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동구 추동 상수원호구역 내에 지난 해 초대형 건물이 들어섰다. 허가받은 건축 연면적만 자그마치 999.52㎡.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신축건축물의 경우 허가 받을 수 있는 건축 연면적은 200㎡이지만 이 건물은 다섯 배나 넓다.

건축물만 크고 화려한 것은 아니다. 건축물에서 대청호 방향으로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잔디밭 곳곳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의자도 설치됐다. 하늘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도 일품이다.

눈앞에 펼쳐진 대청호 위로 해가 넘어갈 것만 상상해도 오감이 저려온다.

건물 옆으로 대형 유리온실이 자리잡고 있다. 10미터가 넘는 야자수도 들어갈 기세다.

‘마을 구판장’ 맞나요?

건축허가면적 999㎡의 용도는 ‘마을 공동구판장’이다. 공동구판장이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구매하고 판매하는 장소”다. 연면적 1000㎡ 이하에서 건축 가능하다.

마을 공동 구판장이란 일반적으로 마을에서 생활용품 따위를 공동으로 사들여 마을사람에게 싸게 파는 곳 등으로 볼 수 있다.

또 지역 생산물의 저장, 처리, 단순가공, 포장과 직접판매를 위해 설치하는 시설이다.

마을공동구판장은 「건축법」에 의한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상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한다.

이게 허점이었다. 상수원보호법에 따르면 제1종근린생활시설의 경우 보호구역내에선 연면적 200㎡까지만 가능하지만, 마을공동구판장일 경우 1000㎡까지 가능하다.

이 건물의 소유자는 ‘○○동마을회’다.

마을 공동구판장으로 허가받은 건물의 실내 모습은 어떨까?

허가받은 층수는 2층이지만 실내에 들어가자 3층구조였다. 건물 좌우로 3층구조로 돼 있다. 가운데는 1층부터 3층까지 개방됐다. 위 층으로 올라가는 곳은 넓은 계단으로 돼 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다. 바로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초대형 카페의 모습 그대로다.

이를 반영하듯 건물 입구에는 영문으로 된 카페 간판이 걸려있다.

실내에는 주방도 설치됐다.

대전 동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마을구판장에선 음식 조리가 불가능하다. 당연히 음식 판매도 금지돼 있다.

‘유리 온실’이 맞나요?

옆에 설치된 유리온실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유리온실은 상수원 보호구역내에서 3년이상 거주한 주민이 순환식 양액재배를 하는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며 “수경재배나 원예재배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499.68㎡ 넓이의 유리온실의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바닥은 대리석처럼 보이는 마감재로 마감돼 반짝 반짝 빛이 났다. 이곳에는 1백여개 가까운 의자가 설치돼 있다.

수경재배 시설이나 원예 재배 시설은 아예 보이지가 않았다.

이 건물, 2층이 맞나요?

마을공동구판장으로 허가받은 건물의 인허가 과정도 의심이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건축대장과 등기부등본에는 2층 구조로 허가받았다.

하지만 누가봐도 3층이다. 이에 대해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인허가는 2층구조로 받았다”며 “다만 준공허가 당시 직접 현장에 나가서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준공검사는 건축사협회에 위탁해 하고 있다”며 “협회에서 문제가 없다고 해 허가가 난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직 건축사에게 현장 사진을 보내고 의견을 부탁했다. 이 건축사는 “3층 건물이 맞다”고 했다.

그는 “이럴 경우, 보통 준공검사를 할 당시에는 허가받은 대로 한뒤, 허가가 나면 그 뒤에 공사를 해 주조물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며 “허위로 준공검사를 해줄 경우 그 건축사가 자격정지 등 처벌이 세 불법을 알고 해주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불법 3종세트’ 맞나요?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현재 해당 건물과 시설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 여러건의 행정 조치가 취해진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전 동구청은 지난 5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마을공동구판장 운영자를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그는 고발 이유에 대해 “이 업체는 ‘몽골텐트’와 같은 가설건축물을 불법으로 설치하고 이곳에서 무허가로 음식을 조리해 판매해 건축법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혐의”라고 밝혔다.

현재 이곳에선 불법으로 가설건축물을 설치하고, 농지나 산지에 전용허가를 받지 않고 콘크리토로 포장한 것에 대해서도 조치가 취해졌다.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6월 19일까지 원상복구명령을 하라는 행정조치를 취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국유지를 무단점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목이 유지(대청호구역)로 되어있는 국유지 일부에 소나무 등을 무단 식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축주 관계자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나라인가요”

불법 논란에 대해 ‘○○○마을회’ 관계자는 “법률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 이곳은 커피숍이 아니다.. 커피숍을 쉼터로 해서 무료로 대접해 주는 것이다.”며 “ 커피는 돈을 안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들 모두에게) 다 팔게 할 거다. 농사짓는 사람은 재배한 물건을 가지고 와서 팔수 있도록 하겠다”며 “농사 진 것 가지고 체험하고 유치원생들, 저학년 초등학생들이 와서 떡메쳐서 떡도 만들고 매실청도 만들게 할 것이다. 그러면 정서적으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잡풀이 우거지고 모기만 들끓는 환경청 땅에다 사비를 들여 소나무를 심었다”며 “그러면 좋은 것 아니냐. 그런데 나무를 다 뽑으라고 한다. 대한민국이 무슨 사회주의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기부를 한 돈으로 지은거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겠다고 발버둥 치는 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