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상향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량 부족, 소수만 입주
노후 숙박시설 정부예산으로 개량, 운영은 민간에 맡겨

 

 

황세인(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숙박업소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대안으로 모텔과 여관을 개조한 서비스지원주택을 제시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서비스지원주택은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주택을 통한 주거상향의 전 단계다. 전 서비스지원주택에 머물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의 생각도 비슷했다. 장 소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방법은 ‘준공영제 주택’이다.

노후화된 숙박시설을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냉·난방 등 환경을 개선해주고 임대료 인상 제한 등 기준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공공주택의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중간단계로 시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겨울보다 여름나기가 더 힘든 쪽방촌

장 소장이 활동하는 대구쪽방상담소는 8월 현재 667명의 쪽방 거주자를 지원관리한다. 이 단체는 현장 방문을 통해 거주자들의 건강상태와 애로를 청취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일을 한다. 또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부받은 물품을 나눠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대구시는 우리나라 도시 중 여름 폭염이 가장 심한 곳 중 한 곳이다. ‘아프리카’에 빗대 ‘대프리카’라는 말도 생겼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이 현재 상담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주민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이 현재 상담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주민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냉·난방이 안 되는 숙박업소 거주자들은 겨울 추위보다 여름 더위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대프리카’ 대구의 쪽방촌 주민들도 여름이 힘들 긴 매 한가지다.

대구시와 대구쪽방상담소는 올 여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대구시가 예산을 지원해 숙박업소 거주자들에게 여름 폭염기간에 냉방이 되는 모텔에 입주할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 때문이다. 예산은 대구시, 사업은 대구쪽방상담소가 맡았다.

장 소장에 따르면 이 사업에 지원된 예산은 2000만원이다. 한 사람에게 숙박업소 거주비로 월 40만원이 책정됐다.

대구쪽방상담소가 숙박업소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제공하는 얼음물이 담겨진 아이스박스 
대구쪽방상담소가 숙박업소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제공하는 얼음물이 담겨진 아이스박스 

아이디어는 호평을 받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장 소장은 “50만원, 60만원을 줘도 방을 못 구한다”며 “처음에는 한층, 한 동 전체를 구해 보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고 결국에는 한 호씩 한 호씩 구하거나 쪽방 주민들이 본인 사시는 인근에 구해오시면 그 집주인에게 저희가 계약을 해서 방값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한 달 만이라도 냉방되는 모텔에서 살게 해보자

혹서기 모텔비 지원 사업은 어떤 과정에서 나오게 됐을까? 장 소장에 따르면 1차 분기점은 2018년이다. 정부가 ‘폭염’을 재난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폭염이 재난으로 인정되면서 재난기금으로 폭염에 따른 물품이나 비품을 재난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2차 분기점은 코로나 대유행이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대구시는 여름철 운영하던 ‘무더위 쉼터 폭염대피소’ 운영을 공식중단했다.

장 소장은 “저희가 지원관리하는 분들은 667명인데 95% 이상이 다 여관, 여인숙에 거주한다. 여관, 여인숙 대다수가 냉난방이 안된다”며 “쪽방촌 주민들은 한창 더울 때 방 안에 있는게 더 위험하다. 가까운 관공소나 은행, 무더위쉼터에 가서 쉬고 저녁에 좀 선선해지면 집에서 쉬는데 폭염대피소 운영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이들이 거주하는 숙박업소에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장 소장은 “다른 방법을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대구시와 냉방기를 지원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며 “막상 시작해보니 숙박업소가 낡아 에어컨을 설치할 물리적 환경이 안된다거나 전기용량 자체가 작아서, 혹은 전선이 노후돼서 에어컨을 못 트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에어컨을 설치한 후에) 집주인이나 관리인들이 전기료를 인상했다”며 “틀 수 있는 집들도 집 주인들이 3만원, 4만원, 5만원 전기세를 추가로 달라고 했다. 세입자 주민 입장에서는 평균소득의 50~70만원 되는데 그중에서 5만원 뚝 떼서 전기세로 쓰는 건 쉬운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심지어 저희가 에어컨을 구해드리겠다고 해도 거부하시는 분들이 계셨다”고 씁쓸해했다.

그 다음에 찾은 방법은 LH공사와 대구도시공사가 보유한 임대주택 중에서 비어있는 집을 찾아 폭염기간 두달 동안을 임시 대피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급세권’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임대·공급주택 공급량 부족하고 있어도 외곽지역

하지만 이 방법도 실행되기엔 여건이 안됐다. 장 소장에 따르면 대구도시공사는 법적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참여할수 없다고 했다. LH는 상담소의 제안을 수용했지만 쪽방촌이 밀집돼 있는 대구도심 안에는 비어있는 임대주택이나 공공주택이 없었다.

대구도심과 한 시간 정도 떨어져 교통접근성이 낮은 곳 밖에 없었다.

장민철 소장이 대구시 한 숙박업소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장민철 소장이 대구시 한 숙박업소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장 소장은 “급세권이란 말이 있다”며 “무료급식소가 있는 지역의 여관이나 여인숙이 월세가 5만원 정도 비싸다”고 전했다.

그는 “외진 곳이라던지 떨어진 곳에 계시면 무료급식을 통해서 하루에 일정 소득을 아끼는 분, 무료 진료소를 이용하시는 분, 가족이 다 해체됐는데 그나마 관계를 맺고 있는 분들을 벗어나 딴데로 가야 하니 쪽방촌 주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거다”고 밝혔다.

 

가장 좋은 정책은 매입임대주택과 공공주택, 하지만?

주거취약계층을 상대로 시행하는 정부정책과 관련해 장 소장은 매입임대주택과 공공주택을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했다.

장 소장은 “지금 나와 있는 대책 중 가장 14~15년을 해봐도 가장 좋은 대책은 매입임대주택을 통한 주거취약계층 주거 상향사업이다”고 밝혔다.

매입임대주택이란 정부가 LH공사를 통해 주택을 매입한 뒤, 주거취약계층에게 일정액의 보증금과 월세를 받고 임대를 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한 부분을 문제로 삼았다. 장 소장은 “서울은 수요자가 너무 많아서 공급자체를 공급하지 못한다”며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매입임대는 거의 제공을 하지 못하니 서울·경기 같은 경우는 전세임대가 훨씬 많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도 임대주택 자체에 들어 갈 수 있는 물량 자체가 5개월에서 6개월 기다려야 된다”고 말했다.

 

준공영제 주택이 필요한 이유

장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준공영제주택 방식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제시했다.

그는 “모텔이나 시설이 괜찮은 여관들을 매입해 리모델링 한 뒤 공공주택화 해서 준공영제로 운영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외국에 이렇게 해서 해결해나가는 과거의 선례가 있으니 그걸 차용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소장은 “대구의 경우 동구에 괜찮은 곳은 화장실과 욕실 따로 돼 있고 에어컨 돼 있는 곳이 있다. 월세가 35만원 정도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쪽방 주민들이 들어가실 수 있는 데에는 (수리보수와 같은)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만 수리하거나 보완하면 외관이나 골조나 괜찮은 곳도 있다”며 “에어컨을 달려고 망치질을 해도 외벽이 무너질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지금은 선이 얇게 돼 있지만 조금만 선 굵은 걸로 하고 전기용량만 크게 하면 에어컨 열 대는 충분히 달 수 있는 그런데를 지자체나 정부가 돈을 들이고 수리를 하고 냉방 난방을 집어 넣으면 된다”고 밝혔다.

가스보일러가 설치된 숙박업소. 장 소장에 따르면 달방으로 운영하는 대구시내 여인숙 중 여름철 냉방과 겨울철 난방이 안되는 곳이 많다.
가스보일러가 설치된 숙박업소. 장 소장에 따르면 달방으로 운영하는 대구시내 여인숙 중 여름철 냉방과 겨울철 난방이 안되는 곳이 많다.

장 소장은 “집이 좋아지면 집 주인들이 집세를 올릴려고 한다. 그 걱정 때문에 공공 예산이 투입이 안 되는 것”이라며 “그것을 완화시키는 조건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을 가지고 공공의 주택정책을 예산대로 집행하고 그것을 어길 시에는 환수조치를 한다거나 일정 부분 페널티를 매기는 방식으로 준공영제 운영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사람에 집중하자고 했다.

장 소장은 “공공의 건물이든 민간의 건물이든 공간 자체에 사는 사람에 집중한다면 사람이 이렇게 살게 내버려둬선 안된다는 관점으로 가야 한다”며 “그랬을때 다른 돌파구가 생기고 뭐 그렇게 해서 예산이 여유가 생기면 지자체가 매입하면 된다. 적절한 가격으로 매입하고 지금 현재 건물주인이나 관리인들은 오히려 공공주택관리인으로 역채용 할 수도 있다. 매입한 건물을 사회적 경제조직에 운영을 맡기는 사회주택도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을 가시는 길도 하나 있고, 급한 데로 준공영제 주택처럼 내가 지금 20만원 주고 있는데 2만원면 더 주면 냉·난방 다 되는 시나 공공이 운영하는 곳이 있다고 하면 내가 대기 걸어놓고 여기서 살란다. 여기서 돈 좀 모아서 임대주택 갈련다. 이런 것도 움직임도 생긴다”고 밝혔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