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학교석면 해체작업, 여름방학 기간에 집중 실시
“촉박한 일정으로 제대로 된 관리감독 할 수 없다”
“샤워실 대신 화장실에 물 연결해 그냥 물 뿌린다”
충북교육청, 교육부보다 1년 앞당겨 ‘무석면학교’ 추진

 

충북교육청이 학교의 석면 해체 작업을 여름방학 기간에 진행, 노동자들의 고통이 심각하고 관리감독 또한 부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석면 제거 작업은 전기 및 외부와의 공기를 전면 차단한 채 두 겹으로 보양작업(외부와의 차단을 위해 창문 등을 비닐로 막는 작업)을 한 후 진행되는데 작업장 실내 온도가 40~50도에 육박,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노동자들은 숨을 쉬기도 어려운 상태라는 것. 특히 유명무실한 샤워시설로 노동자들은 안전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촉박한 공사기간으로 학교 측에서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샤워 하려면 50분 기다려야”…샤워실 사용 불가능

여름방학기간 동안 석면 제거 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더워 실제 제대로 된 작업이 어렵고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안전도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석면 업체 관계자 A씨는 “여름에는 30분 동안 일을 하면 30분은 쉬어야 한다. 온몸에서 흐르는 땀이 신발에 고여 신발이 물에 담근 것처럼 된다”고 전했다.

이어 “일을 하다 탈진하는 사람도 여럿 있다. 인건비가 비싸기는 하지만 그만큼 여름 일은 너무 힘들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석면 제거 작업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인 샤워실을 설치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무용지물이어서 노동자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은 샤워실 대신 화장실 수도시설에 샤워기를 달아 열을 식히고 있다는 것.

A씨는 “전혀 현실을 모른다. 샤워실은 너무 좁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려 실제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교육부의 ‘학교 시설 석면 해체제거 안내서’에 따르면 석면 제거작업을 위해서는 위생시설(샤워실)이 필수적이다. 석면철거 작업을 한 뒤 안전복이나 신발 등에 묻은 석면을 털어내고 석면가루가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샤워실은 공사 전에 보고서에 남기기 위한 시설일 뿐,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위생시설은 △탈의실 △샤워실 △작업복 갱의실 등 총 세 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이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그만큼 작업효율이 떨어진다는 것.

A씨는 “작업하는 사람들이 10여명이 넘는다. 한 사람 당 5분씩만 한다고 해도 50분을 기다려야 하고 10분씩 하면 100분을 기다려야 한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자들은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 정도까지 일을 한다. 하루에 6~7번은 밖으로 나와야 한다. 현재는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속옷만 입은 채로 화장실로 간다. 거기에서 그냥 물을 뿌리는 정도로 샤워를 한다”고 전했다.

학교에서 시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B씨도 “수년 동안 학교에서 시설업무를 담당했고 석면 제거 작업을 봐 왔지만 샤워실에 수도를 연결해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아예 수도시설을 연결하지도 않는다. 그냥 사진만 찍고 보고서만 낸다”고 전했다. 

 

청주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석면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촉박한 기간으로 제대로 된 관리감독 어렵다

촉박한 기간으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여름방학에 진행되는 석면 해체 공사 기간은 45일인데 이중 실제 석면을 해체하고 외부로 옮기는 기간은 20여일이다. 나머지 기간에는 사전청소와 사후청소, 모니터링, 집기 옮기기 등을 한다.

B씨는 “업체 노동자들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싶어도 기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무조건 기간 내에 끝내기 위해서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업체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여름공사'를 자발적으로 신청했다고?

한편 충북교육청은 오는 2026년까지 도내 모든 학교의 석면해체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를 기간으로 정해놓았지만, 충북은 이보다 1년 앞당긴 2026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충북지역 학교의 석면 면적은 130만여㎡다. 석면 제거 작업은 2013년부터 진행, 현재는 30%가량 남았다.

올 여름방학에 석면 제거 작업을 하는 학교는 17개교로, 1만 8279㎡의 석면이 제거된다. 도교육청은 올해 10만여㎡를 제거하고 앞으로 3년 동안 36만㎡를 제거, 2026년까지 ‘무석면학교’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자들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 석면업체 관계자들은 촉박한 시간과 더운 날씨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지만 도교육청은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여름철에 공사를 진행하는 이유와 교육부 계획보다 1년 더 앞당긴 이유에 대해 “충분히 할 수 있다. 여름방학 때 석면제거 작업을 하는 것은 학교 측에서 먼저 자발적으로 신청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재작년 언론에 석면 이야기가 나오고부터 교육청에서 일정을 막 잡기 시작했다. 공사를 하겠다고는 했지만 여름방학 때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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