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비구역 해제 후 수곡동 재건축사업 재추진
추진위, 조합설립·주민동의 진행 중…주민 20% 동의
원주민은 아파트 지어도 추가분담금 없어 입주 어려워
주택·기반시설 정비, 주민중심 도시재생사업도 준비 중
“도시개발은 원주민 몰아내는 사업”…주민 상당수 반대

수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4일 집회를 열었다.
수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4일 집회를 열었다.

 

“2017년 정비구역이 해제되고 나서 도시가스도 들어오고, 물도 잘 나오고, 이제는 잘 사는갑다 했는데 이런 일이 또 터지니 너무 황당하고, 참나 지금 심정을 뭐라고 해야 할지… 잠을 못자고, 내가 술을 안 먹는 사람인데 자꾸 술을 먹게 되고, 가슴이 벌렁대고, 자꾸 악한 마음이 든다니까요.”

 

청주시 수곡동 도시개발사업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곡동 주민들이 또다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10여 년 전 일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이냐”며 “제발 그대로 살게 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곡동 주민 100여명은 4일 ‘수곡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 추진위원회(가칭)(이하 수곡지구 추진위)’ 사무실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동네주민을 왜 쫓아내려 하는가’, ‘○○○ 니가 떠나가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추진위 사무실에 이어 수곡지구 추진위원회 대표인 A씨 자택 앞으로 이동,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참가자들의 대다수는 70~80대 노인이었고, 지팡이를 짚고 나온 90대 노인도 있었다.

수곡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 추진위원회(가칭) 제공.
수곡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 추진위원회(가칭) 제공.

 

붉은 색 안이 개발 예정지. 수곡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 추진위원회(가칭) 제공.
붉은 색 안이 개발 예정지. 수곡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 추진위원회(가칭) 제공.
수곡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 추진위원회(가칭) 제공.
수곡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 추진위원회(가칭) 제공.

 

수곡동 도시개발추진위, “노후·공동화 해결하겠다”

청주시 수곡동이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개발사업 때문인데, 수곡지구 추진위는 수곡동 19-4번지 일원 약 18만4160㎡(5만5708평)를 개발하는 도시개발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수곡지구 추진위에 따르면 이 사업의 목적은 2000년 7월에 제정된 도시개발사업에 의한 환지방식(입체환지 포함)으로 노후화와 공동화 등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고민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도시개발사업 전문 업체 도움을 받아 도시개발사업(환지방식)의 개발계획을 수립했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 △일반상업지역 △제1종 일반주거지역 등으로 세분화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장시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보다는 단시간에 사업 추진이 가능한 도시개발사업이 적합하다는 것이 추진위 주장이다.

환지방식은 전체 사업토지의 3분의 2이상, 토지주 2분의 1이상이 동의해야 사업진행이 가능하다. 현재 개발사업 예정지에 거주하고 있는 수곡동 주민은 960세대로 480세대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수곡지구 추진위는 현재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 한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의 20%가량이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수곡동 도시개발사업 반대추진위원회 진형근 위원, 이종기 위원장.
왼쪽부터 수곡동 도시개발사업 반대추진위원회 진형근 위원, 이종기 위원장.

 

아파트 들어서도 원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수곡동의 상당수 주민들은 개발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절대 안 된다”며 “죽기 살기로 반드시 막을 것이다”라고 격양돼 있다.

문제는 돈이다. 재개발이 되면 보상금이 주어지는데, 그 보상금이 턱도 없이 적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 아파트에 입주할 때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추가분담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구역의 토지보상금은 투기 수요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계획 구역 지정 당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예를 들어 수곡동에서 30평의 대지와 주택을 소유한 B씨의 보상금은 약 8000여만 원(수곡동 19-4번지 공시지가 2023년 기준 ㎡당 77만3500원)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입주시 발생하는 추가분담금은 보상금과는 별도로 일반적으로 1억 원을 훨씬 상회한다.

B씨는 “내가 나이가 70이 넘었다. 집하나 있는 게 전부다. 추가분담금이 1억이 나올지 2억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그 돈이 내가 어디 있나. 보상금으로는 투룸 전세나 겨우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겨우 살만한데…개발 절대 안 돼”

이들이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제야 비로소 살만해 졌는데 왜 또 재개발을 해서 규제를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수곡동의 도시개발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7년 22만여㎡규모의 재건축사업이 추진됐었고 갈등 또한 있었다.

재개발 정비구역이 해제된 2017년까지 장장 10년 동안 주택 정비나 증축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해제 후 도시가스가 공급됐고, 현재는 하수관로 정비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기반시설 공사 뿐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서는 마을주민 주도의 도시재생사업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직동·모충동·탑동에서 밀려났는데, 수곡동에서도 나가라고?…어려운 사람들 왜 자꾸 힘들게 하는지

특히 현재 수곡동 지역에는 최근 진행된 청주시 탑동, 모충동, 사직동 재개발 사업에서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이들이 이주해 살고 있다. 이들은 추가분담금이 없어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했고,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동안 살았던 동네를 떠나 수곡동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이들은 또다시 수곡동에서도 밀려날 처지가 됐다.

이종기 반대대책위원장은 “사직동, 모충동, 탑동이 재건축되면서 쫓겨난 분들이 이제 겨우 수곡동에서 자리 잡고 사는데 그 사람들은 또 쫓겨날 판이다. 왜 어려운 사람들을 자꾸 힘들게 하는지 너무 억울하고 안타깝다”며 “수곡동 도시개발사업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곡동 한 주택에 도시개발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수곡동 한 주택에 도시개발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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