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힙합 뮤지션 ‘24Oz’ 전혜원 씨 인터뷰
힙합 예비사회적기업 대표·문화예술기획자로 활동
“고향에서 힙합하기 위한 노력이 상생을 만들다”

인구 160만 도시, 충북.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의 청년(15세~39세) 전출 인구는 4만 1236명에 달한다. 학업을 위해, 또는 일자리를 찾아 너도나도 서울로 향한다지만, 우리 주위에는 충북에 남기를 택한 청년들도 있다. 그들은 충북에서 자신의 기반을 만들고 지역의 가치를 창조해낸다.

그들에게 충북은 어떤 도시일까? 충북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청년들이 찾아낸 충북의 가치는 무엇일까? 충북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기자 말)

 

전혜원 씨가 운영하는 '런디스타운'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중간중간 카페를 살피는 청년 창업가의 모습이 역력했다. 힙합 뮤지션이자 창업가, 문화 기획자 등 다양한 명함만큼이나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전혜원 씨가 운영하는 '런디스타운'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중간중간 카페를 살피는 청년 창업가의 모습이 역력했다. 힙합 뮤지션이자 창업가, 문화 기획자 등 다양한 명함만큼이나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24Oz’라는 이름으로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힙합 뮤지션 전혜원 씨. 그는 청주 사람이다. 청주에서 나고 자라 대학교 또한 이곳에서 나왔으니 청주를 떠난 적이 없다. 전 씨가 작곡한 노래들 또한 청주에서 영감을 얻었다니, 그는 ‘청주’의 정체성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사람이다.

힙합콘텐츠그룹 ‘어글리밤’의 대표인 전혜원 씨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함께 힙합을 들으며 가사를 직접 써보곤 했다. 변치 않고 좋아해온 ‘힙합’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었다.

2016년 청주시 율량동에 첫 작업실을 마련해 공연을 열고 음악을 만들며 자체적인 힙합 콘텐츠를 만들어 나갔다. 어글리밤을 알리기 위한 활동은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이어졌다. 현재 전혜원 씨는 힙합 뮤지션이자 문화·예술교육, 문화도시조성사업 등 지역의 문화 활성화를 위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전혜원 씨는 방문객과 어글리밤 뮤지션 모두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작업하기 좋은 카페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공간을 기획하고 있다. 사진은 작업자를 위한 직선형 테이블, 필기구와 메모장이 놓여있다.
전혜원 씨는 방문객과 어글리밤 뮤지션 모두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작업하기 좋은 카페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공간을 기획하고 있다. 사진은 작업자를 위한 직선형 테이블, 필기구와 메모장이 놓여있다.

 

‘청주 사람 아니지?’라는 말은 전혜원 씨가 작업 공간 겸 카페 ‘런디스타운(Run This Town)’을 운영하면서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녹음실과 피아노가 한켠을 차지한 이색 카페를 보면서 손님들은 전 씨의 출신지를 의심하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보수적이고 조용한 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일까?

아직은 지방에서 낯선 ‘힙합’을 이야기하는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실력이 없어서 청주에 있는 것 아니야?’, ‘힙합 하는 사람은 태도가 불량해’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택한 청년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흔히 ‘MZ세대’의 대표 문화로 여러 지자체 행사나 공연에 초청받지만, 힙합 공연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가 아쉬울 때도 있었다. 공연 중 행사 관계자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해 공연 흐름이 끊어지기도 했고, 갑자기 공연이 중단되기도 했다. 출연료는 받지만 존중은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고.

그럼에도 전혜원 씨는 덕분에 많은 공연을 개최하고 어글리밤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힙합 불모지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얘기다. 사업을 제안하거나 지원사업에 참여할 때 낯설음은 오히려 신선함으로 작용했고, 어딘가 불량할 것 같은 힙합 뮤지션이 성실한 태도로 임하니 오히려 더 좋은 인식이 생기기도 했다.

 

“‘서울 힙합’보다 ‘청주 힙합’이 더 눈에 띄니까”

‘왜 굳이 청주에서 활동하느냐’는 질문에 전혜원 씨는 “처음엔 서울로 갈 생각도 있었지만 뚜렷한 목표 없이 서울에서 음악을 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친구, 가족, 학교 모두 이곳에 있는데 내가 왜 서울로 가야하지?’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전했다. 자연스럽게 서울과 청주를 오가며 랩 레슨을 받았고 청주에서 힙합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엔 ‘우리 지역에 힙합 문화를 뿌리 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활동했습니다. 서울로 랩 레슨을 다니면서 느낀 어려움을 후배들이 느끼지 않도록, 서울로 갈 돈과 시간을 아껴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와이홀’이라는 거점공간을 만들어 어글리밤 힙합 크루(그룹) 활동을 시작했다. 랩 레슨을 진행하고 자체 공연을 기획·운영했다. 어글리밤 멤버뿐만 아니라 지역의 뮤지션들과 협업하고 힙합 뮤지션의 꿈을 가진 이들에게 무대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어글리 떨스데이’, ‘어글리 스테이지’ 등도 열었다.

물론 충북에서 음악과 공연만으로 수입을 얻기는 어려웠다. 전 씨는 “만원을 받더라도 나를 증명해보일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코로나 시기엔 4개월간 통장에 찍힌 돈이 0원이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음악 외의 수입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문화·예술 공모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또한 활동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역 문화와 함께 성장해온 만큼 이제는 청주에 기여하고픈 마음도 생겼다.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도 하며 어글리밤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갔다.

 

동부창고에서 진행한 생태교류시장 '달장'의 어글리밤 초청 공연 모습. 

 

어쩌다 예비사회적기업…‘청주’와의 상생

힙합과 사회적 기업이라니 어색한 조합이라 생각될지 모르겠다. 어글리밤이 사회적 기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SNS에서 우연히 본 공고였다.

2017년 청주시 사회적경제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참여해 서브컬쳐(비주류 문화) 종사자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원하는 문화 플랫폼 창업아이템을 선보였다. 그 결과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까지 참여하게 됐다. 사업을 수료하면서 사업자를 냈고, 2018년 어글리밤은 하나의 기업이 됐다.

2019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글리팜’도 사업자 덕분에 운영할 수 있었다. ‘음악과 힙합을 통해 구원받았다’라고 할 정도로 긍정적 가치를 경험한 뮤지션들이 모여 청소년들에게 힙합의 가치를 전달하자는 목표를 갖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21년 하반기 어글리밤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후부터는 ‘사회적 가치실현’이라는 목적에 맞게 힙합을 많은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청소년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과 찾아가는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어쩌다 만든 사업자는 지역의 문화예술기획자로서 활동에 물꼬를 열어준 것이다.

전혜원 씨는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공연, 교육프로그램 등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 참여 활동에 매력을 느꼈다. 보다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위한 기획을 고민하던 중 만난 충북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하 플랫폼).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 힙합콘텐츠그룹으로서 어글리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활동이다.

2021년부터 플랫폼 기획홍보팀으로 활동하면서 음악 브랜딩(음악을 통한 홍보)에 참여하고 17가지 지역 의제 중 4가지 의제를 표현한 음원을 제작하기도 했다.

전혜원 씨는 지역 곳곳에서 어글리밤 이야기가 들려올 때, ‘우리의 음악을 알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많은 일들이 헛된 일이 아닌 성장의 기반이 됐음을 느낀다. 대표로서 정체성,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찾아준 셈이다.

 

지방 청년문화·예술인들의 생존을 위한 바람

“지역에도 역량을 가진 청년들이 충분히 많은데, 이들이 일자리를 쫓아 서울로만 향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창업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은 필요한 지원과 정보를 찾아볼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지자체는 이러한 청년들이 있음을 인식하고 적재적소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혜원 씨는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협력관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위탁 사업이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 신규 단체의 유입과 활성화를 이루길 바라고 있다.

또 기획자 양성과정, 신규단체 발굴 등을 민간단체에 완전히 믿고 맡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전혜원 씨가 '런디스타운'의 이름이 새겨진 후드티를 입고 있다.
전혜원 씨가 '런디스타운'의 이름이 새겨진 후드티를 입고 있다.

 

어글리밤은 앞으로 브랜드컨설팅, 공간 기획, 광고 등 힙합을 녹여낸 콘텐츠를 생산하는 힙합콘텐츠그룹으로 지역에서 트랜드와 신선함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에게 있어 힙합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Run This Town’, ‘이 도시를 지배하자’는 말처럼 청주라는 도시에서 새로운 힙합 문화를 만들어갈 전혜원 씨의 ‘힙합 정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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