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영화관’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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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영화관’을 아시나요
  • 충청리뷰
  • 승인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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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교도소, 양로원 등 소외계층을 위한 영화전도사
“30여년 영화인생, 앞으로도 베풀면서 살겁니다”

■ 아트시네마 김정길 대표

자신을 ‘깡패사장’이라고 소개하는 김정길(아트시네마대표·43)씨가 영화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30여년전의 일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고 나무를 팔아 끼니를 이어야만 했던 그는 영화를 많이 보면 세상물정에 눈을 뜨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당시 15살의 나이로 서울에 상경, 영사기사의 길을 걸었다.
어려웠던 시절, 무엇 하나 배우기도 만만치 않던 그 때. 배고프고 서러워서 남몰래 울기도 많이 했다는 그가 영화를 편집하듯이 자신처럼 가난을 겪는 이들에게 아픔을 도려내고 기쁨을 주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결심한 것도 바로 그때였는지 모른다.
전형적인 일명 깍두기 머리스타일, 부리부리한 외모는 ‘깡패사장’의 닉네임에 꽤 잘 어울리지만 그를 알고나면 모두들 맘좋은 김사장이라 부른다. 음성 꽃동네에서 무료영화상영, 교도소, 군인, 양로원 등 영화를 볼 수 없는 소외된 계층들을 위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정기적으로 찾아가 묵묵히 영사기를 돌리는 그이기 때문이다.

“베풀면서 살아야지”

김씨의 삶의 원칙은 ‘베풀면서 사는 것’이다. “요즘시대에 베풀면서 사는 것이 바보같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저는 마음이 흐뭇해요. 또한 베푼만큼 언제든지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느끼고요. 하여간 어려운 사람보면 못지나치겠습니다.”
86년 서울에 있는 한양영화사 영상기사모임인 청심회에서 활동하며 음성 꽃동네로 무료영화상영을 했던 일이 계기가 되어 5년전부터는 본격적으로 한달에 두번, 동절기에는 한달에 한번 무료공연을 다닌다. 한마디로 ‘찾아가는 영화관’인 셈이다. 부도로 사정이 매우 어려워져 빚을 내어 필름을 구입하면서도 한번도 빼먹지 않았다. 그런 그의 열성을 보고 종교가 뭐냐고 묻는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종교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다만 요즘 “꽃동네 수녀님들이 자꾸만 세례를 받으라고 하는데 괜히 내자리가 아닌 것 같아 매번 사양하느라고 곤욕을 치른다”는 것.
그가 여는 영화관의 타이틀은 ‘사랑의 영화축제’. 단순히 영화만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지체 아이들에게 매번 사탕을 나눠주고, 음악도 틀어주고 또 꽃동네 주변의 영화관이 없는 무극, 금왕, 맹동 등의 주민들이 대거 참여하여 매번 그들만의 흥겨운 축제가 벌어진다. 또 이번참에 김씨와 아트시네마 식구들은 팝콘기계도 장만했다. “팝콘 장수에게 재료비와 일당을 주고 섭외하다가 아예 기계를 사고 직접 팝콘을 튀겨 나눠준다”는 것.
그러나 매번 소요되는 경비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작년에 자원봉사자들과 몇몇 수녀님의 헌신으로 야외영화세트를 마련하여 일일이 세트를 설치하는 수고는 덜었지만 최신개봉작 위주로 필름을 구하는 비용은 늘 남아있다. “배급사 사장님들께 협박도 많이 해요. 꽃동네는 제발 그냥 달라고요. 이럴때 정말 깡패사장이 되지요.” 김씨는 이전보다는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영화관이 없는 군단위의 시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영화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괴산자치단체와는 계약을 맺고 2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영화제를 열고 있다. 그러나 돈도 없고 여건도 마련되지 않는 소외계층들은 여전히 많다. 그가 펼치는 교도소 영화제, 군인들을 위한 영화제, 양로원 영화제 등은 소외된 이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작은 통로이다.

“영화계 ‘짠밥’으론 최고참 입니다”

그는 대뜸 “서당개 3년이년 풍월을 읊고 극장에서 3년이면 벙어리도 말을 한다”는 다소 엉뚱한 속담(?)을 늘어놓는다. 영화계에서 떠도는 말인데 그만큼 영화가 사람을 앞서가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30여년에 가까운 그의 영화인생을 들여다보면 유랑극단에서부터 지금의 멀티플렉스 개봉관까지 모든 시대들이 녹아져 있다.
85년 서울에서 내려와 고향인 단양 가평초등학교 영화상영후 수익금을 전부기증한 것이 끈이 되어 그 당시 교장의 추천으로 청주시내 곳곳을 누비며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류의 반공영화를 틀었고, 88년부터 92년까지 소극장 브로드웨이극장 (그후 씨네월드로 바뀌었으나 지금은 문닫음)운영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극장을 운영하다 예상치 못한 고의 부도로 실망하고 다시는 영화판에 발을 들어놓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택시기사를 5년동안 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극심히 겪었지만 그래도 봉사의 손을 놓을 수가 없어 비번인 날에 꽃동네를 찾았다.
그리고 3년전 사무실없이 알음알음 출장영화상영, 구조물설치 등의 일을 해오다 올 2월 지금의 사직동에 사무실을 마련, ‘아트시네마’간판을 내걸었다. ‘21세기 영상을 선도하는 그룹’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아트시네마의 구성원들은 부인, 처남 등으로 진짜 피로 맺은 가족들이다.
“다시 시작했으니 한강이남에선 최고가 될겁니다”
요즘 그의 일주일 스케줄은 빡빡하다. 상설극장이 아닌 야외무대상영은 노하우가 필수이기 때문에 ‘짠밥’ 높은 김씨를 찾는 이들이 많다. 또 타시도에서 자동차전용극장,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무대세팅도 맡아 일하고 있다.

영화관도 골라먹는 재미있어야

“영화관이 멀티플렉스로 가는 것은 시대흐름이죠. 현재의 구조에선 단일 극장은 살아남을 수가 없죠, 필름배급을 받기 힘든 실정이니까요”
그는 영화관도 대형 슈퍼마켓처럼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찾는다고 비유했다. 또 문을 닫는 단일극장에 대해서는 이벤트공간으로 활용하여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군의 문화회관등을 빌려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는 김씨는 일반인들이 대여하기에는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은 극장폐쇄로 쓰레기가 돼버린 영상기들을 하나 둘씩 구입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무료상영을 하는 장소에 아예 세트를 설치해 놓기 위해서이다. 또 어린이 전용극장이 충북에 단 한 곳도 없다며 이를 위한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장르의 영화가 좋냐는 질문에 그는 “전 아직도 멜로영화가 좋습니다. 특히 ‘미워도 다시한번’을 보며 울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 답했다. 또 김씨는 청주시내 극장가들의 엔딩크레딧(영화의 마지막 자막을 삭제하는 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영화관 문화도 바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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