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에너지솔루션노조 청주지회장, 청주공장 옥상서 고공농성
노조 “시간외근무 합의사항 이행촉구…일방적으로 합의사항 파기해”

3일 화학섬유노조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청주지회 우영욱 지회장이 노사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돌입했다. (사진 우영욱 지회장)
3일 화학섬유노조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청주지회 우영욱 지회장이 노사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돌입했다. (사진 우영욱 지회장)
고공농성에 들어간 우영욱 지회장과 나원석 수석 부지회장
고공농성에 들어간 우영욱 지회장과 나원석 수석 부지회장

청주기상청 발표 오후 2시 온도가 35℃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5시 화학식품노조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청주지회(이하 LG화학‧에너지솔루션노조) 간부 2명이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3일 LG화학‧에너지솔루션노조 우영욱 청주지회장은 SNS에 “오늘 매우 참담한 심정으로 고공농성을 시작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농성돌입 사실을 밝혔다.

LG화학‧에너지솔루션노조에 따르면 고공농성에는 우영욱 지회장과 나원석 수석부지회장 등 2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고공농성에 들어간 이유는 2015년 2조 2교대근무제에서 3조3교대 방식으로 노동방식을 개편하면서 노사간 합의한 사항에 대한 이행문제다.

2015년 노사 합의사항이 뭐길래?

우영욱 지회장은 먼저 “저는 2008년도에 입사해서 2조2교대라는 살인적 노동강도에 저의 젊은 시절을 갈아 넣으며 회사발전에 기여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2014년 어느 날 사측은 2조2교대라는 교대조 방식에 사회적 비판이 일자 3조3교대로 개편을 했다”고 밝혔다.

우 지회장은 당시 교대제 개편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2조 2교대에서 3조 3개조로 개편하면서) 1개조가 추가 돼 당연히 1개조 만큼의 인원을 추가로 운영할 줄 알았다”며 “(알고보니) 사측이 취한 방식은 1개조 인원보다 적게 사람을 받은 뒤 밀어내기식 잔업을 부여해 3조3교대를 유지하는 방법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2조2교대에서 3조3교대로 교대조 개편이 되면 월급(시간외수당)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조합원에게 딱 맞는 꼼수였다”고 밝혔다.

2015년 당시 엘지화학 노사가 작성한 교대근무 형태변경에 관한 문서
2015년 당시 엘지화학 노사가 작성한 교대근무 형태변경에 관한 문서

문제가 되는 합의문은 2015년 작성됐다.

2015년 7월 14일 당시 엘지화학노동조합 노사는 <교대근무 형태 변경 관련 회의록 기재사항>이라는 문서를 노사 대표자의 날인을 찍어 작성했다.

이 문서에는 “3교대 근무형태 변경에 따라, 향후 정상가동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45공수 이하라 하락 할 경우 다음과 같이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할수 있도록 노경간 상호 노력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나오는 ‘공수’라는 표현은 1일근무(8시간)를 표기하는 단위로 보면 된다.

즉 월 단위로 일정시간의 시간외근무를 보장하고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교육훈련시간과 공정개선과 같은 기타 회사 내 활동을 통해 일정한 시간외근무 수당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한다는 내용이다.

시간외근무로 먹고사는데…임금 얼마나 줄었길래

엘지화학의 임금체계를 정확히 표현하면 월급제가 아니라 시급제다. 월급여 기준이 되는 금액의 기본단위는 시급단위로 책정돼 있고, 시간외노동이나 휴일 노동 등 일 한 만큼 비례해서 월급이 나온다.

그렇다 보니, 시간외 노동이나 휴일 노동을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월급봉투의 두께가 달라지는 구조다.

엘지화학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고 시간외나 휴일근로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우영욱 지회장은 “과거 교대조개편의 역사와 합의정신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근태관리가이드를 배포하면서 생계유지를 위한 일말의 공수(시간외 근무)마저 빼앗고 조합원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노사합의를 통해 보장해주기로 했던 시간외근무를 줄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간외노동이 줄어든 부서의 노동자의 경우 월급여가 상당히 줄은 것으로 확인됐다.

엘지화학엘지솔루 션 노동조합이  엘지그룹 서울 본사를 합의해 단체협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노동조합 제공)
엘지화학엘지솔루 션 노동조합이  엘지그룹 서울 본사를 합의해 단체협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노동조합 제공)

 

엘지화학 청주공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경우 시간외근무가 절반으로 줄었다. 50대 중반의 이 노동자는 시간외근무수당이 200만원 가량 줄었다고 했다.

우 지회장은 이에 대해 2015년 노사합의 정신에 따라 회사가 이에 대한 대책을 내 놔야 한다며 고공농성이라는 마지막 방법을 택했다.

이에 대해 엘지화학 관계자는 “엘지화학의 경우 생산품목에 따라 10개 정도의 공장이 있다”며 “이중 중국 시장 여파등 등 경영상황이 악화 돼 3개 정도 공장에서 시간외 근무가 축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노사합의에 대해서는 “‘노력한다고 돼있다’며 100% 강제성이 있는 합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불투명 해진 분야도 있고, 그동안 굳이 시간외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관행적으로 해온 부분이 있었다. 그런 것을 줄이자라고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역의 노동단체 관계자는 “대기업으로 포장된 엘지화학의 어두운 단면이 이번 사태를 통해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고액의 임금을 받아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시간외노동이라는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며 “기본급은 매우 낮고, 시간외 수당이 기형적으로 높은 대기업의 임금체계 단면을 이번 사태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OECD 국가는 이제 주40시간을 지나 35시간제로 간다. 언제까지 시간외노동을 더 해야만 자녀들 학비 대고, 내집 마련하는 세상이 되어야 하냐”며 “시간외노동을 덜 하고도 인간답게 사는 임금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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