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평화 미사에 초청받아
강명구 마라토너, 제주~바티칸 달리며 한반도평화 염원

<‘산오락회’ 김강곤 씨 인터뷰>

 

'산오락회' 김강곤 씨.
'산오락회' 김강곤 씨.

 

“저는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애란 씨는 노래를 부를 거예요. 주로 남과 북이 같이 불렀던 노래, 분단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래 5~6곡을 연주할 겁니다.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를 응원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수십 년 동안 민중가요, 전통음악, 그리고 최근 6~7년 동안에는 제주 4·3항쟁과 항일독립운동 음악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충북의 ‘산오락회’ 김강곤·조애란 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오는 28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시국미사에 직접 참여하고, 공연도 할 예정이다.

‘산오락회’ 구성원인 김강곤·조애란 씨가 교황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강명구 마라토너와의 인연 때문이다. 강명구 마라토너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크게 회자됐는데, 강 마라토너는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며 달리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전국 마라톤은 수십 차례에 이르고 특히 지난해에는 ‘판문점에서 프란치스크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미사 개최’라는, 어쩌면 이뤄지지 않을 ‘희망’ 하나만 바라보고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달리기를 시작했다. 무려 1만여㎞를 달렸고, 그는 현재도 달리고 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최근 교황청은 강명구 씨에게 미사에 참석할 수 있는 초청장을 전달했고, 강명구 씨는 이 자리에 산오락회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적극 추천했다.

김강곤 씨는 ‘거짓말 같았던 일이 정말 현실로 이뤄졌다’며 연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산오락회, 강명구 마라토너와의 인연

산오락회와 강명구 마라토너의 인연은 2021년 처음 시작됐다. 강 마라토너가 2021년 전국 달리기를 할 때 청주에 잠시 들렀는데, 이때 김강곤·조애란 씨는 음악과 노래로 그를 응원했다.

당시 강명구 마라토너는 남북 평화를 기원하며 백롬담에서 임진각까지 615㎞를 달리는 중이었다. 강 마라토너는 출발한지 열흘 만에 충북도청에 도착했고, 산오락회 회원들은 강명구 마라토너의 ‘평화 달리기’를 응원한 것이다.

이후 강명구 마라토너는 산오락회 지지를 잊지 않았고, 산오락회 또한 지난해 ‘교황의 판문점 미사’를 염원하며 바티칸까지 달리기를 시작할 때에도 흔쾌히 그를 응원했다. 강 마라토너가 제주에서 출발해 잠시 청주에 들렀는데, 이때 산오락회는 (주)와우팟과 함께 북콘서트 형식으로 축하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것이 강 마라토너와 산오락회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응원에 힘입은 강명구 마라토너는 베트남 호찌민 생가에서 출정식을 열었고 캄보디아·타이·방글라데시·인도·이란·이라크·튀르키예·그리스·북마케도니아·코소보·몬테네그로·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이탈리아를 달렸다.

그렇게 인연이 맺어진 산오락회와 강명구 마라토너의 세 번째 만남은 오는 28일 바티칸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충북에서는 산오락회 회원들의 항공료 및 체류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후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빨치산 노래는 단순히 빨갱이 노래 아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김강곤 씨에게는 매우 특별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고, 평화를 위한 수많은 민중들의 희생 또한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강곤 씨가 강명구 마라토너를 적극 지지하는 것은 산오락회가 2017년부터 하고 있는 항일독립운동 가요와 빨치산 노래 수집 및 연구와 일맥상통한다.

김강곤 씨는 2017년부터 최상돈 가수와 조애란 소리꾼과 함께 4·3항쟁의 역사유적지를 찾아 음악으로 추도를 이어가고 있다. 또 자주적인 독립을 외치며 지리산으로 들어간 항일독립운동가와 민중들의 노래를 모으고 당시 생존해 있는 이들을 직접 만나 기록화하고 있다. 그렇게 모은 노래는 현재 100여 곡에 이른다.

김강곤 씨가 이러한 작업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강명구 마라토너가 그토록 염원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올바른 역사 규명에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강명구 마라토너가 달리기를 택했다면 김강곤 씨는 음악을 택한 셈이다. 김강곤 씨는 올 연말, 이렇게 기록화 된 노래를 엮어 책(산 사람들의 노래)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김강곤 씨는 “항일독립운동 노래, 빨치산 노래를 아직도 빨갱이 노래, 이념 노래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항일독립운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후손으로서 반드시 알아야하고, 되새겨야 할 부분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