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체 제안서 나왔지만 시민·시의원 아무도 몰라
이범석 시장, “시민과 굳이 만나 대화할 사항 아냐”
청주시의원, “시민·시의회 무시하는 행위…절차 지켜야”
충북연대회의, “모든 방식 동원해서 철거 막아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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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통거버넌스 마련을 촉구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통거버넌스 마련을 촉구했다.

이범석 청주시장이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와 관련, 시민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주시청사 본관동 철거 반대의견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고,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을 이미 알고 있다”며 “서로 입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만나서 대화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수개월에 걸쳐 시민·사회단체들이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를 강하게 반대하고 대화와 협의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빠른 시간 안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청사 본관동 내부.
청주시청사 본관동 내부.
청주시청사 본관동 내부.
청주시청사 본관동 내부.

 

지난달 27일 협의체 제안서 나오자마자 철거

청주시는 7일 본관동 철거를 본격 시작했다. 이날 진행하려는 공사는 본관동 절단작업으로 이날 오전 청주시청 앞에는 포크레인이 놓여져 있었다.

철거시작 전 청주시는 보도 자료를 통해 “청주시청사 구 본관동 논의 협의체(이하 협의체) 제안에 따라 난간, 와플슬라브구조(기둥, 보) 등을 보존하고 기록화 작업을 추진하려 한다”며 “문화재청과의 부분 보존 협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오늘부터 본관동 철거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문화재청과 함께 문화재, 역사, 건축, 구조 등 전문가들로 ‘청주시청사 구 본관동 논의 협의체’를 구성한바 있다. 1월부터 5차례에 걸쳐 본관동 보존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협의체는 지난 2월 27일 청주시청사 본관동 철거를 전제로 하면서 △필수 권고사항 1건 △선택 권고사항 4건 △기타 권고사항 2가지를 제안했다. 필수 권고사항은 ‘1층 로비, 와플슬라브구조와 연결되는 전면 파사드를 3층까지 보존’이다.

이범석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제부터 시민, 직원과 함께 본격적인 신청사 건립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의원들과 그동안 적극적으로 소통했고 설명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사업추진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청주시가 철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항의하고 있다.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청주시가 철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항의하고 있다.

 

협의체가 무슨 제안했는지 아무도 몰라

그러나 지난달 27일 ‘청주시청사 구 본관동 논의 협의체(이하 협의체)’가 제안한 사항을 아는 이는 일부 공무원에 불과했다. 청주시는 협의체 구성원들이 제안서에 사인을 한지 불과 일주일 만에 급하게 철거를 시작했고, 대다수 시민은 물론 청주시민의 대표인 청주시의회 의원들조차 협의체가 언제 무엇을 제안했는지 모르고 있었던 것.

7일 공사현장인 구 청주시청사 앞에 모인 시민·사회단체들과 10여명의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의원들은 이러한 사실에 분노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은성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충북연대회의) 상임대표는 “그동안의 합의과정을 일순간에 무시하고 문화재청과의 합의내용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오늘부터 철거와 관련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동원해서 철거를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한용진 충북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설마 했던 일이 눈앞에 펼쳐지니 당황스럽다”며 “그동안 합의안이 모두 뒤집혔다. 양아치스러운 법령과 행정은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완희 의원을 비롯해 시의원들도 절차를 무시했다며 당장의 공사착수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협의체 결과에 대해 의원들에게 보고된 것이 전혀 없다. 시민을 무시하는 행위다”라며 “협의내용에 대해서 의원들도 모르는 채 철거를 진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청주시가 문화재청과 협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협의 이후에 진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7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본관동 철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7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본관동 철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범석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이지만 문화재청도 깊숙하게 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느껴진다. 이렇게까지 오게 된 과정은 청주시청사 본관동 철거를 반대하는 일부단체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협의체가 난간을 보존하라는 제안에 대해 이범석 시장은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며, “난간구조가 일본양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역사도 역사니까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며 기존 철거 주장과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그동안 “옥탑은 후지산, 로비 천장은 욱일기, 난간은 일본 전통 양식을 모방해 건축했다”며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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