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시민·환경단체, 시민 159명 대상 설문조사 실시
보행 데크 조성 시 나무 2400여 그루 훼손 우려
“기존에 있는 나무관리, 공원조성에 예산 사용해야”

청주 우암산을 이용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에 달하는 시민들이 청주시가 추진하는 우암산 둘레길 조성 사업에서 ‘보행 데크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은 보행 데크를 설치하는 것보다 도심에 나무를 심고 공원을 조성해야 하며, 기존에 심어져 있는 나무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보행 데크 예산으로 어려운 아동·노인 지원, 무심천변 조성, 스포츠센터 건립, 장애인 돕기에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우암산 둘레 길에 보행 데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2400여 그루의 나무를 베어야 하고 이는 도심에 있는 공원 몇 개가 사라지는 양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지난 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보행 데크 조성 예정지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나왔다.

 

충북연대회의 제공.
충북연대회의 제공.

 

두 단체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행 데크 필요성 및 식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단체에 따르면 우선, 보행 데크 필요성을 묻는 설문에 참여한 시민은 총 159명으로 ‘보행 데크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시민은 138명에 달했다. 나무를 베더라도 보행 데크가 필요하다고 답한 시민은 21명(13%)에 불과했다.

또 이들 중 ‘매일 우암산을 찾는다’고 답한 시민은 43명(27%), ‘일주일에 한번’은 9명(5.6%), ‘한 달에 한번’은 36명(22.6%), ‘벚꽃 개화기에만 찾는다’고 답한 시민은 전체응답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71명(44.6%)이었다.

두 단체는 “청주시는 우암산 데크를 조성하는 이유가 시민들이 통행하는데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시민의 다수는 현재 인도 길을 편안한 길로 정비만 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이었다”며 “일 년에 단 며칠 시민통행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나무를 베고 시민혈세 100억의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보행 데크 설치 여부 설문과 함께 식생 조사도 실시했는데, 조사결과 청주시 계획대로 보행 데크가 설치될 경우 무려 2400여 그루에 달하는 나무가 훼손될 전망이다.

결과에 따르면 삼일공원부터 말탄재까지 인도 길 밖 폭 2m 내에 서식하는 나무는 왕벚나무, 아까시나무 등 교목은 999본이고 개나리, 찔레, 까마귀밥여름나무 등 관목은 1418본이다.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제공.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제공.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암산은 청주시 생물 다양성의 중심이며 특히 데크길이 조성되는 구간은 멸종위기야생동물인 하늘다람쥐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고, 둘래길 주변의 나무숲은 거주지와 상업지역의 훼손을 막아주는 생태구간이자 ‘점이대’로 우암산에 직접적인 환경교란을 상충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데크 조성은 방부목 또는 합성수지를 활용한 구조이며 데크로 길을 고정하기 위한 기초와 금속재는 장기적으로 환경오염을 발생시킬 것이며 설치 지형 역시 경사가 심해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암산 둘레길을 청주시민의 휴식처로 만들려면 인공적인 데크 조성이 아니라 수암골, 공덕비, 과거에 사용했던 재·마을 등 다양한 스토리를 엮어 생태를 보전하고 문화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청주시는 100억 원을 들여 삼일공원~어린이회관 사이 4.2㎞ 우암산 순회도로를 따라 둘러길을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일공원에서 내덕동 안덕벌 입구 구간(2.3㎞)은 보행 데크, 안덕벌 입구~우암산 생태 습지 예정지 구간(1.3㎞)은 근린 생태공원, 생태공원~어린이회관 구간(0.6㎞)은 보도 리모델링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4월에 착공, 올 연말 준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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