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산단 피해 사례 발표 토론회 열려
각 지역 피해사실 공유하고 연대 의지 밝혀

공익법률센터농본, 전농충북도연맹,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21일 ‘산업단지로 인한 농촌지역 피해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공익법률센터농본, 전농충북도연맹,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21일 ‘산업단지로 인한 농촌지역 피해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충북도, 충남도, 경기도가 세금수입 증가, 고용창출, 인구증가를 이유로 산업단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산단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공동체가 파괴되는 등 지역이 피폐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었다. 또한 세금으로 투입되는 산단 유지·관리비가 세금수입보다 더 많아 경제적인 효과도 실제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산단 건립은 지자체 발전 또는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사업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1일 공익법률센터농본(이하 농본), 전농충북도연맹(이하 전농충북),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하 청주충북환경련)이 공동으로 개최한 ‘산업단지로 인한 농촌지역 피해에 대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농본의 장정우 팀장이 ‘산업단지로 인한 농촌지역 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농본 유튜브 화면 캡처)
농본의 장정우 팀장이 ‘산업단지로 인한 농촌지역 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농본 유튜브 화면 캡처)

 

산단 생기면 인구 증가한다더니…

이날 토론회에서 농본의 장정우 팀장은 ‘산업단지로 인한 농촌지역 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산단이 있는 경기·충북·충남의 읍·면·동 48개 지역 인구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00년 대비 27개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했고, 2012년 대비 32개 지역에서 인구감소를 보였다. 특히 충북의 경우 3개 이상의 산단이 있는 16개 지역 중 인구가 증가한 지역은 단 3곳에 불과했다.

농본의 '산업단지로 인한 농촌지역 피해조사 결과' 중에서.
농본의 '산업단지로 인한 농촌지역 피해조사 결과' 중에서.

 

농본의 '산업단지로 인한 농촌지역 피해조사 결과' 중에서.
농본의 '산업단지로 인한 농촌지역 피해조사 결과' 중에서.

 

장 팀장은 “평균적으로 산업단지가 3개 이상 입지한 지역의 경우 해당 지자체와 광역지자체 인구증가율에 비해 현격히 낮은 인구증가율을 보이거나 지자체 인구가 늘더라도 해당 읍면동 지역은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2년 대비 인구가 감소한 단양, 영동, 옥천, 음성, 논산, 예산, 공주, 보령, 부여의 읍·면 중 82%가 해당 지자체 인구 감소보다 더 큰 폭으로 인구가 감소했다”며 “산업단지가 인구감소를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단 유지·보수를 공공재정으로?

장정우 팀장은 세금수입 또한 효과가 없다는 것을 진천군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즉 진천군의 2014년 세입합계액은 170억 원 정도였고, 2021년에는 333억 원이었다. 하지만 진천군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산단 기반 조성 및 유지관리·보수로 연 평균 45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 8년 동안 산단 기반 조성을 위해 무려 360억 원을 투입했다는 얘기다.

장 팀장은 “진천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 경우에도 산단 진입도로 건설을 공공재정으로 지원하고 공공폐수처리시설, 완충저류시설 사업에도 공공재정이 지원된다”며 “지자체의 산단 개발은 시행사, 시공업체의 개발이익을 공공재정으로 보전하는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이며, 지자체의 지속적인 산단 개발은 자치단체장 등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 큰 원인인 것은 아닌지 추가 분석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정우 팀장은 산단으로 인한 주민 피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비현실적인 토지보상가 이외에도 공동체 파괴, 특히 산단과 함께 들어서는 산업폐기물매립장으로 주민들은 그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것.

장 팀장은 “산업폐기물매립장으로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이 산단으로 얻을 수 있는 순이익보다 더 큰 것이 현실이어서 산업폐기물매립장을 하려는 업체도 앞으로 산단과 관련된 주요이해관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진천, 괴산, 예산, 천안 사례 들어보니…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충북지역의 진천테크노폴리스산단과 괴산메가폴리스산단 뿐 아니라 충남 예산 예당2일반산업단지 및 천안 제5일반산업단지 반대대책위 관계자들도 참석, 생생한 피해사례와 그동안 활동 내용을 발표했다.

김기형 진천테크노폴리스산단 반대대책위원장.
김기형 진천테크노폴리스산단 반대대책위원장.

우선 김기형 진천테크노폴리스산단 반대대책위원장은 “산단 예정지에 절대농지 10만평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농림부는 산단을 허가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정상적인 과정을 거쳤는지 의심이 간다”며 “우리는 돈보다 소중한 가치를 이야기하는데 저들은 자본의 논리로만 본다. 대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소멸을 걱정하면서 그 해결방법으로 도시화를 이야기한다. 농업을 어떻게 부흥시켜야 할지에 대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오히려 산단과 도시화를 통해 농촌소멸을 막아보겠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근식 예산 예당2일반산업단지 반대투쟁위원장.
이근식 예산 예당2일반산업단지 반대투쟁위원장.

이근식 예산 예당2일반산업단지 반대투쟁위원장은 “산단 전에는 침수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침수피해가 많고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마을의 공동체는 이미 붕괴됐다. 주민들이 산단 조성과정에서 분열돼 이제는 길거리에서 만나도 눈도 안 마주친다. 법에 호소해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류형선 천안 제5일반산업단지 반대대책위 사무국장.
류형선 천안 제5일반산업단지 반대대책위 사무국장.

류형선 천안 제5일반산업단지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첨단산업단지라고 했는데 분양이 안 되니까 화학업체가 들어오고 나중에는 지정폐기물까지 한다고 한다. 더욱이 학교 근처에 매립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도대체 말이 안 된다”고 분노했다.

류임걸 괴산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 반대대책위원장.
류임걸 괴산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 반대대책위원장.

류임걸 괴산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 반대대책위원장은 이날 단합된 힘으로 사실상 산단 계획을 무산시킨 사례를 발표했다. 류 위원장은 “아직까지 산단 백지화라는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산단과 관련해 모든 것이 중단된 상태다. 산단 승인 전에 주민들이 미리 알았고 똘똘 뭉쳐 대응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갖은 협박과 압력을 받았다. 지금도 휴유증은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번 토론회 개최 의의와 관련 농본의 하승수 대표는 “마을과 농촌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지역의 사례를 듣는 것은 중요하다.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산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행정을 고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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