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교육부·교육청에 ‘어린이통학버스’ 준수 공문 전달
충북교육청, “대책 마련 위해 고심했지만 현재로선 역부족”
전교조 충북지부, 도교육청이 학교에 공문 전달 안 해 혼란 가중

 

앞으로 초등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갈 때 이용하는 차량도 ‘어린이통학버스’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충북 전세버스 업체에는 어린이통학버스 기준을 충족하는 45인승 버스가 거의 없는 상태다. 그동안 각 학교는 어린이통학버스가 아닌 일반 전세버스를 이용했었다.

그러나 경찰청이 최근 교육부 및 교육청에 어린이통학버스 기준에 충족하지 않은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신고 대상이 된다고 전달, 학교는 이용할 버스가 없어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충북교육청은 이러한 상황을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으로 전달,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 년에 한두 번 영업하려고 누가 버스구조 바꾸나”

어린이통학버스는 초등학교 및 특수학교, 어린이집 등 만 13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에서 사용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노란색으로 도색되어야 하고, 표지 등을 갖추어야 한다. 또 자동차안전기준에서 정한 어린이운송용 승합자동차의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 충북지역에서 45인승 차량 중 어린이통학버스로 구조를 변경한 버스를 가지고 있는 업체는 거의 없는 상태다. 일반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로 구조 변경할 경우, 한 대당 500~6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무엇보다 어린이통학버스는 관할 경찰서에 운행 구간 및 횟수를 신고한 후 어린이만을 위해 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북에서 전세버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어린이통학버스 규정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일 년에 몇 번 영업하려고 누가 돈을 들여서 노란색으로 도색을 하고 1억이 넘는 버스 구조를 바꾸겠나. 충북에는 그런 버스가 100대 중 한두 대 있을까 말까다”라고 전했다.

 

충북교육청, “일개 교육청이 대안 마련하기는 무리”

경찰청은 법제처의 해석을 근거로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등 비정기적인 운행차량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지난달 교육부와 전세버스조합연합회 등에 규정준수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과정 일환으로 진행하는 현장체험학습 시 이용하는 차량은 어린이통학버스여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신고대상이 되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준수하라는 내용이다.

충북교육청은 공문 수령 이후 대책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교육청 관계자 B씨는 “교육부와 경찰청 담당자들을 만나 논의했고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도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받은 공문을 지난 23일 각 학교에 전달했다. 도교육청이 공문을 가지고 있었던 한 달여 동안 일부 학교의 교사들은 9월~10월 계획된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위해 어린이통학버스가 아닌 일반 전세버스 업체와 계약했다. 교사들은 일반 전세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신고대상이 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고, 결국 현재 계약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전교조 충북지부, “학생·학교 지원방안 마련해야”

전교조 충북지부는 “충북교육청은 교육부에서 7월 말 시행한 공문을 한 달 넘게 가지고 있다가 이제야 시행했다. 충북교육청이 아무런 대안 마련 없이 규정만을 안내하여 학교에서는 당장 운영해야하는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취소해야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충북교육청은 교육부에서 내려온 공문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고 2학기 현창체험학습 등은 학교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했다”며 “교육청의 새로운 안내가 나오기 전까지 스스로 묘안을 찾거나 혼란을 감당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충북교육청 관계자 B씨는 “이번 사안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학교의 교육과정이 흔들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동안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했다. 시도교육감 회의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당장 각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은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거나 강행하는 것이다. 과태료 및 사고발생에 대한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다. 우리가 학교장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가이드라인 또한 경찰청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지역교육청에서는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전교조 충북지부는 “충북교육청은 지시만 담겨있는 공문서를 시행하기 전에 학생과 학교를 위한 지원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학생안전을 위해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중단하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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