종국에는 필연적으로 화를 당하기 마련입니다. 우리 현대사에서도 그러한 일은 시대마다 되풀이되었습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4·30재보선에 이어 10·26재선에서 마저 참패를 당한 것은 이들이 민심을 얕보다가 얻은 응보(應報)입니다. 지난 해 17대 총선 만 해도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얻었던 이들이 불과 1년만에 완패를 한 것은 민심의 소재를 도외시하고 자만하다 당한 응징이 틀림없습니다.

사실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예정된 것이었습니다. 누구 한사람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집권당에 호의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내년 5월의 지방선거와 2007년의 대통령선거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열린우리당이 정신차려야 하는 첫 번 째 이유입니다.

민심이 무서운 건 열린우리당 만이 아닙니다. 한나라당이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지난 해 탄핵 때 그 ‘쓴맛’을 경험했지 않습니까. 여당이고 야당이고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려거든 당리당략에 빠져 눈앞의 이해득실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국민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인가를 겸허히 통찰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마음을 비우고 말입니다.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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