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문·태극기 발견된 곳은 독립운동가 김흥배 씨 부친 집
청주시 남주동 19번지…“청주 3·1만세항쟁 역사 알려야”

3·1독립만세항쟁 104주년 기념 행사위원회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력 끝에 청주농업학교 만세시위 거사 모의 장소를 알아냈다고 밝혔다.
3·1독립만세항쟁 104주년 기념 행사위원회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력 끝에 청주농업학교 만세시위 거사 모의 장소를 알아냈다고 밝혔다.

비록 모의단계에서 그쳤지만 청주만세운동 확산의 촉매제가 되었던, ‘청주농업학교 만세시위 거사’ 장소가 밝혀졌다.

‘아 2천만 동포에게 경고함’이라는 300여장의 문서와 태극기를 그리는 등 만세시위를 모의했던 장소는 당시 청주면 청수정으로, 현재 청주시 상당구 남주동 19번지다. 이곳은 김현구 씨의 집으로 김현구 씨는 당시 청주농업학교 1학년 학생이던 김흥배 씨의 부친이다. 그동안 김현구 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하지 못해 만세운동 모의장소를 찾지 못했었다.

청주시 상당구 남주동 19번지.(3·1독립만세항쟁 104주년 기념 행사위원회 제공)
청주시 상당구 남주동 19번지.(3·1독립만세항쟁 104주년 기념 행사위원회 제공)

 

3·1독립만세항쟁 104주년 기념 행사위원회(이하 행사위원회)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100년 동안 묻혀 있었던 청주농업학교 학생 3·1만세시위 거사사건에 관한 사실을 밝혀냈다”며 “당시 시위에 앞장서 퇴학처분을 당했던 청주농업학교 학생 분들의 자료를 찾아 보훈처에 독립유공자 포상을 신청하여 지난해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행사위원회에 따르면 청주농업학교 만세시위 거사는 서울중앙학교에 다니던 신횡(영)호(18, 가덕 인차리, 1902~1947)가 ‘아 2천만 동포에게 경고함’이라는 문서를 1919년 3월 9일 청주농업학교 오석영 등에게 건네며 시작되었다.

신영호는 오석영에게 청주만세운동을 제안했고 오석영, 이수천, 이요습, 서상경, 양재성, 임창수, 이철우, 박승하, 신태동 등이 합류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배포할 경고문 300여장을 등사하고 태극기도 직접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튿날인 3월 10일 밤 청주농업학교 2학년 31명은 시험 연기원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1학년 15명은 비밀리에 기숙사를 탈출했다.

그러나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학교 측과 일제는 학생들을 검거하고, 경고문과 태극기를 압수했으며, 학생들은 옥고를 치렀다. 공주지방법원 청주지청은 신횡(영)호에게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 오석영·이수천·이요습·서상경·양재성에게 출판법 위반으로 징역 5월, 임창수·이철우·박승하·신태동에게 출판법 위반으로 징역 3월을 각각 선고했다. 1학년이었던 정해원·김흥배·정유흥·장의(기)환·오성환·김동현 등은 경찰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지만, 퇴학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해방 이후인 1957년 개교 45주년에 명예졸업장을 받아 명예 복학했다. 또 지난해 8월 17일 정해원, 김흥배, 정유홍, 오성환, 양재성은 독립운동 유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3·1독립만세항쟁 104주년 기념 행사위원회 1919년 당시 청주농업학교 1학년이었던 김흥배 씨 부친이 김현구 씨임을 밝혀냈다.(3·1독립만세항쟁 104주년 기념 행사위원회 제공)
3·1독립만세항쟁 104주년 기념 행사위원회 1919년 당시 청주농업학교 1학년이었던 김흥배 씨 부친이 김현구 씨임을 밝혀냈다.(3·1독립만세항쟁 104주년 기념 행사위원회 제공)

 

정지성 행사위원회 공동대표는 “지난 100년 동안 김현구 님의 인적사항을 확인하지 못해 거사 모의장소를 찾지 못했는데 2020년, 2021년 백방의 노력 끝에 김현구 님이 김흥배 님의 부친임을 확인해 거사모의장소로 선언서와 태극기가 압수된 장소를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어 “청주만세시위가 확산된 것이 청주농업학교 학생 때문 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이 끌려갔다는 소문이 나면서 청주 곳곳에서 만세시위가 더 번진 것은 분명하다”며 “청주에서 3·1운동이 모의됐던 장소로 기억될 수 있도록 상징적인 기념비라도 세워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행사위원회는 3월 1일 청주 삼일공원과 성안길 일원에서 ‘3·1독립만세운동 104주년 기념 청주시민걷기대회 및 거리문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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