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관 서원대 미술동문전 출품작 이승곤 작가의 ‘똥바다’
충북문화관 학예사, “전시 작품인줄 모르고 파쇄했다” 해명
이 작가, “의도성은 없다고 판단…기관장에게 사과 요구할 것”

‘서미동 사람들의 이야기’에 전시 예정이었던 이승곤 작가의 '똥바다'
‘서미동 사람들의 이야기’에 전시 예정이었던 이승곤 작가의 '똥바다'

 

충북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전시 예정이었던 작품이 학예사에 의해 파쇄 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특히 파쇄된 작품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충북문화관 내 숲속갤러리에는 ‘서미동 사람들의 이야기’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원대학교 미술과 동문회가 주관하는 것으로 총 36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한국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인 이승곤 작가는 지난 20일 ‘똥바다’라는 작품을 (우체국)택배로 충북문화관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23일 숲속갤러리 학예사에 의해 파쇄됐다.

이 사실은 전시준비를 위해 23일 전시장을 찾은 서원대 미술동문회 관계자 A씨에 의해 알려졌다.

A씨는 “전시 작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승곤 작가의 작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예사에게 물어보니 전시작품인 줄 모르고 실수로 파쇄했다고 하더라. 작품에 작가날인도 찍혀 있고 주소, 전화번호도 있는데 확인도 안하고 버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저희가 학예사에게 택배로 오는 작품을 잘 받아달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관례적으로 문화관에서 작품을 보관했었다. 정말 황당하고 의도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충북문화재단 직원들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B씨는 “황당하다는 단어를 넘어섰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 진행되는 전시에는 이승곤 작가의 작품이 빠져 있다. 작품의 원래 크기는 가로 70㎝, 세로 133㎝이지만 현재는 이보다 작은 크기의 복사본이 임시로 전시되어 있다.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는 오는 30일까지 '서미동사람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승곤 작가의 '똥바다'는 학예사에 의해 파쇄돼 현재 복사본이 전시되어 있다.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는 오는 30일까지 '서미동사람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승곤 작가의 '똥바다'는 학예사에 의해 파쇄돼 현재 복사본이 전시되어 있다.

 

파쇄 사실을 안 이승곤 작가는 앞서 SNS를 통해 “작품원본으로 서명이 되어 있어 누구든 전시용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작품의 내용이 문제가 되어 경찰의 압수를 받은 경우를 우리가 경험했지만 전문적 식견이 있는 공공미술관의 관장이 자의적으로 작품을 파괴한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마음도 상하고 어디까지 갈지 뒤숭숭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작품을 파쇄한 당사자인 학예사 C씨는 “20일 목요일 택배 수령을 직접 하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 오니 문 앞에 작품이 있었다. 너무 일이 많아 전화번호나 작가를 살피지 못했다”며 의도성이 없는 개인의 일탈임을 강조했다.

C씨는 “손목을 자르고 싶다는 자책감도 있고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그동안 정치성향에 따라 작품을 편애한 적은 없었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C씨는 25일 저녁 이승곤 작가를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도 했다.

이승곤 작가 또한 의도성은 없다고 판단, 더 이상 사건이 확대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작가는 “공공기관의 책임은 있다. 민미협에서 다음 주에 공문을 보내 기관 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할 것이다. 또 작자가 가진 재산권을 침해받은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사람들을 접촉해보니까 의도성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결과는 엄청나지만 정치적 편향은 없다고 판단했다. 누가 봐도 결과 자체는 이해할 수도 없고 미술계 전체에서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본인이 다 수긍을 하고 잘못했다고 하니 그 정도 선에서 정리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충북문화재단은 26일 오후 “‘이승곤’ 작가님과 ‘서미동 사람들’ 동문을 비롯해 많은 충북 미술인들에게 큰 실망감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창작자로서 무엇보다 상처를 많이 입은 작가와 많은 동료 예술인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관 관리 및 작품 수령 절차를 개선하고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은 작가에 대해서는 성심껏 보상 협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철저한 경위 파악과 함께 작품을 소홀히 취급한 담당자에게는 재단 인사규정에 따라 상응하는 인사상의 조치를 통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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