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끝, 핵심으로 접근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장남 이정연씨 병역문제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의 칼끝이 점점 사건의 핵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수1부는 9월 9일 이 후보의 핵심측근인 이형표(55)씨를 출국 금지하는 한편 이씨의 예금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거래 현황을 정밀 추적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정연씨가 1991년 체중미달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 금품을 건넸는지 확인키 위해 이 후보의 자금관리를 맡은 이씨의 돈 거래 현황을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 의혹 수사 한 달째를 맞이한 검찰이 이 사건 수사 이후 이 후보의 측근을 조사대상에 올려놓고 계좌추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계좌추적 결과가 주목된다. 결과에 따라서는 이 후보가 공언했던 후보 사퇴 및 정계 은퇴라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형표씨는 이 후보가 판사로 재직할 때 법원 7급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은 인물로, 대법관 시절에도 이씨를 데리고 갈 만큼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 후보가 변호사 시절에는 사무장을 지냈으며, 국회의원 시절에는 보좌역으로, 그리고 현재는 이 후보의 후원회 사무국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이씨에 대한 계좌추적은 최근 김길부 전 병무청장과 전태준 전 의무사령관을 비롯한 이번 사건 핵심 참고인에 대한 줄소환 이후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과 추적결과가 주목된다. 김대업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음테이프에는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전 국군통합병원 부사관 김도술씨를 통해 이정연씨 병역면제 청탁과 함께 1800만~2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검찰이 이 후보의 측근인 이씨에 대해 계좌추적을 단행한 것은 뭔가 증거를 잡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병무청 유학담당 관계자로부터 이씨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만약 한인옥 여사가 91년 병무청 근처 다방에서 김도술씨를 만났더라도 혼자 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집사이자 사무장인 이씨가 동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측에서는 “이씨는 이 후보 주변에서 오랫동안 회계관리를 맡은 ‘집사’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지만 이씨는 91년 당시엔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한나라당에서도 이미 검찰이 이정연씨 병역문제로 이씨의 계좌추적을 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해 이회창 후보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검찰 수사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에 대한) 계좌추적은 수사의 기본”이라며 “그러나 구체적인 대상과 내용은 수사 보안상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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